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4일 저녁 8시 15분]
한나라당 연찬회, '지도부 퇴진' 결론 못 내고 끝나
한나라당은 4일 연찬회에서 6시간이 넘는 '마라톤 토론'을 벌였지만, 치열한 쟁점이었던 '지도부 퇴진'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분간 당내에 '폭탄'이 잠재하게 됐다.
이날 밝힌 결의문에도 고갱이인 당·정·청의 쇄신 내용은 빠졌다.
당 쇄신특위(위원장 원희룡)가 쇄신위 해체까지 내걸며 박희태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박 대표는 퇴진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토론 뒤 박희태 대표는 "최고위를 통해 오늘 들은 의원들의 의견을 신중히 검토해 모든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겠다. 대통령과 의원들과 조만간 오찬이나 만찬을 겸한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고 윤상현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결의문을 내어 '민생정치 강화'를 약속했다. 또한 정부에 대해서는 "국민 및 한나라당과의 소통을 원활히 해 신뢰를 확보하고, 북핵 도발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다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야당을 향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즉시 국회로 들어와 현안을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1신: 4일 오후 6시 30분]
"조기전대? 이재오 조기복귀론 아니냐?"
국회 밖의 이재오 전 의원이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지도부의 용퇴' 여부를 둘러싸고 이 전 의원의 거취가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이재오계 의원들이 '조기전대'를 통해 이 전 의원의 정계복귀를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지도부 퇴진' 여부 놓고 입씨름
4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는 애초 비공개 토론만 5시간을 잡아놨다. 특강은 하나로 줄이고 상임위별 분임토론도 아예 없앴다.
초반부터 토론은 '끝장토론' 양상이었다. 쟁점은 '지도부의 용퇴' 여부였다. 대전제에 발목이 잡혀 국정운영 기조 개혁방향, 당 쇄신안 등 각론은 논의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예정대로라면 이날 토론은 오후 6시에 끝맺어야 했지만, 예정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날 토론에선 의원 47명이 마이크를 잡았다. '민본21'과 '친이'의 소장파 의원들은 박희태 대표의 용퇴를 비롯한 조기전대를 강력히 주장한 반면 '친박' 진영과 일부 친이 의원들은 "박 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며 맞섰다. 일부 의원들은 "근본적인 잘못은 청와대"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찬성] 소장파 "대표 바꿔 당부터 쇄신해야"
이날 개혁성향의 의원들은 초선·중진을 망라해 "당부터 지도부를 바꿔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박 대표의 용단을 압박했다.
남경필 의원은 "당이 먼저 바뀌고 청와대에 전이되도록 해야 한다"며 "재보선 패배 등의 책임이 당 지도부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화합과 쇄신을 위해 용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오 복귀'를 의심하는 친박을 향해서도 "이재오 복귀 음모론을 거론하는데 쇄신 와중에 참으로 비통하고 안타깝다, 이런 흐름이 쇄신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손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주광덕 의원도 "당이 먼저 쇄신하지 않고 정부나 청와대, 검찰, 야당에 어떤 요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지도부에 특별한 과오가 없더라도 우리 모두를 대표해 국민과 당원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해규 "이 전 의원 복귀 막겠다... 조기전대 해야"
범친이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공동대표인 심재철 의원은 넉달 앞으로 다가온 10월 재·보선을 언급하며 지도부 퇴진론을 폈다. 심 대표는 "박 대표가 고생한 것을 모르는 사람 이 없으나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게 바로 전대 개최"라며 "이런 진정성 있는 몸부림을 보여야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를 기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기전대론은 곧 이재오 조기복귀론 아니냐'며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 이 전 의원의 출마를 막겠다는 의원도 나왔다.
친이인 임해규 의원은 "이 전 의원의 복귀를 위해 전당대회를 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만약 복귀하신다면 내가 나서서 몸으로라도 막겠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의원은 이후 토론장을 빠져나와서도 '이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까지 할 수도 있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건의한다면) 하실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날아든 "국면전환용 인사는 '3김시대'의 일"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친이직계인 정태근 의원은 "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그같이 말했다고 보도됐는데 대통령의 뜻이 확실치도 않은데 당이 용기 내어 전한 건의를 마치 대통령이 묵살한 것처럼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어 기사화된 건 옳지 않다"며 "청와대가 당에 정식으로 와서 대통령의 뜻을 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 친박 "민심이반 책임이 대표에게 있나"... 대통령 겨냥
조기전대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의원들은 주로 친박 쪽이었다. 주된 반대 논리는 '민심이반의 원인은 잘못된 국정운영 때문인데, 왜 박 대표를 대신 물러나게 하느냐'는 요지이다. 이 대통령을 겨냥한 목소리다.
이정현 의원은 "현재 민심이반의 책임이 왜 박희태 대표에게 있느냐"며 "국정기조에 문제가 있어서라는 걸 다 아는데 박 대표가 물러나는 것으로 끝맺으면 오히려 쇄신의 기회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호남출신이자 친박인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의 '배제의 정치'가 문제"라며 당내 비주류인 호남과 친박 포용을 주문했다.
역시 친박인 유정복·이종혁 의원도 지도부 퇴진론에 반대했다. 유 의원은 "청와대나 정부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당 대표를 바꾸는 게 무슨 해결책이 되겠느냐"며 "과거 열린우리당도 참여정부 시절 당 의장을 8번이나 바꿨는데도 본질적인 문제 해결 노력이 없어 선거에서 모두 졌던 선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 교체하면 쇄신 해결? 그렇게 야박한 정치 해야겠나" 동정론도
이 의원은 "박 대표의 정치력이 있었기 때문에 화해·화합도 못하는 이 당이 이만큼이라도 온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대표를 갈자는 건 대표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해결책도 못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통령을 향해서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청와대의 정무기능 오작동"이라며 "대통령을 만든 최측근, 이른바 '친이 직계'부터 솔선수범해서 잘못을 바꾸라"고 촉구했다.
'친이'인 김동성 의원도 "당 대표를 교체하면 당 지지율이 올라가느냐"며 "대표껜 죄송하지만, 국민들이 '대표의 존재감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표를 교체하면 해결되느냐. 현 사태의 책임이 가장 큰 게 대표란 소리냐"고 열변을 토했다. 또 김 의원은 "박 대표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울 정도로 야박한 정치를 해야 하느냐"며 박 대표를 엄호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김 의원은 "현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친이·친박으로 갈려 당내 화합이 안되는 것"이라며 "종국에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풀어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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