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는 니세코에서의 2개월 반을 정말 말 그대로 "불꽃같이" 지내고 갔다. 내가 일했던 카페 건너편 주방에서 일했던 사치는 쉬는 날에는 열심히 스노보드를 탔고, 밤에는 클럽에서 열심히 술 마시고 춤추며 놀았고, 그렇게 밤새 놀고 다음 날 멀쩡하게 일하러 오는 그런 아이였다. 기숙사 옆 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치는 방에 붙어 있는 날이 별로 없어 실제로 많은 얘기를 나누진 못했다. 2월이 끝남과 동시에 니세코를 떠난 사치와의 짧은 만남. 언제나 웃는 얼굴로 즐겁게 살아가는 사치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2009년 5월 26일. 19시 32분, 주방의 타나카씨~~~ㅋㅋㅋ
워킹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어? 사치 얘기 이것저것 듣고 싶어서.
니세코 오기 전의 너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줘. ㅋㅋ
길어도 상관없어. 자기소개 같은 느낌으로? ㅋㅋ
답장 보고 또 질문해도 되지?^^
2009년 5월 30일. 새벽4시 38분
민정민정~~~얏호~~
뭐야뭐야 내 이야기도 들어주는 거야? 뭐 그렇게 대단한 인생도 아닌데..ㅋㅋ
그래도 니세코 가기 전에 여기저기 많이 다녔었구나~ 길어질 걸~~ㅋㅋ
먼저, 이력서 같은 느낌으로 쓰자면........
<고등학생>
보통수업 + 패션 공부가 가능한 학교에 감.
멋 부리는 걸 좋아해서 알바한 돈은 옷 사입는데 쏟아부음.
이 때, 친구의 권유로 처음으로 스노보드를 경험.
나와 스노보드의 첫 만남~
<전문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드학원"(패션 전문학교)에 입학.
기초학과 1년 + 전문학과 2년, 합해서 3년의 과정이지만 고등학교 때도 패션 공부를 했기 때문에 편입이 가능해서 2년간 공부.
이 때는 스노보드는 거의 못 탐.
역시나 알바해서 옷 사서 멋 부리는 데 몰두했던 날들.ㅋㅋㅋ
<마루이(丸井)입사>
전문학교 졸업 후(이 때 스무살), 마루이의 남성 브랜드 "scoop man"이라는 곳에서 샵 점원으로 일함. 이 회사에서 일한 건 2년하고 3개월.
이 때 2년간 사귀었던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과 취미가 잘 맞아서 여행이나 스노보드 타러 자주 갔었어!!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성적이 우수했기 때문에 월급을 듬뿍 받았었거든.ㅋㅋ
그래서 여행, 스노보드, 옷, 술 등등 알도 열심히 했지만 돈이 허락하는 한 놀았어.ㅋㅋㅋ
이 때 스노보드 더 잘 타고 싶어서 야마고모리(山篭り)하고 싶다고 처음으로 생각했었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것도 이 때. 괌이었었는데, 외국에 대한 가치관이 좀 변했었어. 다른 나라도 여기저기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었어.
<니트족으로ㅋㅋ>
2006년 6월 마루이 퇴사. 니트족으로의 매혹의 전신(転身)을!!!ㅋㅋㅋ
니트족(ニート) |
사전적인 뜻은 어찌되었 건, 적어도 내가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이 말을 어두운 사회현상을 담은 말로 쓰지 않았다. 그냥 일을 안하는 상태라면 그냥 가볍게 "나 지금 니트야"라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야마고모리가 끝나면 다들 니트가 되는 거다. |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야마고모리(山篭り)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스노보드 타고 싶어서였지만 왜 겨울이 아니라 여름 전에 그만뒀냐면,
회사에 불만이 있어서 빨리 그만뒀어.
하지만 겨울은 야마고모리 하겠다고 맘 먹었었어.
별로 상관은 없는 얘기지만 일 그만둠과 동시에 2년간 사귀던 남자친구한테도 차여서(남자친구가 싱가폴로 전근가는 걸 계기로) 엄청 우울했었거든.
처음으로 인생의 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어서, 환경을 바꿔보고 싶었어.
여름 3개월간 카고시마(鹿児島)에 있는 "토쿠노시마(徳之島)"라는 섬에서 살면서 리조트 알바를 하게 되었어. 오키나와(沖縄)랑 가까운 섬이야.
다이빙 자격증도 따고, 웨이크 보드도 타고, 술 마시고, 놀고..........
가을엔 섬에서 돌아와서 지금도 하고 있는 판촉 행사 알바.
그리고, 드디어 그렇게 하고 싶었던 야마고모리(山篭り)~~~
장소는 니이가타현(新潟県)의 나에바(苗場)스키장.
