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당혹감과 자괴감이 듭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전환과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강행했다. 이에 앞서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원단체의 시국선언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밝혀 전교조와 정부의 충돌이 다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18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소속 교사 1만7417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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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민주주의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전교조는 18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소속 교사 1만6717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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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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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서 민주주의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전교조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자랑스러운 6월 항쟁의 역사와 가치를 가르쳐야 할 우리 교사들은 국민들의 숱한 고통과 희생 속에 키워온 민주주의의 싹이 무참히 짓밟히는 현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심한 당혹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교조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명박 정권의 독선적 정국운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권의 독선은 민생을 위협하고, 나아가 민주주의와 함께 발전해온 생태와 평화 등 미래지향적 가치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교조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권력의 남용으로 민주주의의 보루인 '언론, 집회, 표현, 결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한 후,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적시하며 비판했다.
"촛불관련자와 'PD수첩'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상식을 넘어 무리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공안권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하는 구시대적 형태가 부활하고 있습니다. 무모한 진압으로 용산 참사가 빚어졌고, 온라인상의 여론에도 재갈이 채워졌습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공헌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이 불법시위단체로 내몰려 탄압을 받고 있습니다. 낡은 토목경제 논리로 아름다운 강산이 파헤쳐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꾸준히 진전되어온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미래가 총체적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교육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전교조는 "'사교육비 절반, 학교만족 두 배'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도리어 무한입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며 "교과서 수정 등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위협받는 등 지난 20년간 진전되어 온 교육민주화를 거꾸로 돌리는 시대역행이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명이 직무 훼손했다면, 낮 12시 이전에 식당 가는 공무원들은?"이날 전교조는 "교원단체의 시국선언은 불법"이라고 밝힌 교과부의 견해도 반박했다.
이들은 "서명운동이 근무시간에 이루어진다 해도 단 몇 분(分) 안에 이뤄지는 서명으로 직무 전념성이 훼손되었다는 주장은 억지"라며 "공무원법의 '성실 의무 조항'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근무 시간 내의 사적인 통화나 인터넷 검색, 12시도 되기 전에 점심 식사를 위해 쏟아져 나오는 정부종합청사 근무자들 모두 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교조는 "국세청 내부에 비판의 글을 올렸다가 파면된 한 세무직원의 사연이나 이번 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당국의 대응은 왜 현 시기에 시국선언이 쏟아져 나오는지를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가 시국선언을 발표한 장소 바로 옆에서는 '반국가교육척결 국민연합' 등 보수단체 관계자 2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시국선언 정치교사 전교조는 학교에서 떠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과 전교조 소속 교사 사이에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