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사립고등학교가 지난 10년 동안 법정 전입금을 100% 납입해 화제다. 법정 전입금은 학교 전체 예산 중 약 3%에 해당하며, 금액으로는 약 3억 원 안팎이다. 특히 광주지역 사립중고등학교의 76%가 전체 예산 중 재단이 부담해야 하는 법정 전입금을 1% 미만으로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학교의 사례는 더욱 귀감이 되고 있다.
초·중등학교 공시정보 사이트인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는 '2009학년도 사립학교 교비 회계 예·결산 분석'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사립학교의 예산은 재단전입금, 학생 등록금, 정부의 재정결함보조금, 기타 수익자부담 경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에 있는 보문고(교장 정승로)는 2009년도 예산에서 재단 전입금 2억1천만 원여를 확보해 광주시내 사립 중·고교 중 가장 높은 재단전입금 확보율을 기록했다.
보문고는 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한 전체 예산 중 재단전입금 비율에서도 98%를 기록해 광주지역 학교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이 학교는 지난 10년간의 재단전입금 납입비율 역시 매년 100%를 유지해왔다.
보문고의 재단 전입금 납입율이 화제가 되고 있는 까닭은 금호그룹이나 송원그룹 등 지역 굴지의 그룹들이 운영하는 학교 자체 재단 전입금 비율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자신들이 설립한 금호고에 2009년도 전체 예산 중 1%에 불과한 재단전입금을 납입하겠다고 밝혔다. 굴지의 건설회사를 거느린 송원재단 역시 자신들이 설립한 송원고에 학교 전체예산 중 단 0.1%만을 재단 전입금으로 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수목적고로 전환신청을 한 대광여고도 2009년 재단전입금을 430만원만 확보해 전체예산 중 재단전입금 비율이 0.1%에 불과해 전교조 광주지부 등으로부터 자격미달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승로 보문고 교장은 "원래 사립학교 법정 부담금은 내는 게 원칙인데 많은 학교들이 이를 어기고 무조건 정부에 기대기만 해서 문제"라며 "일부 사립학교들이 자신들이 해야할 의무는 방기한 채 권리만 주장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재단 전입금 100% 납입 등의 공로로 우리 학교는 사학기관 우수법인 표창을 여러 번 받았다"면서 "안정적인 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외국어고 전환을 신청한 상태"라고 소개했다.
정 교장은 "내년 신학기에 강원외고와 울산외고가 문을 열면 전국 시·도중에서 외국어고등학교가 없는 곳은 유일하게 광주가 될 것"이라면서 "그동안 서울로, 부산으로 지역의 우수인재들이 모두 유출됐는데 광주에 외국어고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문고의 설립재단인 '보문학숙'의 한 관계자는 "우리 재단은 현재 약 200억 원의 재산을 학교운영을 위해 확보하고 있으며, 그동안 현금으로 투자해온 돈도 70억 원 이상이 된다"면서 "더 이상 사립학교를 사윤 챙기기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건실하게 재정운영을 해온 지방 사립고등학교가 앞으로 지역사회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갈 것인지 교육계 안팎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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