리프트 안전요원으로 일하면서 휴일이나 야간에 스노보드 마음껏 타고.
여기서 처음으로 스노보드 친구가 생겼어.
그래서 여기서 사귄 스노보드 타는 남자애랑 스키 타는 남자애랑 3명이서 "여름엔 뉴질랜드 스키장에 가자" 는 얘기가 나왔지.
<2007년 여름 뉴질랜드>
8월 2주간 친구랑 3명이서 프로라이더 투어에 참가해서 마운트 헛에서 스노보드.
2주뿐이었지만 나에바에서 지낸 한 시즌보다 더 실력이 늘었어.
이 2주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정말 너무 못 탔었거든.ㅋㅋ
프로라이더에게 감사, 감사!!!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있는 일본애들 보면서 좋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어.
<니세코로~~~>
2007년 12월 니세코~
외국 + 스노보드에 관심이 있는 나에겐 정말 최고의 장소였었어.
일본이지만 일본 같지 않은 그곳의 분위기와 파우더 스노우.
워킹 홀리데이 경험자들도 많고 해서 이때 역시 나도 워킹 가야겠다고 맘먹었어.
그리고 니세코 가기 전부터 정해놨었던 일인데 이번 겨울은 제일 설질(雪質)이 좋을 동안에는 니세코의 파우더 스노우를 즐기고, 3월부터 봄에는 니이가타(新潟)의 GALA스키장에서 파크를 즐길려고 정했었어.
그래서 GALA스키장에서 1개월정도 펜션 빌려서 스노보드를 즐겼지.
그렇게 다시 도쿄로 돌아와서 또 판촉 행사 알바 하면서 돈 모아서 올해 6월부터 호주 워킹 홀리데이.
대충 이 정도? 나의 인생 이야기는.
나 스스로는 열심히 노력하고, 이것저것 즐기고, 온 힘을 다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후회따윈 없는 인생이야. 이제부터도 열심히 많이 즐겨볼려구.
아, 그리고 여담이지만 나 클럽에서 노는 거도 좋아하는데, 음악은 사이키델릭, 트랜스라든지 테크노를 좋아해.
호주가 사이키델릭 음악이 일본보다 메이저라니까 그것도 기대돼~ 호주 워킹 너무 기대돼~~
2009년 6월 1일. 0시 59분, 고마워.
물론 사치 이야기에 관심 많아!! ㅋㅋ
일단 지금 떠오른 질문 하나!
"사치의 꿈은 무엇입니까?" 뭔가 너무 틀에 박힌 질문인가? ㅋㅋ
2009년 6월 1일 새벽 1시 11분
나야말로 고마워. 내 인생에 관심 가져줘서 기뻐!!
뭐든지 물어봐~
내 꿈말이지......어른이 되면서 눈 앞의 일들에만 급급해서 꿈이나 목표 같은 건 별로 생각 안하고 사는 것 같아.
25년 살면서 여러 가지 해 온 것들 되짚어 보면 지금의 내 꿈은......
"행복한 가정을 갖는 것. 꾸려나가는 것"
이것입니돠!!!
역시 결혼도 하고 싶고 아기도 갖고 싶고.
굉장히 평범하지만 이게 제일 행복할 것 같다고 지금 생각해.
하지만 꿈이나 목표 같은 건 변하는 것 아니겠어.ㅋㅋ
2009년 6월 3일 새벽 5시 22분, 얏호-----
니 인생, 완전 파란만장이네! ㅋㅋㅋ
행동력이 있어서 여러가지 멋진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나봐.
나도 좀 배워 볼까?ㅋㅋ
그럼, 다음 질문들에 대답해 줘~
2009년 6월 4일, 새벽 2시12분.
-패션 쪽 일 계속 하고 싶단 생각은 없어?
지금은 패션 쪽 일 하고 싶단 생각은 안 들어
의류 판매 쪽 일을 하느니 차라리 다른 종류의 일을 해보고 싶어!
경력이 있으니까 그 쪽 일은 하려고만 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기도 하고.
하긴 판매 쪽은 경력 없어도 하긴 하겠다. ㅋㅋㅋ
-야마고모리는 말야, 스노보드 타는 게 제 1조건이라서 일 자체는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없단 생각이 들기도 하잖아?ㅋㅋ 그래서 말야, 일하다가 지긋지긋해질 때도 있었어?
-야마고모리라는 게, 그렇네, 장소 정할 때 "급료, 산, 스노보드를 탈 수 있는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생각해서 찾는 것 같아.
난 일 내용도 꽤 신경 썼어! 솔직히 스노보드 타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길잖아.
