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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개구이집에서 바다를 맛보다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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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새로 이사한 서울 큰누나 집에 다녀왔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서울나들이였습니다. 집들이가 끝난 오후 미아삼거리 쪽을 지나다가 길을 잘못 들어 골목길로 들어오게 됐는데 눈에 띄는 조개구이집이 보이더군요. 인테리어나 종업원들 복장 등이 좀 특이하다고 할까요?

 15종이 넘는 조개. 북한에서 육로 통해 수입되는 품목이 많은데 남북관계에 따라 조개 수급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단다.
15종이 넘는 조개. 북한에서 육로 통해 수입되는 품목이 많은데 남북관계에 따라 조개 수급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단다. ⓒ 윤태

저는 조개, 소라, 새우 같은 거 정말 좋아합니다. 외가가 그 유명한 충남 홍성 남당리 바닷가이지요. 가을 되면 대하축제, 새조개축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싱싱한 해산물들을 줄기차게 먹어왔죠. 그렇잖아도 요 며칠 전에 외가에서 보내준 바지락을 잘 끓여먹고 있었거든요. 조개 속이 꽉 찬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삐져나올 정도로 튼실한 자연산 바지락을 발라먹는 느낌이란? 아마 그 튼실한 바지락(조개)를 먹어 본 사람만이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무슨 조개냐고 물어볼 필요 없게 안주인이 이름을 써 붙여놓았다. 젊은 아이 엄마라 그런지 몰라도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이것이 무슨 조개냐고 물어볼 필요 없게 안주인이 이름을 써 붙여놓았다. 젊은 아이 엄마라 그런지 몰라도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 윤태

이왕 눈에 띈거 조개구이나 한 접시 먹어보자고 했습니다. 오후 6시 정도 밖에 안됐는데 손님들이 바글바글 했습니다. 종업원들은 우리가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로 출입구쪽에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안에는 불 때느라 답답하고 또 아이들이 칭얼거릴때마다 밖에 나와서 달래야하니까요.

 조개를 굽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면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물건들이 보이는데 맛과 함께 눈도 즐거워진다.
조개를 굽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면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물건들이 보이는데 맛과 함께 눈도 즐거워진다. ⓒ 윤태

 이순재 씨를 패러디해 조개구이집을 알리는 전략, 센스와 함께 재밌었다.
이순재 씨를 패러디해 조개구이집을 알리는 전략, 센스와 함께 재밌었다. ⓒ 윤태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내부 풍경을 살펴보니 재밌는 것이 참 많더군요. 오래된 사진부터 주인장이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각종 문구들. 그리고 독특했던 건 15종류가 넘는 조개이름을 직접 써서 물이 흐르는 어항 앞에 붙여놨습니다.

입구 쪽에 안주인으로 보이는 한 젊은 아기 엄마가 있기에 왜 흐르는 물에 굳이 조개이름을 써놨는지 물어봤습니다. 이야기 들어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꾸 조개이름을 물어봐서 아예 이름 쓰고 코팅해서 붙여놨다고 했습니다. 일일이 대답하기가 귀찮아서가 아니라 지나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이 볼 수 있게 즉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하더군요. 생물책, 그림책에서 백번 보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보고 이름을 아는 게 기억에 더 남는다구요.

 감칠맛 나는 양념으로 덮인 조개구이.
감칠맛 나는 양념으로 덮인 조개구이. ⓒ 윤태

 짭조름한 맛이 감칠나는 조개구이.
짭조름한 맛이 감칠나는 조개구이. ⓒ 윤태

참 재밌다 싶어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그 조개 모습들을 촬영했습니다. 역시나 다를까 바깥 풍경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우리 큰 녀석 새롬이가 뛰어나와 조개를 가리키며 종류가 뭐냐고 묻더군요. 이 모습을 본 안주인인 젊은 아기 엄마가 "이럴 줄 알고 써 붙였답니다" 라고 말하는데 정말 웃겼습니다.

안주인인 젊은 엄마 알고 보니 큰애가 네 살, 작은애가 8개월이었습니다. 우리 집하고 아주 비슷했습니다. 공감대와 공통 관심사가 있다보니 서빙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매일 새벽 3시에 살아있는 조개가 들어오는데 북한산이 많다더군요. 그런데 핵문제 등을 비롯해 남북관계가 냉랭할 때는 조개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 '조개파동' 이라고 한다는군요. 그 동안 그 많은 조개를 먹으면서 북한산이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염 등으로 인해 북한보다 싱싱한 조개가 많이 나지 않는다더군요. 예전 같지 않아서 말이죠.

 조개 앞에 서서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엄마가 안주인인데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었다.
조개 앞에 서서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엄마가 안주인인데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었다. ⓒ 윤태

이 조개구이집에서 또 재밌던 건 살아있는 낙지를 냄비에 올려놓고 화롯불에 직접 구워먹더라는 것입니다. 끓는 물에 산낙지를 넣어 먹는 경우는 봤는데 냄비에 담겨져 화롯불에서 익어가는 산낙지라... 뜨거움에 몸부림치는 녀석을 보면서 불쌍히 생각해야 하나 군침을 흘리고 있어야 하나 잠깐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첫째 둘째 녀석은 이 모습이 신기했는지 눈을 떼지 못하더군요.

주인장에게 다시 양해를 구하고 내부로 들어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내부 장식을 보니 최대한 바닷가 분위기를 내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물론 바닷가 이름을 이곳저곳에 붙여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조명이 들어오니까 운치는 있었습니다. 눈으로 바닷가를 확인하고 입으로 바다의 짭조름한 맛을 즐기는 경우라고 할까요.

 이제 첫돌이 갓 지난 둘째 녀석도 조개구이 맛에 푹 빠졌다.
이제 첫돌이 갓 지난 둘째 녀석도 조개구이 맛에 푹 빠졌다. ⓒ 윤태

참으로 특별한 외식이었습니다. 감칠맛 나는 양념으로 덮인 조개구이 맛과 더불어 좋은 풍경들을 많이 봤으니까요. 조개구이집인데 화롯불에 고구마 굽고 쫀디기 같은 추억어린 식품도 덤으로 주더군요.

주말에 가족끼리 제부도나 대부도 한번 가보자고 한 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한번도 그곳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한번 가자는 말은 수백 번은 더 한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무심했습니다.

비록 바닷가에서 조개구이를 먹은 건 아니지만 미아삼거리에서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게 조금은 다행이었습니다.

"새롬 엄마, 조만간에 꼭 바닷가 가서 해물 한번 먹자!"

 한 상 가득 차려진 조개구이, 왼쪽 은박지에 들어있는 건 고구마이고 가래떡 구이도 보인다. 냄비속의 낙지도 일품.
한 상 가득 차려진 조개구이, 왼쪽 은박지에 들어있는 건 고구마이고 가래떡 구이도 보인다. 냄비속의 낙지도 일품. ⓒ 윤태

 이렇게 바닷가 이름을 여러군데에 붙여놨는데 눈으로 바다를 느끼고 입으로 바다맛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바닷가 이름을 여러군데에 붙여놨는데 눈으로 바다를 느끼고 입으로 바다맛을 볼 수 있어 좋았다. ⓒ 윤태


#조개일번지,#조개구이,#강북구 미아삼거리 조개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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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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