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내부 게시판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책임을 거론하는 글을 올린 공무원에 대해 파면을 포함하는 중징계를 내리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광주지방국세청 소속 세무서 직원 김아무개씨는 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내부 게시판에 자기의 의견도 못 올리느냐"면서 "글 올렸다고 파면 등 중징계를 내리겠다는 국세청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서글프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원인 제공자가 한상률 전 청장"사건의 발단은 김씨가 지난달 28일 오전 8시께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올린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에서 시작됐다. 이 글에서 김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벼랑 끝에 서게 한 원인 제공자가 우리의 수장(한상률 전 청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의혹을 보도한 5월 25일치 <한겨레>를 거론하며 "국세청 수뇌부는 왜 태광실업을 조사하게 되었고, 왜 관할 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청 조사4국에서 조사를 하게 하였으며, 왜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고, 직보를 한 후에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위치에 있었던, 책임 있는 사람들은 공직을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김씨가 내부게시판을 통해 한 전 청장을 비판한 사실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그의 글은 비공개 전환된 후 삭제됐다. 6월 1일에는 광주지방국세청 감사관실 직원 3명이 내려와 김씨를 상대로 글을 쓴 취지에 대해 오후 2시부터 8시간에 걸쳐 조사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2일 오전 내부게시판에 '근조 국세청 표현의 자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 전 청장이 잘못하여 국세청 조직에 심대한 위기를 가져 온 것인데,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한 글에 대하여 조사를 한다니 말도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국세청을 비판했다.
또한 그는 "아무런 생각 없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서도 오히려 잘못을 지적한 사람을 조사했다는 사실이 만약 외부로 알려진다면, 이는 국세청이 후진적인 조직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글은 1시간도 안 돼 삭제됐고, 그는 이날 7시간 동안 2차 조사를 받았다. 이후 4일 광주지방국세청 감찰계장이 직원 2명을 김씨의 집으로 보내,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를 전했다. 징계위원회에 김씨를 국가공무원법상의 품위 유지 위반 등의 사유로 파면·해임을 포함하는 중징계를 내려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징계위 회부... "조직 비판도 못 하나, 서글프다"이에 대해 김씨는 "지난 10년 동안 내부게시판에 조직을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글을 100여 건 올렸지만, 징계를 하겠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재 국세청 수뇌부가 한 전 청장으로부터 임명받은 사람들인데, 한 전 청장 비판에 과잉 반응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료들로부터 '힘내라', '정의는 끝까지 승리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처벌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징계위원회에서 싸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