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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TV 수목 드라마 <트리플>
MBC TV 수목 드라마 <트리플> ⓒ 곽진성

 

국내 첫 피겨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MBC 수목드라마 <트리플>(수,목밤 9:55방영). 하지만 방영 전부터 김연아 선수 찬조 출연 부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더니, 급기야 드라마 속 억지 설정으로 피겨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첫 뚜껑을 연 '트리플'에  피겨팬들이 단단히 화난  이유, 무엇 때문일까?

 

'트리플 악셀'의 주인공은 아사다 마오?

 

 

궁금한 마음에 <트리플>을 시청했다. 그런데,

1화 제목과 극 중 대사를 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1화 제목인 '트리플 악셀'에서 당황했고, "트리플 악셀은 전 세계에서 딱 한명만 한다"는 극 중 대사에서는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전세계 딱 한명만 해낼 수 있다는 '트리플 악셀', 그 기술의 주인공으로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로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걱정을 한 것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트리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많은 피겨팬들도 마음도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현재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이 연상할 수 있는건 아사다 마오 선수밖에 없습니다. (중략) 그러나 트악(트리플악셀)보다 기초점이 훨씬 높은 3-3 컴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악을 하면 반드시 우승한다라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에 그런겁니다." - <트리플>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청자의 글

 

 <트리플> 드라마의 '트리플 악셀 점프' 소재가 피겨팬들에게 논란이 되고 있다
<트리플> 드라마의 '트리플 악셀 점프' 소재가 피겨팬들에게 논란이 되고 있다 ⓒ MBC TV

필자나 피겨 팬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드라마에서 언급한 '트리플 악셀'(앞을 보며 엣지를 이용 3바퀴 반 회전 점프)은 현재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잘 구사하는 기술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피겨팬들은 전세계 딱 한 명만 할 수 있다는 그 선수를 아사다 마오로 오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여자 피겨계에서 처음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 선수는 일본의 이토 미도리(41·세계선수권우승)이다. 그렇기에 드라마 속 에서 말하는 '전 세계 딱 한명'은 이토 미도리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역 선수 중 트리플 악셀을 가장 즐겨하는 선수가 아사다 마오가 맞기에 '전 세계 딱 한명'이란 대사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런 오해와 함께, 시청자들에게 트리플 악셀 점프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달갑지 않다. 왜냐하면 트리플 악셀은 그동안 일본 선수들이 집착한 기술로 잘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트리플> 주요 소재로 트리플 악셀 점프가 선택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김연아라는 세계적 피겨 스타가 나온 마당에 왜 굳이 일본 선수들이 성공하고, 집착하는 '트리플 악셀' 피겨 기술을 드라마 소재로 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아사다 마오가 구사하는 트리플 악셀이 고난이도 기술 임에는 틀림없지만 오히려 난이도로 치면 김연아의 3-3(트리플 컴비네이션) 점프를 더 초고난이도로 평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예술성의 극치인 '명품 이나바우어'나 아름다움과 기술을 겸비한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주요 소재로 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하지만 그런 기대을 갖기에는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세간의 무지가 큰 것 같다. 드라마 <트리플>의 '트리플 악셀 점프'에 대한 집착증은, 피겨스케이팅을 그저 점프 대회로 바라보는 우리 미디어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것 같아 왠지 모를 씁쓸함이 든다. 

 

현실 외면한 피겨 드라마

 

  MBC TV 수목 드라마 <트리플>
MBC TV 수목 드라마 <트리플> ⓒ MBC TV

사실 <트리플>을 시청하면서 이 드라마가 피겨계의 현실을 정확히 다루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느정도 현실을 반영해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겅을 연 <트리플>은 광고 드라마에 무게 중심을 맞춰 피겨계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마치 광고계의 암투(?)에 피겨 스케이팅 이야기가 작게 끼어 맞춰져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피겨 드라마라는 명칭은 그저 국내에 불고 있는 '피겨열풍'을 홍보에 이용하고자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이렇게 <트리플>을 평가하는 것은 겨우 2화를 마친 드라마에 대한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트리플>을 제대로 된 피겨 스케이팅 드라마라고 평가하기에는 드라마 곳곳의 왜곡이 너무 심했다. 현실과는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 예로 5년 가까이 피겨 스케이팅을 타지 않았던 주인공이 몇달 만에 트리플 점프를 성공하는 부분을 지적할 수 있다. 스케이트화를 벗었던 선수가 불과 얼마 만에 어려운 3회전 점프를 성공하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그 성공이 너무나 당연스레 나온 것 같아서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또 승급 시험에 조명을 비추고, 비대한 몸무게를 단숨에 감량하는 것도 비현실적인 설정이었다. 더 나아가 김연아 선수의 몸에 드라마 등장인물의 얼굴만 갖다 붙인 합성은 헛웃음만 나오게 했다.

 

피겨팬들은 당초 <트리플>이 피겨 선수들의 땀방울과 열정을 담는 드라마가 될 줄 알았다. 또 아름다운 연기와 기술을 담는 스포츠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겅을 열어본 드라마는 신데렐라 소녀의 성공기에 불과했다. 피겨팬들이 화난 이유는 당연했다. 그래서일까? 한자릿수의 낮은 시청률은 피겨팬들의 뿔난 심정을 대변한 결과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앞으로 <트리플>이 피겨 팬들의 화난 심정을 다독이고, 명품 드라마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좀 더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트리플#피겨 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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