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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덕분에 다시 민주주의가 화두다.

 

2008년의 촛불과 2009년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선택한 것은 사과도 양보도 아닌 국민과의 전쟁이다. 국민장을 치르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자신만의 도피일 뿐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냉혹하고 무모한 승부수일 뿐"이라는 도발적 언사가 나온 이후부터 태도가 확실해졌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서거 정국 이전보다 더 분명하게 전쟁 태세를 갖추고 있다.

 

 용산 참사 150일, 용산범대위 대표자 기자회견. 최광은 사회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용산참사 열사의 시신이 지난 150일 동안 차가운 냉동고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냉동고에 갇힌 것은 열사의 시신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함께 꽁꽁 얼어붙어있다”고 비판하고 “용산참사를 해결하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길이며 국민 모두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용산 참사 150일, 용산범대위 대표자 기자회견. 최광은 사회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용산참사 열사의 시신이 지난 150일 동안 차가운 냉동고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냉동고에 갇힌 것은 열사의 시신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함께 꽁꽁 얼어붙어있다”고 비판하고 “용산참사를 해결하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길이며 국민 모두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 임세환

야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는 국민들이 바라는 대통령 사과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6월 국회에서 언론악법 등 MB악법을 처리해야 한다며 윽박지른다. 또 서울광장을 비롯해 도심 곳곳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불허하고 국민들에게 소환장과 벌금형을 남발하고 있다. 용산 참사 150일이 됐는데 여전히 유족들에 대한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철거민들을 범죄자로 몰고 있다.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나라라면 무조건 민주공화국인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전쟁 불사 분위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 이후 더 강력해졌다. 촛불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지켜보면서 어차피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기는 글렀으니 철저한 보수 입법으로 남은 임기를 보수 지지층 결속의 힘으로 견뎌야만 한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행동한다.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덕수궁 대한문 앞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 분향소 인근에 "학살정권", "독재정권", "살인마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고 "참 끔찍한 일이다. 압도적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을 포악무도한 언어를 통해 정치적 살해를 하는 행위를 좌시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생각이 압도적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 하는 일이 민주주의이고 이를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당과 사람연대가 18일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주장한 것처럼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나라라고 해서 무조건 민주공화국인 것은 아니다. 사회당과 사람연대가 주장한 것처럼 "역대 최저 투표율로 당선되었음에도 반대파를 억압하며 국민 다수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이명박 대통령"이며 "직선으로 뽑혔다고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국민 의사에 반하는 일만 벌이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직선제가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압도적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 운운하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그래서 '다시 민주주의'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독재자"라는 말을 듣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민주주의가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압도적 차이로 당선된 것이 민주주의라고 우기고 있으니 민주주의의 올바른 정의를 두고 논쟁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 확인된 민심에도 불구하고 MB악법을 접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보복정치를 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안 할 수 없다.

 

그래서 '다시 민주주의'가 등장하게 됐다. 최재성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민주당 소속 초·재선 의원들이 아예 이름을 '다시 민주주의'로 하는 모임을 만들고 "이명박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선포했다.

 

'다시 민주주의'의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다. "국민이 탄압받는 현장에서 함께 하면서 이명박 정권에 저항적 방식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1987년 피로 얼룩진 민주화 항쟁으로 일군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있으니 다시 "가장 열정적인 방식으로 국민 곁을 찾아 우리 사회의 해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서울광장의 민주주의를 몸으로 지키고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몸으로 연대하는 방식으로 야성을 더 키우겠다는 '다시 민주주의'는 이명박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1987년 체제의 민주주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의 민주주의조차 박탈당하고 있으니 '다시 민주주의'인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서 '대안 민주주의'

 

그러나 '다시 민주주의'가 1987년 체제의 민주주의라면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반독재 투쟁으로 대통령 직선제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제대로 된 법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일인 것은 맞다. 그러나 '다시 민주주의'에서 그 민주주의는 1987년 체제로부터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함으로써 이미 그 한계를 드러냈다. 1987년 체제의 문제의식만으로 양극화가 민주주의의 조건 자체를 파괴한 것에 반해 국민의 민주주의 욕구는 더 커지고 있는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사회경제적 민주화 없이는, 즉 보편적 복지를 통한 양극화 극복과 대한민국 경제 수준에 어울리는 국민 삶의 질 향상 없이는 정치적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통해서 얻게 된 결론이다. 그래서 '다시 민주주의'보다 더 절실한 것은 1987년 체제의 한계와 이명박 정부를 동시에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 대안 민주주의의 수립이다.

 

민주당 국회의원 모임인 '다시 민주주의'가 광장 민주주의와 함께 주장한 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통해 수권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했던 그 부분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대안 민주주의의 내용을 수립하고 그것으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이른바 진보개혁진영을 개편하지 못한다면 3년 후에도 17대 대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자명하다.

 

17대 대선과 18대 대선 참패의 경험,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독단적 국정 운영은 조만간 반이명박 투쟁 전선을 뛰어넘는 진보개혁진영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일깨울 것이다. 그 시점에서 진보개혁진영의 통합력을 자극하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세력이 수권 가능한 세력임을 입증하는 열쇠도 단순한 선거 공학이 아닌 대안 민주주의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임세환 기자는 얼마 전까지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정치부 기자로 일했으며 17대 대선 때는 금민 사회당 대통령 후보 공보비서로 일했습니다. 이 글은 임세환의 블로그(blog.daum.net/altpress)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민주주의#대안민주주의#이명박#노무현#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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