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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채진 검찰 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제36대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임채진 검찰 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제36대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던 지난 달 23일,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은 사표를 냈었다. 하지만 법무장관에 의해 즉각 반려되었다.

 

그로부터 12일 후, 지난 3일 다시 사표를 제출했다. 그동안 그는 노 전대통령의 서거로 인하여 평상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양심의 문제였든 역량의 문제였든 더 이상 자리를 지키기 힘들었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사표는 반려되었다. 임 총장은 '이제 더는 자리에 있고 싶지 않다'며 직원들과 고별 식사까지 마쳤다.

 

그러자 청와대는 사표수리를 하루 미룬다고 했다. 청와대가 왜 그토록 끈질기게 임씨를 붙잡고 늘어져야만 했는지 그 내막이 아무것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리고 사표는 다음날인 5일에서야 어거지로 수리되었다.

 

임 전 총장은 퇴임 직전 기자간담회와 퇴임석상에서 '이 자리는 정권교체기에 있어서 치욕일 수 있었다' '그리고 수없이 흔들렸다'고 다시 불편했던 심기를 토로했다.

 

일종의 양심 고백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 가지고는 안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은, 바보가 아니라면 임 총장이 그간 얼마나 정권 핵심으로부터 압력에 시달렸는지, 아니라면 어찌어찌 뗄 수 없는 커넥션에 얽혀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임채진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하여 임명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및 측근 인사 모두를 소환 조사해야만 했던 행위는 그와 유사한 다른 경우에 비해 매우 악질적이었다.

 

아무리 법률로 사람을 기소하는 입장에 있다 하여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행위는 임 총장으로 하여금 인간적 배신 아니면 변절행위 형태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그를 이처럼 곤혹스럽게 한 배경은 무엇일까? 의문부호를 찍을 필요도 없이 그것은 청와대라고 국민은 믿는다. 그러므로 그 시골 동네에까지 일주일 동안 100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던 것이고, 지난 달 29일에 있었던 영결식을 보기 위하여는 AP통신 추산으로 80만명이 운집했던 것이다.

 

이를 부정할 수 없는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노무현의 진실'을 비로소 알았고(물론 아는 척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에 따라 여야 구분없이 '쇄신'이니 '반성'이니 하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는 게 아니던가.

 

이제 간명해졌다. 현 정권이 들어서고부터 노무현을 잡기 위하여 얼마나 여러 갈래의 복합적 방법이 동원되었는지 국민이 알게 되었고, 정치권이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국민은 그처럼 '알게 된 것'과 '인정하게 된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헌법 제 1조대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제 2조대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표방한 나라에 살고 있으며 민주주의 방식으로 나라가 굴러가야 한다는 당연한 권리를 주장한다.

 

임채진 전 총장은 타의에 의하여  '노무현' 관련 수사를 반도덕적 행태로 진행해온 것이다.

 

그것이 청와대의 압력이나 조중동 등 극보수적 언론의 진실 호도성 보도에 의하여 빚어진 결과라 한다면 더욱 말할 것없이 반민주적, 나아가서는 민족에 대한,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었던 것이다.

 

이에 임채진씨는 '평정심'을 찾기 위하여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연민을 위하여도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대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도 그간 청와대 라인이 가해온 압력,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끼친 수사상의 영향,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선언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임씨가 지금 짊어지고 있는 인간적 법률적 국가적, 그리고 역사적인 빚을 조금이라도 털어내는 길이 될 것이다.

 

힘들겠지만 속히 양심선언을 결단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 아고라에도 등록된 글입니다


#임채진#구체적진실#커넥션을 밝혀라#노무현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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