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직접 말문을 열었다. 6월 29일 주례 라디오 방송에서 '한반도 대운하는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언론은 한반도 대운하를 포기하는 선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MB, 대운하 포기 발언의 이면
그러나 진실은 다르다. 한반도 대운하를 포기한 것은 지난 해 촛불 민심 때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이미 선언한 내용을 다시금 들고 나와 왜 또 선언할까? 최근 한 여론기관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 국민 70%는 혈세 20조~30조원 이상이 투입되어야 하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 늬우스'를 만들어 4대강 사업을 홍보하고 사전 연구비의 30%를 홍보비에 투여해도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민심이 변하지 않자 다급해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한반도 대운하 포기' 발언이다. 한 가지 국가사업을 두고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대통령의 이 말을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명박 대통령을 더욱 몸 달게 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과연 4대강 정비사업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한반도 대운하사업 포기는 4대 강에 운하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운하를 하지 않겠다면 20조~30조 원이 넘는 토목사업을 벌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먼저, 이명박 대통령 발언대로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3년 6개월 남은 임기동안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백두대간에 터널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 등 4대 강을 연결하겠다는 '대운하 구상'은 할 수도 없고 할 의미도 없다. 그래서 한반도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 이미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 아는 사실을, 더구나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이미 한번 했던 선언을, 오늘 다시금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라면 이는 오히려 그동안 비밀리에 대운하사업을 추진했다는 반증일 뿐이다. 대통령 스스로 '양치기 소년'임을 자임한 셈이다.
한강-낙동강 잇지 않겠다는 것이지, '운하' 자체 포기 발언 아니다
다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강과 강을 연결하는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지 '운하' 자체를 포기하겠다고 말한 것이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운하사업 자체를 포기했다면 강바닥을 파헤칠 필요도 없고 보(댐)를 만들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5.7억㎥의 강바닥을 파고, 20여 개가 넘는 보(댐)"를 만드는 것이다. 낙동강의 경우 전 구간의 강바닥을 파서 평형화시키고, 낙동강 본류에만 10개가 넘는 보(댐)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엄청난 대공사를 통해 결과적으로 강의 수위를 6m 높이겠다는 것이다. 수위가 6m면 2500톤급 선박 운행이 가능하다.
강바닥을 파고 보(댐)로 물을 가두면 수중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고 먹는 물로 이용하는 강물의 수질 또한 악화될 것이 뻔한 이치인데 왜 이런 무모한 사업을 벌이려고 하는가? 운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먹는 물을 강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사업이다. 이미 각 지자체에서는 4대강 사업을 한강 운하, 낙동강 운하, 금강 운하, 영산강 운하라고 부른다.
운하인데도 운하가 아니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인정할 수도 없지만, 운하가 아닌 4대강 정비사업은 과연 용납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강바닥을 파고 댐을 막으면 강은 죽는다. 4대강이 죽으면 우리 국민 2/3의 식수원도 없어진다. 따라서 이 사업은 '강 살리기' 사업이 아니라 '강 죽이기'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을 살리려는 것이 아니라 강을 대상으로 거대한 토목사업을 벌이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진심으로 운하를 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나온 것이라면 4대강 사업 자체도 포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할 수 없는 사업인 강과 강을 연결하는 운하, 즉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4대강 내부의 운하사업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길을 보로 막아서 한강 수질 좋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한강) 잠실과 김포에 보를 세우고 수량을 늘리고 오염원을 차단하고 강 주변을 정비하면서… 모래무지를 비롯해 온갖 물고기들이 잡힌다고…"하면서 잠실 수중보와 김포 수중보를 건설해서 한강이 깨끗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초 정부 마스터 플랜 발표 때는 4대강에 16개 보(댐)를 만든다고 하더니 10여일 만에 갑자기 22개로 보(댐)의 개수는 늘어나고 낙동강 본류에만 10개의 보(댐)을 새로 건설하고, 지천까지 합하면 100여개의 보를 만든다고도 한다.
진실을 밝히지 않으니 우리의 강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한 대로 한강에 보를 만들고 시멘트로 강을 정비하면서 한강의 수질은 과연 좋아졌을까?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한강 수질이 그나마 좋아진 것은 90년대 후반부터 심각해진 수질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강생태계 보전과 수질개선 대책을 수립하면서 막대한 국민세금이 투입되고 난 이후부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한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가 만들어진 80년대에는 한강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는 스스로 잠실수중보에서 취수한 물을 이용하지 않겠다며 한국수자원공사와 법정소송을 벌인 바도 있다. 지금도 잠실수중보에서 취수한 물은 팔당상수원에서 취수한 물보다 수질이 나쁘다. 육상으로부터 오염원이 차단되지 않은 채 흘러야 하는 물이 보(댐)로 인해 막혀 자연정화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와서 보를 만들고 강을 정비했기 때문에 수질이 좋아졌다고 주장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강과 소통하라
이명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운하를 포기했다면 다음과 같이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하여 국민의 식수원인 4대 강에 운하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강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수질을 악화시키는 정비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획된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모든 세부내용을 공개해서 국민들로부터 점검과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한 늬우스'의 코미디 홍보물과 떡볶이 서민행보가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고 강과 소통하는 진정어린 자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