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의 시국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생들도 시국 선언을 하고 나섰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10일 오전 11시 30분 경희대 서울캠퍼스 청운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희대학생 1142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1000 경희인 시국선언'은 "지난 20여 년간 한국 사회의 기본을 이루어 왔던 민주주의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 등록금 및 청년 실업 문제 해결 ▲ 미디어법, 국정원강화법 등 반민주-반민생악법 즉각 철회 ▲ 언론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존중 ▲ 용산참사 피해자와 비정규직에 대한 특단의 조처 ▲ 검경을 앞세운 폭력과 강압의 정치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사과 및 국정 기조의 전환 등을 촉구했다.
이날 자유발언을 한 권태경(25·경희대 영어학부)씨는 "의견 표출의 장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번 시국 선언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가 대화의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을 하루 앞둔 9일 경희대학생을 상대로 시국 선언 서명 운동을 벌였다. 정오에 시작한 서명 운동에서 총학생회는 대여섯 시간 만에 천여 명이 넘는 학생들의 서명을 모을 수 있었다.
이날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엄대철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생들 또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무엇보다 정부는 등록금 문제와 취업 문제로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날 시국선언 발표를 지켜본 이혜진(20·경희대 학부생)씨는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서 현 정부는 상식과 윤리를 잃어버린 정부"라며 "과연 우리 사회에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