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슴에 감격과 감사의 마음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솟구치게 하는 것은 모티프원을 찾는 분들 때문입니다. 그분들이 작은 정성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내민 것들을 되새겨 그 행간을 읽고 보면 고마운 마음은 제게 둥덩산이 됩니다.
#1
지난달 겸양이 담긴 한 남자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장석진입니다. 저는 IT쪽 회사를 경영하는 CEO들의 모임의 일원입니다. 모티프원에서 서로의 비전을 모색하는 대화를 갖고 싶습니다. 가능할는지요?"
약속한 당일, 다른 일행보다 먼저 모티프원에 당도하신 장선생님은 3권의 책을 제게 내밀며 말했습니다.
"제가 집필한 책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분의 책입니다. 저자를 대신해서 선생님께 전하고 싶습니다."
'문장을 디자인하라. 월점의 규칙들(장하늘 지음, 패스앤패스)', '알짬문장술(장하늘지음, 문장연구사)', '법률문장, 이렇게 쓰라(장하늘 지음, 문장연구사)' 등 3권이었습니다.
아름다운 한글의 쓰임이라든지, 문장의 구성에 관한 알짬만을 모아둔 내용이었습니다.
#2
커리어우먼을 위한 의류와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직장인들로 부터 크게 사랑받고 있는 쇼핑몰 '머쉬'의 오수미대표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직원들과 모티프원에서의 하룻밤을 원했습니다. 부침이 심한 이 업계에서 10년이나 건재하며 차별화된 경영전략으로 상품의 자체생산과 오프라인 안테나숍antenna shop운영 등을 통한 '머쉬'를 개성 있는 의류브랜드로 키워가고 있는 강단 있는 여성 CEO이었습니다. 며칠 뒤 약속 날에 도착한 오대표께서는 잘 포장된 액자하나를 내밀었습니다. 특별하게 디자인된 아크릴액자 속에는 2달러 지폐가 담겨있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2달러에 대한 사연이 설명되어있었습니다.
'2달러 지폐는 1928년 최초 발행되었으며 통용화폐보다는 수집용으로 가치가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 서부개척 시대에 황금을 찾아 떠난 이들이 긴 여정의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유난히 숫자 2를 좋아했기 때문이며 특히, 1960년대에 영화 상류사회에 출연한 그레이스 켈리가 2달러 지폐를 선물 받은 후 모나코 왕국의 왕비가 되자 이 지폐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속설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
오대표께서는 화폐일련번호와 직인 등이 녹색으로 인쇄된 그 2달러 지폐를 통해 제게 '행운의 기대'를 선사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3
어제는 서울시정신보건센터의 정신건강증진팀이 오셨습니다. 모티프원에서 이 사회에서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여러 중독현상에 대한 해소 전략을 수립하고자 했습니다. 게임중독, 약물중독, 알코올중독 등 전문가가 나서야할 이 현상들에 어떻게 대처해서 완화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의 시간이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팀장님께서 제게 손수건 몇 장과 포스트잇 두 권을 건넸습니다.
"저희 팀원의 선생님들께서 캠페인용품으로 제작한 행사용품을 챙겨오셨네요. 선생님께서 여름날 자전거를 타실 때 사용하세요."
그 스카프를 펼치자 서울시의 정신건강 브랜드 'blutouch'의 이름으로 펼치고 있는 우울증 예방에 관한 유용한 팁들이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세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밝게 웃으세요.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금물이예요.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세요.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들이세요.
-규칙적으로 운동하세요.
-균형잡힌 식사가 중요해요.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핫라인 전화번호 1577-0199
이 팁들은 우울증과 관계없는 사람들에게도 금과옥조의 경구였습니다.
이 선생님들은 각종 blutouch행사에 저에게 솟대만들기 강의를 요청하시곤 했습니다.
#4
LOTTE Art Gallery의 심병석관장님과 함께 김영재박사님께서 오셨습니다. 김선생님께서는 미술평론을 하시는 철학박사이자 미술사상가입니다. 미술프로그램을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는 김씨네아트 프로덕션 대표이기도 합니다.
그분은 '모든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기획하고 제작한 25분짜리 영상한편을 제게 주셨습니다. 분청사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계신 도예가 윤광조선생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DVD를 앞에 두고 오랫동안 그분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 분은 경기도 광주의 작업장 인근에 카페들이 들어서자 1994년 경주 안강의 도덕산 바람골로 작업장을 옮겼습니다. 전업으로 매달리고도 1년에 10여점의 완성품만을 남기는 그 분의 고집과 철학에 반해 그의 작업장, '급월당汲月堂을 찾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저는 김박사님께서 혼신으로 만든 영상을 통해 안강에 계신 윤광조선생님과 조우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은 깜짝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나 지식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순수와 고독과 열정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술가는 미쳐야 한다, 그러나 미치면 안 된다."
"예술가는 머리와 가슴은 구름위에 발은 땅에 굳게 딛고 살아야 한다."
"문화는 시간을 아버지로 풍토를 어머니로 해서 태어난 자식이다."
"어떻게 보면 작가의 가장 큰 작업은 혼자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다."
"번뇌 없이 열반 없다."
"여기를 떠나서 극락이 없다."
"나의 문제이지 여기의 문제가 아니다."
김영재박사님은 제게 작가와 작품, 문화와 삶이 어떠해야하는 지를 바람골에 칩거하면서 자연과의 독대로 길어낸 윤광조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전해주신 것입니다.
모티프원을 찾는 분들은 이처럼 제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라. 세상은 이처럼 따뜻하다'라고 제 가슴에 빗돌을 세워 가르쳐 줍니다. 이처럼 저는 날마다 모티프원에서의 사람의 여행을 통해 '긍정'을 수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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