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MBC 제작진 기소와 작가 이메일 공개에 이어 'MBC 경영진이 총사퇴할 만한 일'이라며 경영진 사퇴압박을 가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엄기영 MBC 사장이 "매우 우려스러운 일로써 유감스럽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퇴진 여부는 내가 결정하니 흔들리지 말고 일하라"고 22일 밝혔다. (<미디어오늘> 6월 22일)
MBC 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서울고법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보도한 일부 내용을 정정·반론보도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18일 서울 중앙지검 형사 6부는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 고법의 판결, 검찰의 기소내용에 대해 양측의 찬반양론이 팽팽하며, 작가 개인 이메일까지 공개한 것에 대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기간 중 발행된 영남권 일간지 <매일신문> <영남일보> <경남도민일보> <부산일보> <국제신문>등에서 이 사안을 사설로 다룬 것은 <매일신문>뿐이다.
<매일신문> 주장의 대부분은 '법원 판결'과 '검찰 기소'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MBC>에 대해선 "PD수첩 제작진은 불의에 항거하는 투사인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정부 비판은 언론의 사명이다. 어떤 경우도 사실에 입각할 때 성립한다. 의도에 맞춘 것만 짜깁기 하고 사실을 비틀어 대는 것은 언론의 길이 아니다"라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사설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사실에 입각'하라는 <매일신문>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근거가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인권문제 등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18일 사설 <'PD수첩'판결에서 MBC가 새겨야 할 교훈>과 19일 <멋 모르고 PD수첩 각본에 놀아난 셈이라니>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강하게 질책하고 있다.
두 사설 논거의 핵심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보도'다.
18일 <'PD수첩'판결에서 MBC가 새겨야 할 교훈>에선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정정보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두 가지 내용도 정정보도하라고 명령했다. '미국서 인간 광우병 발병해도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 '협상팀 미국도축시스템 몰라' 두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1심과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하라고 판결했다"며 "MBC는 법원의 정정반론보도 명령을 신속하게 따라야 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또한 19일 <멋 모르고 PD수첩 각본에 놀아난 셈이라니>에서 "정부 비판은 언론의 사명이다. 그것은 어떤 경우도 사실에 입각할 때 성립한다. 의도에 맞춘 것만 짜깁기 하고 사실을 비틀어 대는 것은 언론의 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PD수첩 대표작가의 이메일에 대해선 "정치적 의도가 분명, 국민의 건강권과 알권리로 포장한 거짓 선동의 광기"라고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정확한 사실보도'를 주장하고 있는 <매일신문>, 그렇다면 같은 사설에서 해당 신문이 제시한 또 다른 내용은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18일 <'PD수첩'판결에서 MBC가 새겨야 할 교훈>에서 "정확한 사실보도로 올바른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며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 지난해 촛불시위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이 3조 7513억 ▲ 이번 주 방송된 PD수첩 시청률은 5%로 같은 시간대 프로 중 꼴찌. ▲ PD수첩 뿐만 아니라 MBC 보도프로그램 시청률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등.
첫 번째, 촛불시위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이 3조 7513억. 누구의 시각에서 계산되었고, 그 함수관계가 정확한가?
<한겨레신문>은 지난해 9월 27일 <'이상한'촛불비용 3조 7천억>을 통해 "피해액 산출 방식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여러 면에서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의 주체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이며 지난 5월부터 8월15일까지 열린 촛불집회로 인한 직접 피해액이 1조574억원, 사회 불안정으로 발생한 국가적 손실액은 2조6938억원에 이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용산출방식의 허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 '노사분규=촛불집회'라는 시각으로 피해액을 계산, 사회 불안정에 따른 거시경제적 비용(1조8천억원)으로 추정 ▲ 직접 피해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업손실(상인 피해 9천억원). 이 수치는 2005년 종로 일대 상인 300명을 대상으로 '최근 3년 동안 시위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느냐'는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평균 피해액에다 서울 소공동·을지로·종로 지역 전체 상거래 업체 수를 곱한 뒤, 다시 촛불집회가 열린 날을 곱해 나온 것. ▲ 시위진압 전·의경의 인건비를 시간당 1만273원으로 계산해 815억 원을 피해액으로 추가. 하지만 전·의경의 한 달 평균 월급은 10만 원 가량으로, 시급으로 따지면 400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 ▲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광고 피해액(310억 원)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계산법에 논란이 많아 '의도적 자료 왜곡' 우려를 받고 있는 자료를 '정확한 사실보도'라고 보긴 어렵다.
두 번째, 이번주 방송된 시청률은 5%로 같은 시간대 프로 중 꼴찌.
이 내용 역시 '정확한 사실보도'라고 보기 어렵다. 동일시간대 방영되는 서로 다른 장르의 프로그램 시청률을 비교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이번 주라고 하면 6월 16일(화) <저작권에 걸린 아이들/한예종의 시련>을 말한다.
<영남일보>16일자 21면에 제시된 에 의하면 밤 11시대 KBS1TV는 뉴스라인, TV문화 展, KBS2TV는 상상+, MBC는 PD수첩, SBS는 긴급출동! SOS24 등이 방송되었다.
SBS는 긴급출동! SOS24는 방송될 때마다 포털사이트 메인에 등록되거나 여론을 일으키는 즉 원래부터 시청률이 높았고, KBS2TV는 '상상+'는 오락프로그램이다. 시간대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시청률을 균등하게 비교해 '시청률 꼴찌'라고 제시하는 것이 '정확한 사실보도'라고 할 수 있을까?
세번째, PD수첩 뿐만 아니라 MBC 보도프로그램 시청률이 하강곡선.
<매일신문>은 "PD수첩뿐만 아니라 MBC 보도프로그램 시청률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광우병 보도에서 보듯 균형 잃은 보도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상실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우리나라의 시청률 조사기관은 AGB닐슨 미디어 리서치, TNS미디어코리아, 두 곳이 있고, 일간, 주간, 월간 시청률 20위까지만 공개하고 있다. <매일신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MBC 보도프로그램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는 없지만, 최근 방송된 PD수첩과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을 본다면 '시청률 하강곡선'이라고 보긴 어렵다.
AGB닐슨 미디어 리서치에 5월 12일~6월 2일까지 순위 20위에 공개된 시청률에 따르면 5월 12일 5.7%, 5월 19일 6.4%, 5월 26일 10%, 6월 2일 8.9% 등이었다.
또한 TNS미디어코리아 홈페이지 자료를 요약해보면 시청률은 정치현안 등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변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청률이 하강곡선'이라는 경향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광우병 보도에서 보듯 균형 잃은 보도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상실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매일신문>측 주장도 근거가 모호하다.
<매일신문>은 19일 사설에서 "정부 비판은 언론의 사명이다. 그것은 어떤 경우도 사실에 입각할 때 성립한다. 의도에 맞춘 것만 짜깁기 하고 사실을 비틀어 대는 것은 언론의 길이 아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매일신문>18일자 사설은 이 문제의식에 충실한가? 비판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한다면 스스로 '당당하다'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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