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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자료사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자료사진). ⓒ 권우성

지난 2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방문해 "우파 정권 때는 우파 총장 나와야 한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예종 교수협의회는 "충격적인 발언이다, 이번 감사가 현 정권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총장의 퇴출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음을 확인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부는 한예종에 대해 지난 3월 18일부터 5월 1일까지 이례적으로 40여 일 동안 감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18일 전공과 무관한 교수 채용 등 12개 항목에 걸쳐 주의·개선·징계 사항을 담은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이튿날 황지우 한예종 총장은 감사의 부당함을 항의하며 문화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신재민 "우파정권 때 우파총장 나와야"

 

한예종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신재민 차관은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한예종을 방문했다. 신 차관은 이날 오후 2시께 문화부를 통해 한예종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한예종 무용원·음악원의 부원장이 신 차관을 수행했다.

 

이후 오후 5시 음악원장실에서 신 차관과 한예종 음악원장·기획처장 등 한예종 관계자 10여명과 학교 교사 신축 등에 대해 환담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신 차관이 "황지우 전 총장이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신 차관은 "유럽에서는 좌파정부가 집권하면 총장도 좌파에서 나오고, 우파가 집권하면 우파에서 총장이 나와 정부와 협력적인 관계를 갖는다"고 밝혔다. 당시 환담에 참여했던 김홍준 한예종 기획처장은 "신재민 차관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신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3~5월 한예종에 대한 감사가 황지우 총장을 사퇴시키기 위한 것임을 증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향후 총장 선임 과정에서 문화부가 현 정권과 코드가 통하는 인물을 총장을 앉히려는 계획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예종 교수협의회는 지난 3일 '신재민 차관에게 묻는다'는 제목의 공개 질의서에서 "한예종이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는 시기에 주무차관으로서, 한예종을 보호하기는커녕 구성원들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분열시키려는 몰상식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국립대학 총장이 특정 정권과 정치적 입장을 함께 하고, 심지어 협력적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신재민 차관의 발언은 대학과 총장의 양식을 무시하는 폭력성마저 안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주무 차관의 교체를 요구했다.

 

유인촌 장관과 신재민 차관 발언 불일치... 증폭되는 논란

 

 황지우 전 한예종 총장이 지난 2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그의 교수직 박탈 절차를 밟는 것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황지우 전 한예종 총장이 지난 2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그의 교수직 박탈 절차를 밟는 것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환

신 차관의 발언은 같은 날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박인석 총장 직무대리와 한예종 음악원·무용원 등 6개원 원장과의 면담에서 "차기 총장 선출에 대해서는 한예종 교수들에게 일임하겠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김주현 한예종 학생비상대책위원회 협력팀장은 "유 장관과 신 차관이 서로 일치하지 않은 말을 한 것으로 볼 때, 유 장관이 했던 말은 진심이 아니라 다음날 예정돼 있었던 학생 기자회견을 막기 위한 제스처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황지우 총장은 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신 차관 발언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 총장은 "백년대계인 대학은 임시적인 정권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럽에서도 총장이 20~30년 동안 재임하는 등 정부의 성격과 관련이 없다, 신재민 차관의 발언은 그 인식이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재민 발언#황지우 사퇴#한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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