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의 상품이나 현금을 동원한 '맨투맨'식 영업방식을 저희 집 근처에서 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평소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 어느 날 퇴근할 때 갑자기 궁금하더군요. 조·중·동이라고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나마 조금 나아보이는 <중앙일보>와 경제신문을 함께 구독한다면 양심을 팔고 조·중·동을 구독하는 나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으로 여겼죠.
"아저씨, 어디 신문이에요?" 딱 한번 물어봤을 뿐인데 영업사원은 전철역 앞에서부터 아파트 안까지 저를 따라왔습니다.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싫다는 사람을 어르고 달랬습니다. 정말 안방까지라도 따라올 것처럼 집요했습니다.
처음엔 3개월 무료에 마트 상품권 또는 현금 5만 원을 보여주면서 <동아일보> 구독을 원했지만 도저히 양심상 <동아일보>를 구독할 수는 없었습니다. 경제신문을 구독하려 했다 했더니 경제신문도 함께 넣어주고 무료 기간도 6개월로 늘려주겠다고 하더군요.
이 건만 성사되면 자신도 오늘 영업종료하고 퇴근할 수 있다며 통사정하기에 어쩔 수 없이 구독신청서에 사인을 하고 현금 5만 원을 받은 후에야 무사히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날부터 신문 두 부가 새벽에 배달되었고 저는 경제신문만 보다가 <동아일보>도 보게 되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조중동이라는 신문의 논조를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동아일보>의 기사 내용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신문의 구독자라는 걸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당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 기간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4~5일 만에 <동아일보> 지국에 전화를 걸어 구독해지를 신청했고 사은품으로 받은 돈을 무통장입금으로 송금했습니다. 비로소 '보이지 않는 사슬'에서 양심이 해방되었습니다. 감개무량하고 정말 기뻤습니다.
사은품에 혹해 6개월 무료 기간을 거쳐 월 1만5천 원을 내는 저같은 구독자가 모여 조중동의 오만한 펜에 힘을 실어줍니다. 최소한 방조자는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구독해지'라는 행동을 보여줬습니다. 그들에게 시원한 펀치 한방을 날렸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조·중·동 구독자이신 분들, 함께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