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얼굴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 갑니다."
"아빠 만나면 힘내시라고 말씀 드릴 겁니다."
"아빠, 꼭 승리하세요라 말씀 드릴 거예요."
한 달 가량 아빠와 남편의 얼굴을 보지 못한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가족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희망'을 안고 평택으로 떠났다. '쌍용차 정리해고반대 창원가족대책위'(대표 권영희)가 20일 오후 창원에서 버스를 타고 평택으로 갔다.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의 가족들이다. 부인 27명과 자녀 36명이 2대의 대형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부인들이 평택공장에서 '옥쇄파업 투쟁' 중인 남편한테 힘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해 아이 손을 잡고 상경한 것이다.
부인들은 아이들과 같이 남편을 만나러 간다는 마음에 한편으로는 들떠 있지만, 정리해고라는 '칼바람'에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는 물음에 가족들은 굳게 입을 다물기도 했다.
이아무개(38)씨는 "초등학생인 아이 두 명과 같이 가는데, 아이들은 매일 아빠가 보고 싶다고 했다"면서 "만나면 열심히 싸워서 이기고 오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아빠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 줄 것이냐고 물었더니 "보고 싶어 죽을 뻔 했다"고 말하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또 한결같이 "힘내세요" "건강하세요", "이기고 오세요"라고 말할 것이라 대답했다.
거의 한 달만에 아빠를 보러 간다고 한 주지환(13)군은 "아빠께 건강하세요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노동자 부인은 "함께 살자고 하는데 왜 회사와 정부는 내 쫓으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평택에 간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한 노동자 부인은 "정부에서 나서야죠. 회사는 희망퇴직서를 쓸 때까지 가겠다는 태세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조정해 주어야 하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평택공장에서 '옥쇄파업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먹을거리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쌀 등을 지원했다. 민주노동당 경남도당과 민주노총 경남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이 여러 물품을 후원했다.
쌀과 양파, 두부, 과일, 커피, 마늘, 토마토, 감자, 멜론, 고추 등을 버스에 실었다.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은 "평택공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투쟁하고 있다 보니 먹을거리가 부족하다"면서 "건강도 많이 나쁜데 먹을거리라도 챙겨 주어야 한다고 보고 모았다"고 말했다.
제해식 전농 부경연맹 의장은 "창원과 진주, 함안, 창녕 등지에서 농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모았다"면서 "노동자와 농민은 서로 어려울 때 도아 왔는데, 그런 차원에서 나서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춘백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현재 평택공장에서 3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옥쇄파업 투쟁을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먹을거리가 부족한데, 금속노조 지부 차원으로 쌀 모으기를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파업투쟁 뒤 평택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다보니 먹을거리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모았는데, 앞으로 물품 지원은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평택으로 출발한 쌍용차 창원공장 노동자 가족들은 남편들과 함께 '정리해고 반대 시위' 등을 벌인 뒤 21일 오후 창원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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