그리고 스노보드 타기 위해서라서 일을 대충 한 적은 없어!라고 자신해. ㅋㅋㅋ
킹벨(니세코에서 사치와 내가 일했던 곳의 이름)은 원래 원했던 곳은 아니었어,
레스토랑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거든.
그래도 니세코엔 어떻게 해서라도 가고 싶어서 킹 벨에 가게 된거지.
솔직히 킹 벨에서 일할 때 한창 바쁠 땐 일 진짜 싫었어. ㅋㅋㅋㅋ
손이 그렇게 심하게 거칠어진 것도 처음이었고 말야,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어. 하하하하
-프로라이더 투어라는 건 어떤 거야 ?
내가 참가했던 라이더의 투어는 그 라이더도 대회 출전을 위해서 연습이 있었기 때문에 틈을 내서 우리들이 타는 모습을 봐주는 그런 거였어..
개인적인 투어라서 인원수도 적고 한 숙소에서 같이 생활하고 그래서 투어라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밤에는 몸 푸는 방법이나 스트레칭 같은 거도 배웠어.
한 시즌 야마고모리 하는 것보다 훨씬 실력이 늘었어!!!!
그 라이더가 "스노보드는 한 사람에게서 계속적으로 배우는 게 실력이 많이 늘어. 자신만의 스타일이 생긴다고 할 수 있지." 라는 말도 했어.
그래서 그 사람이 타는 방법을 흡수해서 실력이 는건가 라는 생각도 들어.
그 라이더에겐 진짜 진짜 감사해!!
-야마고모리하고 싶다 생각한 건 역시 스노보드 타고 싶어서? 실력을 늘리고 싶어서?
나에바에 있었을 땐, 그게 첫 야마고모리 였으니까 "잘 타고 싶어!"라는 생각으로 결정했었어.
하지만 니세코는 "파우더 스노우를 즐기고 싶어"라는 생각이었어.
니세코는 외국 같은 느낌도 있어서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고.
그리고 GALA는 "지빙(특히 BOX!)실력을 늘리고 싶어!"란 생각이었어.
-이번 호주 워킹 홀리데이에서 얻고자 하는 건 뭐야? 도전해보고 싶은 건?
워킹에서 얻고자 하는 거라......어학능력인 것 같아.
영어 조금이라도 몸에 익혀서 인터내셔널한 사람이 되고 싶어!
라고 말은 하면서.....공부는 전혀 하고 있지 않아서 이대로라면 호주 가서도 생활은 어떻게든 하더라도 영어는 전혀 늘지 않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에 조급해 하고 있어.
일본어 잘하는 니가 부러워. 나도 영어 열심히 해볼려고!!!
도전해보고 싶은 건....도전이라고 할 만한 건 아닌데 일본에서는 농장에서 일하는 그런 건 없으니까 호주에서는 농장에서 일해보고 싶어.
농장에서 일하면 세컨 비자도 나오고 말야.
세컨비자 |
호주 워킹 홀리데이는 농장에서 3개월 이상 일하면 세컨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1년 더 있을 수 있다는. 결국 2년은 있겠다 이 말이네? ㅋㅋ |
그리고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사이키델릭 음악을 좋아하잖아.
호주는 사이키델릭이나 트랜스 파티가 꽤 많대.
그래서 사이키델릭 야외 파티(호주는 DOOF, 일본은 RAVE라고 부른대)에 가보고 싶어.
이것도 호주에 가는 목적 중 하나야.
난 하나에 빠지면 못 헤어나는 성격이지만 또 금방 질리는 성격인지 그렇게 좋아했던 스노보드는 내팽개치고 지금은 클럽 놀이에 푹 빠져있어.ㅋㅋㅋ
하지만 물론 스노보드도 좋아하지만 말야.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새롭게 찾아서 하고, 또 찾아서 하고...항상 새로운 일을 찾아내버려. ㅋㅋㅋ
호주에선 스노보드는 못 타게 되더라도 음악을 즐길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
같은 음악 좋아하는 친구를 호주에서 사귀고 싶어.
니세코에서의 사치의 모습 중 기억에 깊게 남은 그녀의 얼굴이 하나 있다. 쉬는 날 파크에서 얼굴부터 떨어져서 눈주위가 퉁퉁 부어 시퍼렇게 멍이 들 정도로 다쳤던 적이 있다. 그런데도 웃으면서 일하던 사치의 얼굴. 바보같을 정도로 밝은 모습만 보여주었던 사치. 사치의 이야기는 그녀의 밝은 웃음과 닮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렇게 웃는 얼굴로 뭐든지 다 잘 해나갈 것만 같다. 호주에서 또 어떤 새로운 발견을 하고 돌아올까? 호주에서 그녀의 꿈이나 목표는 변해 있을까? 그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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