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환경·시민단체 389개로 구성된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이 9일 오전 조계사 우정국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일 발표된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마스터플랜은 그야말로 운하계획에 불과했다"며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4대강 정비 사업 중단을 위해 이날부터 조계사 경내에서 농성에 들어가며, 100만 명이 동참하는 서명운동을 조직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4대강 유역에 물을 가두어 뱃길 역할을 해줄 가동보(개폐식보)를 포함해 16개의 보를 설치하고 뱃길을 위한 강바닥 수심 유지를 위해 5.7억㎥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준설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는 사실상의 운하라고 주장했다.
"국민 속인 사기극... 이것이 4대강 정비사업의 실체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정부는 갑문과 터미널 설치 계획이 없으므로 운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반도대운하연구회 2006년 발표 자료에는 보 10~15개로 운하를 위한 수심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이번에 발표된 정부 마스터플랜 내용에도 내륙·강·바다를 연결하는 수로 계획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금강·영산강은 뱃길 복원사업이 명시되어 있고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보완)에도 낙동강 뱃길을 위한 4m~6m의 수심확보 계획이 있다"며 "경부운하 논란 당시 2500톤급 선박을 위한 평균수심이 6m였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갑문이 없어도 낙동강 구간운하는 정부 사업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의 대표적 목적으로 밝힌 수질개선과 수량 확보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당초 예산에 수질개선비는 한 푼도 포함시키지 않고 보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는 것이 아니라고 그토록 자신만만해하던 정부는 마스터플랜 발표를 목전에 두고서야 슬며시 4대강 본부 내 수질개선부서 설치 계획을 밝혔고 본 사업비의 5천억 원을 수질사업비로 포함했다"며 정부의 졸속적인 수질 대책을 비판했다.
또한 "인공구조물인 보를 설치하면 평균 유속 감소로 인해 부영양화 등 수질오염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며 "수질오염은 취수원 이전을 부르고 식수대란은 물론이거니와 취수원 이전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홍수방어대책이라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보 운영 시 자칫 실수하게 되면 물 폭탄을 맞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콘크리트 앞세운 운하 사업, 국민을 속인 사기극, 법도 절차도 깡그리 무시한 사업, 개발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식수도 나 몰라라 하는 사업, 수질개선은커녕 수질오염을 부추기며 오히려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는 사업, 미래세대의 생존을 볼모로 특정세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 이것이 4대강 정비사업의 실체이다."
"4대강 사업은 혈세 빨아먹는 흡혈귀" 환경시민단체 활동가 농성 돌입
조계사 우정국에 모인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선 분노와 위기감이 물씬 묻어나왔다.
모두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은 상식을 뒤엎고 폭주 중이라는 데 동의했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4대강 정비사업 중 낙동강을 제외한 나머지 3대 강의 자전거도로 설치 사업과 퇴적토 준설 등 사업 상당부분이 500억 원 미만의 사업비로 산정돼 통상 3~4개월 정도 소요되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다고 밝혔다. 그만큼 사업이 빨리 진행된다는 것이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4대강 정비사업은 의술로 치자면 의료사고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오 사무처장은 "강이 죽었다면 죽은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강바닥을 들어내고 콘크리트 호안보를 설치하고 물을 썩게 만드는 보를 설치하니 의료 사고 아니냐"며 "지난 정권까지 4대강을 살리려면 오염원부터 잡아야 한다는 사실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된 사항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4대강 정비사업은 혈세의 흡혈귀나 다름없다"며 "작년 약 14조 원으로 잡혔던 예산이 이제 직접 사업에만 22조 원으로 늘어났고 부가 사업까지 고려하면 30조 원에 달한다"며 "이제 이 사업의 최종 예산이 60조 원이 될 지, 100조 원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탄했다.
황평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도 "지난 1월 정부가 4대강 지역의 문화재 지표 조사를 몰래 했는데 육안으로 확인된 것만 1300건이 넘는다"며 "10.84km의 청계천의 문화재 발굴조사에만 8억 원이 들었다, 4대강 사업에 이 비용까지 포함하면 22조 원이 아니라 200조 원이 들어가도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경 강살리기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정부는 2011년 1억 톤(8억㎥) 정도의 물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낙동강 유역에서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물만 재활용한다면 물은 남아돈다"며 "정부의 물 정책에 대한 종합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낙동강은 포항에 44만 톤, 울산에 120만 톤, 거제도에 40만 톤가량이 공업용수로 쓰이는데 이 중 정수돼 재활용되는 물의 양은 미비하다"며 "환경부는 석 달 전 4.3억 톤 정도의 물을 정수를 통해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자유발언 등을 통해 4대강 사업과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천막 등이 도착하는 대로 조계사 경내에 농성장을 마련하고 대국민 선전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오는 10일 전국의 환경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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