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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인비는 인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했지만, 지금 한국사회를 보면 마치 '퇴행과 반목의 역사'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은 노무현 서거 이후 마치 그가 민주주의 그 자체라도 된다는 듯 이명박과 비교하며 민주주의 회복을 강하게 부르짖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소통부재, 법치를 앞세운 과도한 공권력 탄압과 언론장악 시도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일어난 극심한 위기감에서 기인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공포정치'의 말로가 종국엔 어떠했는가를 지난 역사로부터 배우고, 선거를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권력이란 오만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모든 것에 우선해서 주권자인 국민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민주정부라면, 그 어떤 경우에라도 결코 주권자인 국민을 이기려고 해서는 안되는 법입니다. 국민은 당신들 적이 아닙니다!

민주회복을 부르짖는 국민들은 이제 좀 냉철하게 돌아보고 목표와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나갈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슬픔과 분노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는 것입니다.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이 우리에게 비통과 충격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시 권력자였고 기득권적 삶을 살다간 한 사람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의 시대가 휩쓸고 간 깊은 상처들은 여전히 아물지 못하고 고스란히 남아 우리 민중의 삶 속에서 더욱 악화되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를 우리 자신과 일체화하는 상징적 단어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바로 '비주류' 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또다른 기득권적 시각이 제공한 상징적 프레임에 불과합니다. 한때 최고 권력자 위치에까지 올랐던 대통령 노무현의 삶이, 어떻게 피지배계층으로서 영원한 비주류일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의 처지와 같은 것일 수 있겠습니까. 그는 이미 개인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주류를 실현했고, 주류적 삶을 살다 갔으며, 사회계급적으로도 이미 주류인 것입니다. 감성적으로 동일화 한다고 해서 결코 현실에서 동일화 될 수 없는 것이란 말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처지를 우리들의 처지와 일체화시켜서 마치 그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하는 듯한 외침과 요구는, 결국 그가 살아서 가지고 있던 영향력에 비례해서 또 다른 정치적 주류인 그의 측근들과 그의 정파에 대한 정치적 헤게모니만을 강화시켜 줄 뿐이지(지배계층 권력 강화), 정작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냉철한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난 역사로부터, 지난 시절의 후회들로부터 우리 피지배계층인 민중들이 포착하고 각성(覺醒) 해야 할 중요한 교훈입니다. 이제 더이상 단지 '퇴행과 반목의 역사'를 위해 우리 민중의 피가 의미없이 희생되어선 안됩니다.  

즉 우리의 민주주의가 지난 역사에서 단지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획득하기 위해 투쟁하고 타협해온 역사라면, 이젠 주권자인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 자신의 이름을 걸고, 좀 더 많은, 그리고 좀 더 나은 우리들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 비록 방향성과 뚜렷한 목표없이 진행되었기에 잠재적 실패로 끝났지만 - 작년 '촛불집회'를 돌아보면 내용면에서 정치인이나 어떤 정파적 입장을 배제하고, '우리 자신의 것을 위해서, 우리자신 만으로, 우리 자신의 것을 당당히 요구'했던, '민중직접정치', '민중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최초의 시도였으며 우리 민중사로 봤을 땐 상당히 의미있고 값진 쾌거 였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이야말로 우리민중이 곧 토인비의 말대로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 올바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 '민중'이란 말은 일견 한물간 운동권적 용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나 나는 이것이 피지배계층인 우리 자신의 계급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지배계층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국민', '국민직접민주주의'라는 말보다는 '민중', '민중민주주의'라는 말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보기에 가급적 이 용어를 제 글에서 만이라도 일관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니 혼동 없으시길 바랍니다. 다음 글은 '[2] MB정권은 참여정부와 이란성 쌍둥이' 편으로 이어집니다


#민중직접민주주의#노무현#이명박#토인비#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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