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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이 일선 유치원, 초중고교와 지역 교육청 등에 공문을 발송, 권정호 교육감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도록 해 선거법 위반 시비를 낳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권 교육감은 케이블방송사인 CJ헬로비전경남방송(사람이있는풍경)에 출연해 20분간 대담했다. 경남방송(창원마산), 가야방송(김해)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총 7차례 매일 저녁 시간대에 이 방송을 내보냈다. 권 교육감은 2008년 12월 민선으로 당선했으며,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일선 학교 등에 권정호 교육감이 출연한 방송을 시청할 것을 공문으로 보냈다. 사진은 "경남교육 정책 홍보방송 시청 협조" 공문 일부.
경남도교육청은 일선 학교 등에 권정호 교육감이 출연한 방송을 시청할 것을 공문으로 보냈다. 사진은 "경남교육 정책 홍보방송 시청 협조" 공문 일부. ⓒ 윤성효

도교육청은 지난 17일 도교육청 부서와 지역교육청, 도직속기관, 단설유치원, 공사립 초중고교, 특수학교에 "경남교육 정책 홍보방송 시청 협조"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케이블방송사와 채널, 방송 일자, 요일, 시간을 명시해 놓았다. 도교육청은 "권정호 교육감이 출연하여 경남교육 정책에 관한 대담방송이 있으므로 소속 전 직원이 방송을 시청하여 경남교육 정책의 방향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교육정책이 아니라 대부분 출연자 개인사 다룬 내용"

또 도교육청은 교육청 내 방송을 통해 방송을 시청하도록 알렸다. 도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을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란에도 올려놓았다.

도교육청은 경남교육정책에 관한 대담방송이라고 했지만, 상당수 내용이 권 교육감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는 "교육정책 내용이 아니라 출연자의 개인사나 신변잡기를 다루고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지부는 "20분 중 2~3분 정도만 교육정책을 다루고 대부분의 시간을 성장과정, 조부모와의 관계, 출마 동기, 제자와 관계, 아내의 어려움, 가족관계 등을 다루고 있다"면서 "도교육감의 개인 신변잡기에 가까운 내용의 방송물을 경남 전역의 학교에 공문을 보내어 소속 직원이 시청하라는 도교육청의 처사는 행정체제를 개인화시키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이 공문을 발송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하는 지적이다. 전교조 지부는 "학교 현장은 하루에도 수십건의 공문처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쏟아지는 공문처리로 수업결손과 행정력 감소라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학교의 현주소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교육청에서도 교사들의 업무경감을 위해 불필요한 공문은 발송을 자제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교육감의 방송출연까지 알리는 공문을 학교로 발송하는 것은 도교육청 스스로가 지침을 어기는 행위이며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전선거운동?... 경남선관위 "경위 파악한 뒤 판단"

도교육청이 이같은 공문을 보낸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교조 지부는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도 공문을 올려놓았는데, 이는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생에게도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권정호 교육감은 내년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교조 지부는 "사전선거운동 여부는 선관위에서 가릴 일이지만,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매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출마를 고려하는 도교육감은 불법선거운동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처신을 해야 할 것"이라며 "더이상 경남도민들은 교육계가 불법선거 시비로 얼룩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공문이 나가게 된 경위를 확인한 뒤 법 위반 여부를 파악할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86조, 25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규정과 판례, 선례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만약에 지방자치단체장이 그런 공문을 보냈다면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할 수 있지만 교육감은 다르게 판단하는 측면이 있어 더 따져 봐야 하고, 애매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경남선관위는 24일 인터넷으로 대담방송을 보고 검토했다. 방송 내용과 관련해, 선관위 관계자는 "내용은 같은 사람이 본 건대 별 차이가 없다"면서 "교육정책 방향도 일정 있고 개인 신상에 관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선거법 저촉 여부 자문 구하지 않아"

경남도교육청 총무과 관계자는 "대담방송에 교육정책이 들어 있어 홍보 차원에서 교육가족들이 보아야 한다고 보고 공문을 보냈던 것"이라며 "전임 교육감도 방송에 출연했을 때 공문을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 저촉 여부를 문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년 선거가 1년 이상 남아 있고 해서 공문과 관련해서는 선거법 저촉 여부에 대해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 공보담당은 "해당 언론사의 대담 요청이 있어 응했으며, 사전에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교직원들한테 교육정책 이행에 도움을 삼도록 안내한 것으로, 통상적인 업무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정책에 대해 교직원 연수 등을 통해 알리기도 하지만, 현장에 뿌리 내리기까지 속도가 느리다"면서 "교육정책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안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영진 전 경남도교육감(현 한국국제대 총장)은 "교육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간혹 연초나 연말에 지역방송사에 출연해서 설명한 적은 있었지, 공문을 통해 시청하도록 알린 적은 없다"고 밝혔다.


#선거법 위반#권정호#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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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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