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고사를 본다고 학생들의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사교육비 문제 등으로 2002학년도부터 폐지되었던 경남지역 고입 선발고사(연합고사)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교육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느티나무경남장애인부모회·어린이책시민연대 등 2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교육시장화 저지를 위한 경남교육연대'는 19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현옥 경남교육연대 집행위원장은 "경남도교육청은 연합고사 부활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긍정 검토한다고 한다"면서 "연합고사를 부활하면 교육 파행이 올 것이며, 20~30년 전으로 후퇴할 것이고, 사교육비 문제며 고입 중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쌓여 중학교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낮다면 그것은 연합고사와 관련이 없고, 관련이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면서 "권정호 경남도교육감은 선거 때 내세웠던 대로, 초심으로 돌아가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국가 전체의 시스템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고, 도교육청이 중앙 정부에 끌려간다"면서 "자식을 생각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연합고사가 부활되면 사교육비는 심각할 것이다. 인간답게 교육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교육연대는 "경남지역 고입 연합고사 부활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교육청은 최근 잇따른 일제고사 성적이 타 지역보다 낮은 이유를 들면서 지속적으로 연합고사 부활에 대한 여론 떠보기를 하고 있다"면서 "연합고사와 학생들의 일제고사 성적을 연계시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경남도교육청에서 실시한 고입 전형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전형유지(중학교 내신)가 반대보다 13% 높게 나와서 연합고사 부뢀보다 무시험 전형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학생들을 시험과 입시 경쟁교육으로 내모는 토끼몰이식 교육분위기와 차기 선거를 앞두고 입장을 선회하는 권정호 교육감의 행태는 연민마저 들게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연합고사를 본다면 학생들의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 "전남광주에서는 고입연합고사가 없지만 지난 3월에 시행된 일제고사 성적 결과는 전국 시도에서 최상위였고, 연합고사와 일제고사 성적이 무관하다는 결과를 광주에서 입증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교육청이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는 원인을 연합고사 부재에서 찾는 것은 아전인수격이다, 지난해 경남지역에서 연합고사와 무관한 초등학생들의 성적이 낮게 나온 것도 연합고사를 치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낯부끄러운 일이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연합고사와 성적 향상을 동일시하고 있는가?"
경남교육연대는 "사교육 시장에 공교육을 내주는 연합고사 부활을 중단하라"며 "교육청은 연합고사 부활 논쟁에 불을 지펴서 결국 연합고사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멈추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연합고사 부활 여부에 대해 경남도교육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지역 일부 시․군교육장과 국공립 고교 교장들이 경남도교육청에 연합고사 부활 건의문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