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생활을 하다보면 가장 큰 곤욕이 바로 냄새다. 특히, 남자들만 모여서 생활하는 군대내에서는 더욱 심한 편이다. 더군다나 여름에는 무더운 날씨 탓에 군복을 입고 있다 보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은 말도 못할 정도다. 게다가 외곽경계근무를 서고 내무반에 들어오는 병사들을 보면 군복이 땀에 젖을 정도여서 땀냄새는 극에 달한다.
하여 군대내에서도 냄새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선풍기 하나에 의존하다보니 냄새는 사라질 줄 모르고... 요즈음은 내무반마다 일명 '자동분사기'라 하여 설정해 놓은 시간마다 일정하게 방향제가 뿌려지는 장치를 벽에 달아 그나마 예전보다는 내무반 공기가 많이 개선되었다.
그렇지만, 일과시간 동안 각종 교육훈련을 받느라 땀에 찌든 젊은 병사들의 땀냄새를 없애기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내무반에는 선풍기 몇 대만 설치되어 있어 '짬밥'이 안되는 병사들은 땀을 식히기도 쉽지 않고, 바닥에 물을 뿌려 내무반 온도를 내리려는 노력도 가상하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또한 수증기로 변하면 다시 또 금방 더워져 마치 찜질방을 방불케 할 정도이다.
또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병사들에게 중대나 소대 단위로 샤워도 시켜보지만 20여 명이 생활하는 내무반을 감안하면 금방 또다시 등줄기에는 땀으로 가득차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름만 되면 내무반은 땀냄새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나 땀에 젖은 전투복보다도 하루종일 뛰어다니며 훈련을 받다보니 병사들이 신는 전투화에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냄새가 온 내무반을 어지럽게 만든다.
전투화 냄새를 없애기 위해 10원짜리 동전을 넣어보고, 땀을 방지하는 파우더를 뿌려 봐도 땀에 찌든 전투화 냄새를 막기란 불가능한 듯 보인다. 게다가 면으로 된 군용양말은 땀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전투화속 냄새가 그대로 배어 있어 내무반에 들어와 전투화를 벗는 순간은 자기 냄새인데도 참을 수 없는 역겨운 냄새에 헛구역질을 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처럼 갖은 방법을 다 써봐도 냄새를 완전히 없애기란 불가능하다. 수십 년간 군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냄새 잡는 노하우 만큼은 전해내려 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군대짬밥(소위 '군생활한 기간'을 일컫는 말)도 냄새는 잡을 수 없었나보다.
냄새만 나면 다행인데, 그로 인해 생기는 병은 병사들에게 이중고
이렇듯 단체생활을 하는 군대에서 냄새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다. 하여 냄새가 특히 심한 병사들은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특히, 기나긴 무더운 여름밤을 다닥다닥 붙어서 잠을 자야하는 내무반의 특성을 고려하면 냄새가 심한 병사 옆에서 잠을 자는 병사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코를 골거나 이를 가는 병사 옆에서 자는 것보다 더 심한 고통일 것이다.
냄새도 냄새지만 그로 인해 땀띠와 습진, 무좀 등의 전염병에 걸린 병사들은 이중고를 겪게 된다. 심한 병사들을 보면 발에 물집이 커져 걷지 못할 정도의 중병(?)을 앓는 병사도 있다.
예전에는 전염병에 걸린 병사들은 통상 내무반 한쪽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그곳에서만 생활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줬고, 내무반에서 신는 슬리퍼도 슬리퍼에 표시를 해서 그 병사만 신을 수 있도록 해서 격리시켰다. 더 심한 병사는 치료를 받고 완치될 수 있도록 의무대에 후송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군대에서도 병사들을 생각해 국군통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든가, 본인이 원할 경우에는 병가를 신청해 군병원이 아닌 외부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준단다.
훈련소는 냄새는 '최악'
땀냄새와 전염병 이외에도 실내에서 교육을 하다보면 최악의 극한상황(?)에 도달하게 되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야전부대에서 보다 갓 군에 입대한 신병들이 주축을 이루는 훈련소에서 더욱 심하다.
부대의 넓은 강당에서 교육을 받는 야전부대와는 달리 훈련소는 한 개의 내무반에 120여 명이나 되는 인원이 들어가다 보니 통로도 없을 만큼 빼곡이 들어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땀냄새는 물론 생리현상을 참지 못해 이기적으로 소리 없이 가스를 분출하는 병사들이 있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소리 없는 가스가 독하다는 걸 알 것이다.
누군가가 소리없이 가스를 방출하면 한동안 교육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냄새를 빼느라 내무반이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다.
요즘 인기 예능프로인 K본부의 '1박2일' 프로그램에서 이수근의 방귀를 자주 뀌고 냄새가 유독심해 '장트라불타'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훈련소 교관시절 '소리없이 강하다'고 해서 '레간쟈'라는 별명을 붙여 준 한 병사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신병들이 정신교육 교관 임무를 맡고 수십 강의실을 순회하며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별의별 병사들을 다 만나게 되는데, 이 중에서 내가 직접 별명을 붙여 준 한 병사가 있다.
처음 교육을 할 때는 몰랐는데, 몇 번 교육을 진행하다보니 범인(?)이 바로 그 병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첫 교육이 있던 날. 그 때도 요즘처럼 무더웠던 여름날이었다. 가뜩이나 막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 노곤해지는 시간이라서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조는 병사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던 그 때 신병들의 잠을 확 깨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군가가 소리없는 가스를 배출했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심했던지 침까지 줄줄 흘리며 졸음에 빠져 있던 신병들이 하나 둘 인상을 쓰며 깨어나는 게 아닌가.
지시봉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내가 가지고 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총동원해도 깨어나지 않았던 신병들의 두 눈을 반짝 뜨게 할 정도의 위력적인 냄새였다. 화생방 가스도 이보다는 약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교육을 하고 있던 나까지도 밖으로 나가기에 이르렀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냄새가 빠지고 다시 강의장으로 들어와 사건의 주범(?)을 찾기에 이르렀다.
"누구야? 한방에 교육 분위기 깬 놈이?"굳이 범인이 손을 들지 않아도 누군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모든 신병들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똑같이 먹었는데 왜 니 냄새만 그렇게 심하냐?""... ...""앞으로 방귀 뀌려면 애기하고 소리내고 껴. 알았어? 몰래 뀌니까 더 심하잖아?""예. 알겠습니다.""널 앞으로 '레간쟈'라고 부를 거야, 알았어?""????""소리없이 강하다. 알았냐?""큭큭큭큭"다른 신병들은 웃느라 정신없었고, 당사자인 그 신병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변했다.
강의실 전체를 뒤집어 놓은 이 사건 이후로 난 이 부대에 강의를 갈 때면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레간쟈! 너 화장실 갔다 왔어?"하고 확인하고 나서 교육을 시작하기도 했다.
등줄기를 타고 쉴새 없이 흘러내리는 땀과 땀냄새의 고통, 그리고 이로 인해 생기는 부수적인 전염병, 또 기습적인 가스의 공격(?)에 이르기까지 냄새로부터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면서 국가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다시 한 번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지금도 내무반이 개인 침상으로 탈바꿈하는 등 장병들의 복지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땀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한 군 생활이 하루빨리 땀에서 자유로워지는 날이 올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