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새로운 살림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살던 옥탑집은 햇볕이 잘 들고 옥상마당이 넓어 빨래 널어 말리기에 좋기는 했으나, 기찻길 소리나 큰찻길 소리가 시끄러웠고 여름은 더우며 겨울은 추웠습니다. 그냥 살자면 더 살 수 있고, 식구들 깃들 잠자리가 있음으로도 고맙게 여겨야 한다면 고마운 노릇이지만, 새는 물을 고쳐 주지 않는 집임자네에서 아기를 키울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새로 깃드는 살림집은 인천 중구 내동 안쪽 골목입니다. 얕은 언덕배기 중턱 즈음, 빌라와 여관이 비죽비죽 올라선 사이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는 붉은벽돌집입니다. 처음에는 2층집이었는데 3층을 올려세웠습니다. 우리는 이 집 2층에 들어가기로 했고, 집 뒤로 동네주차장이 있으며 주차장 둘레로 나무를 심어 놓아 아침마다 동네 새들이 찾아듭니다. 인천 중구 내동에는 1885년에 감리교에서 처음으로 세운 '내리교회'(옛날에는 '내리'라는 시골이름이었고, 이제는 '내동'으로 바뀌었습니다만, 교회이름은 그대로 내리교회입니다)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곳 내동에는 1890년에 성공회에서 처음으로 세운 예배당인 '내동 성공회성당'도 있어요. 우리가 깃드는 골목집은 내리교회와 내동 성공회성당 사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집 앞마당에서는 다른 건물에 가려 잘 안 보이지만, 집에서 3분쯤 걸어나가면, 답동 천주교성당이 있어, 가까운 곳에 서양 예배당 기념터 세 곳이 나란히 있는 셈입니다.
인천시 공무원과 건설회사 들은 옛 도심지라는 이곳을 온통 아파트로 바꾸어 놓는 재개발을 해야 하는 데로 들쑤시고 있는데, 2014년에 치른다는 아시안경기에 앞서 모두 쓸려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만, 우리는 이 오랜 골목동네 골목집에서 옆지기와 아기하고 고즈넉함을 듬뿍 맛보면서 앞으로도 지내고 싶습니다.
살림짐은 다 풀어놓지 못했지만, 동구 배다리 헌책방골목 한켠에 마련해 놓은 동네도서관 문을 열고자 아침부터 가방을 챙기고 길을 나섭니다. 어제는 혼자 나와서 도서관을 지키고, 오늘은 아기를 업은 옆지기하고 함께 길을 나섭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꽃냄새 짙게 감도는 골목길을 느껴 봅니다. 저녁에 도서관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이 꽃냄새는 우리 몸을 살포시 감싸 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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