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월항쟁 범국민대회 이날 10만 여명의 노동자,학생, 주부 등 시민들이 참여했다.
6월항쟁 범국민대회이날 10만 여명의 노동자,학생, 주부 등 시민들이 참여했다. ⓒ 김철관

지난 87년 군부독재 시절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 체류탄에 숨진 이한열 열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이명박 정권에 의해 훼손돼 가고 있는 민주주의를 회복하기위해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권 4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한 '6월 항쟁 계승 민주주의 회복(6·10항쟁 22주년) 범국민대회'가 10일 저녁 서울시청 광장에서 학생, 노동자. 교수, 변호사 등 10만 여명의 각계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서울광장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7일 저녁 6시 50분. 많은 경찰 병력이 시청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프레스센터 앞 도로, 인권위원회 앞 도로 등 완전 무장을 한 전경들이 범국민대회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듯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130개 중대 1만 5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 서울광장 쪽으로 나가자 입구에서 시선이 집중된 곳은 쌍용자동차노조 노동자들이었다. 정리해고를 눈앞에 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절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면서 구호와 피켓, 시민동참을 바라는 서명 작업 등을 병행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명에 동참했고 나도 이름과 주소를 방명록에 기록했다.

 

쌍용자동차노조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반대와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쌍용자동차노조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반대와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철관

쌍용자동차 노동자 저녁 10시 30분 행사가 마무리되고 정리집회를 갖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쌍용자동차 노동자저녁 10시 30분 행사가 마무리되고 정리집회를 갖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 김철관

저녁 7시가 지났는데도 시청광장은 어둠이 깔리지 않았다. 시청 광장 중간 빨간 천으로 만든 반가운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언론개혁운동을 펼치고 있는 '미디어행동' 깃발이었다. 함께 활동하고 있는 선배, 후배 등 동지들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곳에 보금자리를 잡았다. 저녁을 해결하지 않고 참석한 바람에 배도 고팠다. 누군가가 준 김밥 한줄로 허기를 달랬다. 배고픔을 해결하고 나니 아랫배에 소변이 가득차 무척 괴로웠다. 하지만 빈틈없이 앉아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나갈 수 없어 꾹 참고 시국연설을 들었다.

 

주변에 있는 헌 신문지 한 장을 깔고 앉았는데, 하지만 신문지 속으로 물이 스며들었다. 그래서 엉덩이가 흠뻑 젖었다. 바로 앞전 내린 비가 아직 잔디에 흡수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함께 안자 있던 한 동지가 어디선가 여러 장의 신문을 구해왔다. 여러 장의 신문지를 겹쳐 깔고 앉자 더 이상 물기는 스며들지 않았다.

 

피켓 이날 고 강희남 목사의 유서 중의 한 문구가 손피켓으로 등장했다.
피켓이날 고 강희남 목사의 유서 중의 한 문구가 손피켓으로 등장했다. ⓒ 김철관

앞쪽 무대와 뒤쪽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시청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대한문에서 조선일보 앞까지도 빼곡하게 모인 듯했다. 참석자들은 MB 언론악법 절대 반대, 이명박을 내치자, 노무현을 살려내라, 쌍용자동차 해고는 살인이다 등 다양한 손피켓을 흔들기도 했다.

 

정각 7시, 시작해야 할 범국민대회는 30분 늦은 7시 30분에 시작됐다. 사회자 오프닝 멘트가 시작됐고, 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씨와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박정기씨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22주년을 맞는 6월 항쟁의 의미와 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고발했다.

 

이 시각 점점 날이 저물면서 촛불이 하나하나 켜지고 있었다. 이어 정세균 민주당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이 차례로 나와 시국연설을 시작했다.

 

피켓 MB악법 절대반대 피켓이 등장했다.
피켓MB악법 절대반대 피켓이 등장했다. ⓒ 김철관

손피켓 한 시민이 '노무현을 살려내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손피켓한 시민이 '노무현을 살려내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김철관

각 대표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 기조 쇄신을 강하게 요구했다. 정세균 대표는 "민주진영이 하나가 돼 2012년 민주정권을 수립하자"고 역설했고, 강기갑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종자를 잘못 선택했다. 농민은 싹이 노래 도저히 농사가 안되겠다 싶으면 과감하게 갈아 엎어버린다"고 말했다.

 

노회찬 대표는 "이명박 정부를 만들어 낸 아버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민이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칼부림하고 죽여버리려는 패륜무도한 놈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도 "서민에게 줘야할 돈을 대운하 삽질 하는데 붇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끔 이슬비가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행사 내내 큰비는 오지 않았다. 천만 다행이었다.

 

백승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표도 "대한민국에 민주화를 이룬 6월 항쟁 기념자리에 6월 항쟁을 모독하는 대통령이 있다"고 강조했다.

 

범국민대회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문화행사를 지켜봤다.
범국민대회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문화행사를 지켜봤다. ⓒ 김철관

경찰병력 이날 태평로에서는 경찰과 시위자들의 사소한 마찰이 계속됐다.
경찰병력이날 태평로에서는 경찰과 시위자들의 사소한 마찰이 계속됐다. ⓒ 김철관

마지막으로 각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문 낭독이 이어졌다. 결의문은 ▲이명박 대통령 사과 ▲MB악법 폐기 등 국정기조 대전환 ▲부자편향 정책 중단 ▲평화적 남북관계 회복 등 '4대 요구안'을 담고 있었다.

 

1부 행사를 마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소변을 해결하기위해 프레스센터로 갔다. 화장실에서 시원히 해결을 하고 나와 버마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는 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잠시 버마 민주화와 아웅산 수지, 2007년 스님들의 민주화운동 등과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관해 의견을 주고 받았고, 곧바로 시청광장을 향했다.

 

범국민대회가 끝나고 시청광장에서는 영화배우 권해효씨의 사회로 '고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제 및 범국민대회 촛불문화제'가 이어졌다. 10시 30분 경의 서울광장에 모든 행사가 끝났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면서 자리를 떴다. 하지만 조선일보 주변 태평로에서는 경찰과 대치를 하다가 연행된 시민들도 있었다. 11시 15분경 경찰은 해산 작전에 돌입했고 연행자가 발생했다. 연행과정에서 부상자가 더러 나왓지만 큰 불상사 없이 비교적 차분히 진행된 행사였다.


#6월항쟁 범국민대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