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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는 장이 크네."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천변에 어렵게 차를 세웠다. 그리고 천변을 따라 들어가니, 곧바로 장이었다. 길게 늘어서 있는 가게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활기 넘치게 활동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걸음걸이에서는 힘이 넘쳐나고 있었고,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다.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힘이 났다.

 

  진안장.

 

  전라북도 진안읍에 서는 재래시장이다. 4일과 9일에 서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다. 상설시장이 생활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5일장은 쇠퇴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더군다나 진안은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서는 장도 시원찮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지, 앞으로 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5 일장 정취가 묻어나는
5 일장정취가 묻어나는 ⓒ 정기상

 

  5일장에 대한 추억은 많다. 내 고향에도 5일장이 섰었다. 3일과 8일에 서는 장이 되면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레곤 하였다. 장이 되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바구니를 들고 장에 가셨다. 그리고 돌아오시면 바구니 안에는 물건들로 그득 넘쳐나고 있었다. 그래서 장날은 즐거운 날이었다. 장날이 되면 기분이 좋아지곤 하였었다.

 

  진안 장에는 많은 물건들이 나와 있었다. 수산물에서부터 시작하여 농산물과 갖가지 생활  필수품에 이르기까지 없는 물건들이 없었다. 매실도 있고 하얀 고추 꽃이 핀 고추 모종이며 토마토 모종도 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되살려주기에 충분하였다. 재래시장의 멋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저 꽃은 무슨 꽃일까?"

  "천사의 구슬입니다."

 

  처음 보는 꽃이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예쁜 꽃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주인의 친절한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얼마냐고 물으니, 팔 천 원이란다. 마음이 동하였다. 집에다 가져다 놓으면 참 곱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 원짜리를 꺼내주니, 주인은 웃으면서 삼천 원을 내준다. 천원은 고마워서 깎아준다는 것이었다.

 

  정가제가 몸에 배인 나로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인은 웃으면서 이것이 사람 사는 맛 아니냐고 한다. 잊고 있었던 사람 사는 정을 되살려주었다. 효율성을 너무 강조하다가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음을 깨우쳐주고 있었다. 전통 시장은 시나브로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천사의 구슬 영롱하고
천사의 구슬영롱하고 ⓒ 정기상

 

  전주에서 출발하면서 행선지를 정하지 못하였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 40여년이 되니, 서로가 바빴다. 그래서 어렵게 약속 날짜를 잡았었다. 그런데 정작 만나고 나니,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라디오에서 진안 장이라는 소리를 들은 친구 녀석이 장 구경을 가자고 하였다. 그래서 모두가 동의하였고 진안장을 찾은 것이다.

 

  묵은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으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세월에 삭아진 몸은 생각을 따라주지 못하였다. 물론 건강관리를 잘 한 친구들은 여전히 술을 즐기고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상전이 된 몸을 잘 모셔야 하는 나도 있었다. 그래서 함께 모였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5일장을 돌아보면서 함께 하였던 젊은 날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열정이 넘치던 그 시절의 아름다웠던 일들을 반추함으로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잊는 먼 전설이 되어버린 인생의 뒤안길에서 서성이게 되니, 모두가 한 마음이 될 수 있었다. 시장 사람들의 분위기에 젖어들게 되니, 자연스럽게 지난날들이 펼쳐졌다.

 

  시장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하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행복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행복이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 사람들이 그 것을 증명해보이고 있었다.

 

활기 넘치는 재래시장
활기 넘치는재래시장 ⓒ 정기상

 

  40여 년 묵은 친구들이 오랜 만에 만나서 찾은 곳이 겨우 시장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니었다. 모두가 만족하였다. 그 어떤 곳을 찾았더라도 이런 포만감은 느낄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친구라 할지라도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만족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장터 분위기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마음가짐을 바꾸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하였던가? 큰 것을 추구하다가 얻은 것은 없다. 중요한 것만 찾다가 결국은 빈손뿐이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삶의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결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5일장에서 묵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春城>

 


#5일장#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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