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바뀌고 있다. 기능과 효율 중심의 도시에서 인간 중심의 도시로, 건설과 산업 중심의 도시에서 문화와 예술 중심의 도시로, 전시형·관조형 도시에서 참여형·체험형 도시로…. 대한민국의 수도답게 선진적인 도시들의 중심에는 서울이 있다. 작은 나라의 가장 큰 도시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와 개선으로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도약하고 있는 서울을 통영시 건축디자인과 공무원, 관내 건축 및 디자인 관계자, 언론인으로 구성된 36명이 동행해 견학했다. 동시에 '아름답고 풍요로운 통영건설'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견학 첫 날지난달 23일 새벽에 통영을 출발한 시찰단이 점심 무렵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덕수궁길에 위치한 서울시청, 이곳에서 디자인서울총괄본부 이재근 차석으로부터 '디자인서울'에 관한 안내교육을 받았다.
'디자인서울'이 추구하는 기본전략은 총 4가지, 비우고·통합하고·더불어 하고·지속가능한 서울이다.
서울시에서는 해당전략을 구현함으로써 쾌적하고 여유있는 공간, 다기능 공공디자인, 시민·전문가·행정의 파트너십 형성, 자연과 인간친화적 디자인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 계획은 2년 전부터 실행에 옮겨져 강남대로 등 상당부분이 아름다운 건축물과 옥외광고물, 또는 녹음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변화했거나 아니면 공정 중에 있다. 이는 이튿날 견학을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미술관 '리움'=교육을 받은 후 삼성미술관 '리움'으로 이동했다. 지난 2004년 삼성그룹이 오랜 기간 모아 온 문화재들을 집대성해 개관한 이 미술관은 우리나라의 고미술과 현대미술, 외국의 근현대미술품이 갖추어져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진귀한 작품들이 모두 진품이라는 사실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고려청자, 이중섭의 '황소' 등 국보급 문화재를 직접 감상한 시찰단에게는 이제 '이 예술적 디자인을 어떻게 통영의 경관조성에 접목시키느냐'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장 현장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쏟아졌다. 미술관 입구의 바닥을 장식하는 다츠오 미야지마의 '경계를 넘어서'라는 숫자 세기 작품에서 숫자를 물고기로 바꿔 횟집거리를 장식하자는 의견(이 아이디어는 통영시 임홍도 건축디자인과장이 제시했다), 데크 위에 설치된 '리움' 간판이 잘 어울린다며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에 활용하자는 의견 등 작은 것 하나도 꼼꼼히 보고 고민하는 모습들이었다.
인천 미래광장·중앙공원=다음에는 인천시청 앞의 미래광장과 음악분수, 그리고 인근에 있는 중앙공원을 견학했다.
낮에도 아름답지만 색색깔의 야간조명으로 인해 야간경관이 더욱 유명한 이곳은 광장과 공원을 가로지르던 인공개울이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 주변이 돌과 조명, 꽃으로 잘 가꾸어져 있어 산책을 하는 데 상당히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나 음악분수는 통영 도남관광지의 분수와 큰 차이가 없어 시찰단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견학 둘째 날둘째 날(24일)은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짧게 관람한 뒤 23일 서울시청에서 안내했던 '디자인서울'을 직접 견학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버스로 이동하는 내내 볼 수 있었던 풍경이 빌딩 사이사이 필수적으로 마련된 조경공간이었다.
도심지일수록 빌딩 일색일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전선 지중화 사업으로 많은 가로수들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훌쩍 자라 당당한 풍채를 자랑했다. 서울숲, 하늘정원, 석촌호수 등 큰 규모의 자연공원도 많아 도심 속 허파역할을 했다.
강남대로 특화거리=서울에서도 아름다운 거리조성사업이 가장 잘 되어 있는 곳은 역시 강남 일대로 오전에는 테헤란로에서 강남역사거리에 이르는 강남대로 특화거리를 방문했다.
대로를 중간에 두고 한쪽 거리는 사업완료, 한쪽 거리는 사업이 시작단계에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이 거리는 건물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거리와 간판이 주가 되는 거리로 확연히 구분됐다.
먼저 사업이 완료된 거리는 양각 형태의 작고 깔끔한 간판, 단정한 보도 등으로 단장됐으며, '미디어폴'이라는 생전 처음 보는 기계가 보도 한 켠에 설치되어 있었다.
미디어폴은 가로등·보행자사인·교통안전표지·분전함 등의 기능과 국내외 유명 미디어 아트 작가들의 거리작품 전시장으로 활용가능한 디스플레이기능, 신문·교통정보·게임·지역상가 정보 등 정보검색기능을 갖춘 세계 최초의 복합 디지털 기계로 설치되자마자 강남대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시설물이 됐다.
멋진 건물들 사이에 노후한 외벽에 띠 모양의 구조물을 설치해 분위기를 바꾼 건물을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건물은 낡았지만 산뜻한 컬러로 포인트를 주고 아기자기한 간판을 덧댄 모습은 재정적으로 열악한 통영의 입장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본보기였다.
이 밖에도 선진사례가 많았지만 특히 모두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었던 건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땅값이 비싸다고 하는 그 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Tongyong building(통영빌딩)'이었다.
통영출신으로 풍해문화재단 이사장인 이철성 박사가 설립한 이 건물은 까만 바탕에 유리로 무늬를 내어 독특한 외관을 자랑했다. 겉모습도 멋있었지만 이렇게 대단한 건물을 통영빌딩으로 명명했다는 점에서 크게 감동받은 시찰단은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선진건축물 견학='Urban Hive', 강남대로에서 볼 수 있으며, 건물 전체에 구멍이 뚫려 있어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디자인 때문에 이렇게 지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 값비싼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기둥을 없애 내부면적을 늘렸고, 높은 건물을 올리다 보니 벽체가 무거워 콘크리트의 양을 줄이기 위해 원형구멍을 냈다고 한다. 누구든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건물을 탄생시킨 원동력은 이런 새로운 시도에 있었다.
또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 타워'는 예술적인 경관조명이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로 폴란드 태생의 세계적인 건축가 대니얼 리베스킨트가 설계했다. 외벽에 덧붙인 대형 원(지름 62m)에서의 빛과 사무실 안의 빛이 섞여 건물이 통째로 하나의 작품이 된다.
다음에는 얼마 전 완공된 신사동의 메디컬빌딩 '신사美타워'를 찾았다. 조명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최첨단 기술, Flood-Up 방식과 Wall-Washer 방식을 채택해 밤에 더욱 아름답고 고층부 테라스와 옥상에는 스카이가든을 조성하여 한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역시 신사동에 있는 '호림아트센터'도 방문했다. 호림아트센터는 국내 3대 사립박물관 중 하나인 호림박물관의 분관으로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매끄러운 원형외관을 갖고 있다. 제 26회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진흙탕을 정화시키는 연꽃'을 형상화 한 작품이다.
통영에 대한 청사진=이 외에 워터게이트 빌딩, 삼성타운 등 건물만으로도 관광명소가 되는 유명건축물들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시간에 쫓겨 오후 4시경 통영으로 출발했다.
비록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견학은 아름다운 통영을 조성하는데 알찬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36명 모두 더욱 발전된 통영의 미래모습을 각자의 눈과 머리에 담아 왔으니까.
깔끔하게 정비된 간판도 봤고 멋진 건축물도 봤고 세계 최고의 미술품도 봤다. 또 낡은 건물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어떤 거리가 시민들이 행복한 거리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제 머리 속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차례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도시를 가꿀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