5일부터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3회 인권영화제'가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서울시로부터 장소 사용 불허 통보를 받았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인권영화제 측에 "최근 본 장소(청계광장)에 대한 시국관련 시민단체들의 집회장소 활용 등으로 부득이하게 시설보호 필요성이 있어 당분간 청계광장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실정으로 계획된 장소사용이 어려운 실정임"이라고 통보했다.
인권영화제 측은 지난 2월 17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사용 허가 공문을 받았고, 사용요금까지 납부한 상태였다.
일부에선 서울시설관리공단측과 경찰이 미리 교감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서울시설관리공단측에서 공식 통보하기 전에 서울경찰청에서 "집회가 힘들다"는 전화를 걸어왔다는 게 의심하는 근거다.
"청계광장에서 인권영화제 개막 강행하겠다"
이에 인권영화제를 주최한 인권운동사랑방은 4일 오전 청계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일방적인 청계광장 사용 불허 통보를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권영화제는 예정대로 6월 5일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 개막할 것이다"며 "인권은 불의한 권력에 맞서 끊임없이 투쟁해온 민중의 역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국장은 "서울은 이제 문화 도시가 아니라 경찰의 도시, 폭력의 도시다"라며 "서울시의 태도 덕분에 인권영화제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환태 독립영화 감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억압적인 통치, 복종을 강요하는 국정 기조 등이 이런 현상을 만든 것 같아 안타깝다"며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 현 정부의 말처럼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보근 변호사는 "수개월 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준비한 영화제를 개막 이틀 전에 일방적으로 불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행정절차법상으로도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 통보를 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권영화제 측은 이번 장소 사용 불허 통보와 관련, 행정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김명진 서울시관리공단 광장인수단장은 '경찰의 협조 아래 장소 불허 통보를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또 '인권영화제 개막을 청계광장에서 강행할 경우 경찰 측에 시설보호 요청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5일 저녁, 행사를 진행하려는 인권영화제 측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측의 충돌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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