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실손형 민영의보 보장한도를 현재의 100%에서 90%로 제한하고 자기부담금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손보사의 100%실손보험의 본인부담제 추진 배경은 "입원의료비를 전액 손보사가 지급하다 보니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와 과잉진료를 부추겨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기 때문"이란다.
이에 대해 이미 30여 년간 100%보장형 실손 보험상품을 팔아온 손보업계는 영업에 직격탄이 예상되는 만큼 발등의 뜨거움에 놀라고 있는 반면, 의료비 80%만 보상하는 생보업계는 90%를 보상하더라도 손보상품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게 되어 터지려는 웃음을 눌러 참고 있는 반응이다.
필자는 근 20년 동안 보험소비자들과 가장 접점에 있는 보험설계사로서 소비자들의 의료기관 이용 행태와 심리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는 입장에서 판단컨대, 정부의 주장이 어떤 이유로 근거없는 탁상공론이며, 생보업계의 의료비 80%보장 주장은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업계의 이익 때문인지, 경험을 토대로 살펴보고 제도변경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통원의료비: 100%와 80% 보장의 차이가 건강보험 재정악화?100%실손보험을 가입한 환자들은 아프지도 않는데 시간내어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불필요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주장인가?
신물이 넘어오고 속이 쓰린데 100%실손보험이 없으면 의사가 권유하는 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을 것이며, 정밀검사가 요한다는 의사 소견에도 100%실손보험이 없으면 MRI검사를 받지 않을 것인가?
손보 100%실손보험과 생보 80%실손보험을 택한 환자들이 취할 진료 행태가 각각 달라질 것이란 주장인가?
그렇지 않으면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100%실손보험 가입여부를 확인한 후 환자의 답변에 따라 차별진료 또는 과잉진료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인가?
입원의료비: 100%와 80% 보장의 차이가 도덕적 해이, 과잉진료 유발?환자와 위문객들로 들끓는 병실에 드러누워 지내는 것이 편하고, 무료급식소보다 못한 환자식(患者食)이 집에서의 식사보다 꿀맛이어서 100%실손보험을 가입한 환자만 불필요한 입원기간을 연장하겠는가?
100%실손보험이든 80%실손보험이든 본인부담액 외에 추가로 보상하거나 다수 보험을 가입한 경우에도 중복하여 보상하지 않으므로 이 보험으로 인하여 환자가 얻는 초과이익이 한 푼도 없다.
그럼에도 100%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냄새나고 시끄럽고 불편하고 식사마저 열악한 입원조건에서 무슨 이익을 얻겠다고 입원기간을 연장하여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갉아먹는다는 주장인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정녕 실손의료보험 때문이란 말인가?
정책에 관여하는 이들은 특실에서 특식으로 특별대우를 받아 입원을 휴양(休養)으로 느껴 입원기간을 연장하고 쉴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실손보험 소비자들이 비싼 특실료를 감당할만한 부유층(富裕層)들인가?
본인부담액 100% 보장하든 80%를 보장하든 실손의료비에서는 초과이익이 없음에도 실손보험 때문에 환자가 불필요한 장기통원, 장기입원 치료를 받을 이유가 있겠는지, 또 이와 같은 사례가 실재(實在)한다면 그 근거를 제시하라.
가입자가 입원기간을 연장해 금전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사례는 교통사고로 인한 입원치료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교통사고시 자동차보험에서 치료비를 보상받으므로 자동차보험과 중복 보상하는 손해보험의 일반상해의료비와 생·손보 재해(상해)입원일당특약에 가입한 경우 초과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 치료비는 국민건강보험으로 처리하지 않는 만큼 이번 논의의 쟁점이 될 수 없다.
통원의료비는 보상한도 인상으로 '통원→입원전환' 해소실손 통원의료비 특약은 생·손보 공히 일당·회당 보장한도(예: 10만원 또는 30만원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이 한도를 현저히 초과하는 검사비용이 예상될 경우 입원하여 검사받고 비용전액을 실손입원의료비 특약으로 청구하는 사례가 있어 이 경우에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공단에 불필요한 입원실료, 식대 등 불필요한 급여를 청구할 것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만일 이점이 문제라고 검증될 경우 통원의료비 자기부담금을 현행 5천원에서 1~2만원으로 높이고 보상한도(예: 30만원→50만원 또는 100만원으로)를 함께 늘리더라도 보험료는 오히려 인하될 것이어서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도 불필요한 입원이 없어질 것으로 도덕적 해이나 과잉진료를 유발시키지 않는 합리적 제도가 될 것이다.
정작 돈 새는 보험은 '입원특약'... "업계간 정보공유로 중복보상 없애야"실손보험만을 가입한 경우에는 환자에게 초과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나, 대부분의 보험소비자는 실손보험과 입원특약을 함께 가입하고, 또 입원특약 보험을 다수 가입시에도 중복보상하므로 불필요하게 입원기간을 연장하여 초과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도덕적 해이, 과잉진료의 원인이 되는 보험은 실손보험이 아니라 입원특약일 것이다. 이를 정부 정책입안자들이야 놓칠 수 있다 하더라도 생보업계는 이를 모르고 있어서 실손의료비 보장을 제한하자고 주장하는 것인가?
더욱이 생보상품의 3일초과 입원시 (1일당)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의 특성상 초과이익 보험금이 많은 경우 1~3일 입원할 것을 4일 이상으로 연장하는 경우는 실제로 허다하다.
제도를 목적에 맞게 뜯어고치려면 문제가 되는 상품을 손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악화 방지의 목적만을 달성하려고 의도한다면 입원특약 가입내역을 생·손보 전사가 공유하여 가입금액 한도를 일정금액까지 제한(실손보험에서 보상하지 않는 병실료차액 정도로)하도록 규제한다면 불필요한 장기입원으로 인한 문제점은 해소될 것이다.
제도를 개선하려면 제도가 가진 문제점의 본질을 확실히 파악해야 하는 것은 기본일진데, 정부 당국이 헛발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민영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으로 흡수하라손보사에서는 이미 30여 년간 100%실손보험을 판매하여 왔는데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영향이 미쳤다면 그 동안 감독당국에서는 모두 잠자고 있었는가?
생명보험에서 실손보험을 판매하도록 제도개정이 거론되었던 참여정부 시절부터 실손의료비 보장제한도 함께 논의되기 시작하더니 2008년 5월 생명보험사에서 본인부담액 80%를 보상하는 실손보험을 출시한 후부터는 이 문제가 노골적으로 쟁점화되었는데, 왜 하필 생보사 실손보험 허용 시기와 손보의 실손의료비 보장제한 논의 시기가 맞물리게 되었는가?
생보업계 종사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보험소비자들은 선택권을 제한받게 되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유를 헤아리지 못하는가? 심지어 복지부가 생보사의 로비에 놀아나는 것이 아닌지 의혹의 눈초리로 흘기고 있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는가?
정부의 주장은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어떤 근거로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재정악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어떤 근거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의료이용률이 오히려 적다는 조사결과까지 무시하는가?
또 설령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이 사소한 증상일지라도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는다고 백번 양보하여 판단할지라도 이는 병을 키우기 전에 치료받는 예방적 결과로 결국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어서 오히려 장려하여야 할 제도가 아닌가?
이꼴저꼴 보기 싫으면 국민들이 비싼 민영보험에 지출할 재원을 국민건강보험제도로 흡수하는 정책을 짜내라.
국민들이 사보험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치료비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라. 비싼 민영실손보험료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지출하고도 치료비 걱정을 하지 않게 된다면 국민들은 두손들고 환영할 지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보험경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