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旌善)군에 소재하는 '두위봉(斗圍峰)'을 다녀왔다. '정선(旌善)'하면 퍼뜩 생각나는 것이 '정선아리랑'이다. 우리나라 대표적민요인 '아리랑'의 원조인 '정선아리랑'이 생겨난 곳이 정선이고 정선 사람들은 '정선아리랑'을 '아라리'라고 한단다.
고려가 망하자 이성계를 피하여 숨어 든 충신들과 그의 후손이 머물던 고장, 한 많은 사람들이 유배를 오던 곳이 정선이다. 그만큼 오지(奧地)고 두메산골이라서 가난함과 외로움에 대한 한이 깊었단다. 그래서 그 때부터 가슴과 마음이 '아리다', '쓰리다' 해서 '아리랑 쓰리랑'하며 노래했다는 '믿거나 말거나'설이다.
"마지막 철쭉을 볼 수 있고 희귀목인 아름드리 주목과 철쭉이 어울려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는 한뫼사랑산악회(cafe.daum.net)의 공지에 선뜻 신청한 것은 모처럼 강원도의 바람을 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강원도 정선군은 밑으로 영월, 양 좌우로 평창과 삼척, 동해 위로는 대관령줄기의 강릉을 접하고 있는 산중의 산골이다. 지금이야 길이 잘 뚫려 오고가는 게 쉽지만 옛날에야 오가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대전IC에서 8시 정각에 출발해야 함에도 4분 먼저 출발한 죄로 회원 한 분을 신탄진톨게이트에서 태우고 제천IC를 통과한 시각이 11시경이었다. 가는 시간이 지루했던지 나중에 알았지만 아이디 '멋진 오빠'의 '과수원길' 하모니카 부는 소리와 함께 38번 국도를 지나 산행출발지인 정선군 신동면 단곡계곡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12시경이다. "늦었다"며 즉각 산행에 나서 오르다보니 감로수약수터가 나타났다. '감로수(甘露水)'라서가 아니라 편한 산행 길임에도 전날 숙취에 땀이 비 오듯이 흘러, 한바가지 떠 갈증 난 목을 달랬다.
이후 일행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알콜이 분해돼 흐르는 땀(?)을 닦으며 산행을 재촉했으나, '정선아리랑'을 뜻한다는 '아라리고개'를 넘어가면서는 쉬어야했다. 가장 힘든 코스에 '아라리고개'란 팻말을 세워놓았다. 정신없이 2시간여를 걸어 거의 '두위봉'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몸이 풀린 듯 가뿐했다.
그제서야 주위를 살펴보니 철쭉군락지였다. 그러나 철쭉꽃은 없었다. 이미 철쭉꽃은 진듯했다. 점심식사를 한 바로 그 옆에 '두위봉 철쭉 비'가 서있고 거기엔 '정선아리랑' 연구소장인 진용선 시인의 '철쭉 작은 사랑을 위해'란 시가 적혀 있었다. 시구(詩句)에 '두리뭉실 두리봉에'라고 적혀 있듯이 '두위봉'은 산세가 두루뭉술하고 산행이 어렵지 않아 '두리봉'이나 '두레봉'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 곳이 정상인줄 알고 다들 자신들을 뽐내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조금 가니 우측으로 정상을 표시하는 팻말이 나왔다. 많은 이들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진짜 정상이 거기에 있었다. 다시 두위봉정상임을 나타내는 비(碑)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산행을 다녀 온 지금도 궁금한 것은 "왜 '두위봉(1,466m)'을 '두위산'이나 또는 'xx산 두위봉'이라고 안 하는지"다. 함백산(1,572m)의 지맥이기 때문인지, '두위봉'과 '함백산'사이에 있는 백운산(1,426m)보다도 높은데도 굳이 '두위봉'이라고 하는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뒤쳐진 것도 아니고 우연히 '멋진오빠'와 함께 해 강원의 바람에 땀을 식히며 하모니카연주를 부탁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몸도 가볍고 주위를 살피며 걷다보니 중간 중간이 파헤쳐져 있어 일행에게 물어보았다. 모두들 "멧돼지가 맛있는 뿌리를 캐먹은 흔적이다"며 "혼자서 다니면 멧돼지에게 당할 수 있다"고 겁을 준다. 그만큼 고지대고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닌다"는 것이다.
산정상은 이미 지났고 살피며 걷고 또 걷다보니 '주목군락지'가 나타났다. 주목(朱木)은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나무다. 더구나 정선의 주목3그루는 천연기념물 제433호로 지정된 나무다. 주목 3그루가 위아래로 나란히 자라고 있는데, 중심부에 있는 나무는 수령(樹齡)이 1400여 년, 상부의 주목은 1200여 년, 하부의 주목은 11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정선 두위봉의 주목은 수형이 아름답고, 수령이 1100∼1400년 정도로 추정되어 주목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란다. 그래선지 울타리를 쳐 8그루를 보호하고 있다. 사진촬영 장소까지 지정해 놓았을 정도다. 또, 팻말에 쓰여 있는 '고거수'란 말을 풀어보는 재미도 있었다. 오래되고(古) 거대한(巨) 나무(樹)란 뜻이 아닌가?
'두위봉'은 쌀의 양을 재는 말(斗)을 둘러쌓은(圍)봉우리(峰)로 한자어 그대로 산세도 험하지 않고 등산로도 완만할 뿐더러 땀이 날 때쯤이면 샘터가 마련돼 있었다. 차디찬 계곡물과 어우러져 준비된 샘터, 고거수인 주목과 철쭉군락지는 많은 관광객들이 올 것으로 판단됐다. 이미 겨울철등산지로 소개돼 있다.
그래서 준비하는 것인지 '도사곡휴양지'가 잘 조성돼 있었다. 정선지역은 한때 석탄과 중석이 무진장 많이 매장돼 있어 우리나라 경제의 젓줄이기도 했던 곳이다. 물론 지금은 석탄합리화조치 등으로 탄광이 사라졌다. 그 영광의 모습을 '도사곡휴양지'아래 버스정류장에 '탄전(炭田)기념탑'을 세워놓았다. 하산을 마친 시간이 17시20분경으로 5시간20여분의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버스정류장에서 '한뫼사랑산악회'만이 가진 '애플표 찌개'에 밥을 조금 말아 넣고 소주에 취해 잠에 빠져들었다. 이날 강원도 바람과 경치는 마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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