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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 늬우스 '대화가 필요해-가족여행편' 문화체육관광부가 25일 <대한늬우스>동영상 2개를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대한 늬우스 '대화가 필요해-가족여행편'>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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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게 하고, 집회·시위 좀 하려고 하면 차벽으로 막아서는 대한민국. 열 받아 극장을 찾아도 이젠 영화 한 편 제대로 감상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과 문화에도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며 멀쩡한 대학총장을 쫓아내더니, 이번엔 까맣게 있고 있던 <대한늬우스>를 극장에서 우격다짐으로 부활시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한 <대한늬우스 - 4대강 살리기>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토목공사인 '4대강 살리기' 홍보물이다. <대한늬우스>는 오늘(25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52개 극장, 190개 상영관에서 상영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3일 전국 285개 공공기관장을 불러 모아 반강제로 4대강 사업을 홍보한 적 있다. 민방위 훈련장처럼 출석체크도 했다. 그리고 이젠 극장을 찾은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보기 싫어도 4대강 홍보물을 봐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정책을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코믹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는 걸 실제로 증명해 보이는 정부에 실소를 터뜨리고 있다. 홍보물보다 정부가 하는 일이 더 코미디 같다는 지적이다. 이러다 <대한늬우스>가 칸 국제영화제에 초대됐다는 뉴스까지 나오게 되는 건 아닌지.

▲ 대한 늬우스 '대화가 필요해-목욕물편' 문화체육관광부가 25일 <대한늬우스>동영상 2개를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대한 늬우스 '대화가 필요해-목욕물편'>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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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의해 밀려난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1983년에 발표했다. 이 시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 애국가를 들어야 하고 <대한늬우스>를 봐야만 하는 시대를 서늘하게 그리고 있다.

시가 발표된 지 벌써 26년. 우린 다시 극장에서 <대한늬우스>를 봐야 한다. 정말이지 새들도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갈 판이다.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그나저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밀어낸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읽어나 봤을까? 문화를 좀 안다는 그들을 위해, 그리고 다시 극장에서 <대한늬우스>를 봐야 할 우리 국민들을 위해 황지우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전문을 올린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영화가 시작되기 전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태그:#4대강 살리기,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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