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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주최로 '조중동 불법경품'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주최로 '조중동 불법경품'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흔히 '조중동'으로 불리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세 보수언론의 불법경품 살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역 90개 지국 중 단 한 곳을 빼놓고 89개 지국이 모두 무가지를 4개월 이상 제공하고 여기에 경품까지 나눠줘 신문고시를 어겼다.

 

최근 언론소비자주권연대의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시장경제 흔들기"라고 공격해 온 보수언론 스스로 신문시장을 흔들어버린 셈이다.

 

17일 오전 11시 조선일보사 앞에서 열린 민생민주국민회의의 '조중동 불법경품 중단' 기자회견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들 신문은 선풍기·청소기·전화기 등 현물에서 백화점 상품권과 5만원 상당의 현금까지 제공하면서 독자들을 끌어모았다.

 

민언련에도 이 같은 내용의 시민 제보가 쏟아졌다. 이 중에는 아예 대놓고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현금을 보여주며 "조중동 중 원하는 것을 구독하면 된다, 8만 원까지 경품을 주겠다"고 홍보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한겨레> 지국 12곳도 신문고시 위반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주최로 '조중동 불법경품'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주최로 '조중동 불법경품'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소비자운동이 불법이라고? 조중동 너나 잘하세요" "겉으론 시장경제 운운, 뒤로는 불법경품 살포" 등의 글귀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었다.

 

민생민주국민회의는 기자회견문에서 "조중동은 '신문의 질'에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돈으로 소비자를 매수하는가"라고 꼬집으면서 "불법경품으로 소비자를 매수하고 신문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신문이 무슨 염치로 '시장경제 흔들기'를 운운하며 누리꾼을 공격하는지 그 뻔뻔함이 참으로 놀랍다"고 비난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배강욱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자신이 겪은 신문 불법경품 사례를 소개했다.

 

이사 첫날부터 5명의 신문지국 직원이 차례로 찾아와 1년 무가지에 5만원 상품권을 주겠다며 "조중동 다 있다, 1년만 봐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한 직원은 "<한겨레>나 <경향>도 3개월까지는 무가지로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배 부위원장은 "소비자 매수 행위가 신문의 기조와 내용을 바꾼다, 조중동과 경제신문은 재벌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지금 이들 신문이 비정규직을 죽이는 왜곡편파 보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매년 신문고시 준수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번 조사를 보고서는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신문고시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고포상제가 시작된 지난 2005년 4월 조중동의 신문고시 위반비율은 5~7%에 불과했고 경품 제공 사례는 조사대상 300개 지국 중 6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7월 다시 95~100%로 늘어났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김유진 사무처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중동 눈치를 보느라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한나라당 정권이 탄생하면 신고포상제는 물론 신문고시가 무력화된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4월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신문고시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가 언론단체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 사무처장은 "신문고시를 지켜 현재 마지노선이라도 유지해야 한다"면서 "신문고시 무력화에 맞서 불법경품의 심각성을 계속 조사하고 시민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언론소비자주권연대에게는 '시장질서를 교란하지 말라'고 비난하고 자신들은 '구독자가 가장 많은 신문'이라고 자랑하던 조중동이 실제로는 앞장서서 신문시장의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한겨레>도 불법경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역 30개 지국 중 '무가지 3개월' 혹은 '무가지 4개월 이상'을 제안하며 독자를 모은 지국이 12곳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석운 대표는 "믿었던 <한겨레>에 신문고시 위반 사례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은 행태가 강행된다면 불법경품을 주는 모든 신문에 대해 소비자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한겨레>에 대해 다른 주장을 펼쳤다. 그는 "조중동이 워낙 신문시장을 교란시켰기 때문에 <한겨레>와 <경향>도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뒤따라가는 것이다"면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조중동이 현금까지 줘가면서 소비자를 다 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신문도 경품을 주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문 불법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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