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뱀파이어 소설이 '열풍'이다. 영화, 드라마를 석권한 뱀파이어들이 이제 소설마저 정복할 태세다.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그 소설들이 두루 보일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 인기가 심상치 않다. 베스트셀러 1위가 뱀파이어 소설이며 새로 출간되는 소설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1세기에 뱀파이어 소설이 이렇게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732년에 '뱀파이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1897년에 희대의 히트작 <드라큘라>가 등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었다고 하지만, 그 인기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이것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니다. 왜 그런 것인가. 그들의 '변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 소설의 매력은 '공포'를 준다는 것이다. 실상 뱀파이어 소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기대감도 그런 것이다. 지금도 뱀파이어 소설은 그 이미지를 잘 지켜냈고 현재에도 그것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예르모 델 토로와 척 호건이 함께 지은 <스트레인>이다.

<스트레인>1권 겉표지
 <스트레인>1권 겉표지
ⓒ 문학동네

관련사진보기

<스트레인>은 베를린에서 출발한 비행기 한 대가 뉴욕의 JFK 공항에 착륙하면서 시작한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 꿈쩍도 안하는 것이다. 비행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조용할 뿐이다. 관계자들은 바이러스나 테러를 우려하며 조심스럽게 비행기에 접근하다가 경악한다. 비행기 안의 사람들 모두가 죽은 것이다. 착륙하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비행기 안에는 이상한 관이 있다. 사람들은 그 관을 별 것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 사건이 특이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죽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중에 몇이 되살아나서부터다. 그들은 의사들의 고집에도 아랑곳하지 않게 집에 돌아간다. 그리고 가족의 목을 유심히 본다. 자신들이 왜 그런지를 모른다. 피에 대한 강한 유혹을 느낄 뿐이고 결국 그들은 사악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는가. 온갖 곳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주일이면 맨하튼이, 석 달이면 미국이 어느 종족의 손에 들어갈 처지가 된다. 그 종족은 누구인가? 뱀파이어다.

<스트레인>에서는 뱀파이어가 인간을 공격하고, 공격당한 인간은 또 다른 뱀파이어가 되어 다시 인간을 공격한다. 그 동안 사람들은 이러한 상상을 하며 얼마나 몸서리를 쳤던가. 그러면서도 그 공포심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줄거리는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서 뱀파이어 소설의 매력을 만드는데 빠지지 않을 단골손님이다.

<어두워지면 일어나라>겉표지
 <어두워지면 일어나라>겉표지
ⓒ 열린책들

관련사진보기

이것이 고전적인 것이라면 현대적인 것은 '뱀파이어'를 인간과 동일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샬레인 해리스의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라고 불리는 <어두워지면 일어나라>와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이다. 소설의 주인공 '수키'는 마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저 바에서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그런 그녀 앞에 미남 뱀파이어가 나타난다. 그녀는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도 놀라지 않는다. 뱀파이어가 특수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배척해야 할 존재까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은 수키가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며 겪는 모험을 담고 있는데, 이것은 뱀파이어소설의 진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소수자'로 그렸기 때문이다. 인간과 어울리고 싶지만 완전하게 어울릴 수 없는 뱀파이어를 그림으로써 동정심과 애틋함을 만들어낸다. 굳이 비유하자면 백인과 흑인의 차이처럼 보인다고 할까?

이 소설 속의 뱀파이어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피가 좋다고 소문나서 인간들로부터 '피'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며 인간의 모략을 받아 죽을 위기에 처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인간과 어울리고 인간과 사랑에 빠진다. 이 소설에서 뱀파이어는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트와일라잇>겉표지
 <트와일라잇>겉표지
ⓒ 북폴리오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변화가 절정에 달한 것은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영화와 소설 모두 최고의 인기를 얻으며 역대 뱀파이어소설 중에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완벽한 외모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뱀파이어 연인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와 비슷한 면모를 지닌 것 같지만, 뱀파이어의 매력은 이 소설이 한 수 위다.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의 뱀파이어는 인간을 닮은데 반해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는 완벽한 외모와 능력, 그러면서도 쿨한 성격을 지녔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존재다. 거의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여성들이 꿈꾸는 판타지적인 '연인'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시리즈의 뱀파이어는 사랑스러울 뿐, 무섭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다른 뱀파이어들 때문에 생기는 위험스러운 일들도 사랑을 위한 시련으로 생각될 뿐이다. 변신도 이런 변신이 없다. 이제 뱀파이어는 거의 완벽한 연인이 된 것이다.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정말 '격세지감'이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뱀파이어 소설의 인기는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그 답 또한 그들의 변화에 달려있는데, 그 또한 심상치 않다. 소설 속의 그들이 치열하고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 소설의 열풍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되는가? 그건 그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참으로 오랫동안 변화하려 했고 이제 막 그것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니까.


스트레인 1

기예르모 델 토로 외 지음, 조영학 옮김, 문학동네(2009)


태그:#뱀파이어 소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