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족, 단세포 생물이 되다
얼마 전 휴대폰을 분실했다. 토요일 밤부터 월요일까지 이틀이 채 안됐던 시간이지만 그 시간동안 난 모든 관계로부터 단절되어 절해고도에 홀로 유배된 듯 거대한 공포를 맛봐야만 했다. 휴대폰에 모든 정보가 입력되어 있기에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할 수 없었고 그 누구로부터도 연락 받을 수 없었다. 현대의 바쁜 일상은 모든 사람들의 행동반경을 확장시켜 놓았기에 사무실이나 집으로 누군가를 찾아간다고 해서 만난다는 보장이 없었다. 나의 일상만이 아니라 누군가와 연계된 일상은 그 순간 정지상태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정보와 통신의 장악과 그 정보와 통신, 편리함에 익숙해진 인간들은 서로를 이어주는 연계망이 끊어진 순간 만능을 자랑하던 멀티인간이 아닌, 무능력한 단세포 생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가장 염려가 되었던 것은 수백 명은 족히 넘는 이들의 연락처였다.
이틀을 넘기고 부랴부랴 새로 휴대폰을 장만해 분실된 휴대폰에 저장되었던 번호를 되찾을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서너 달 동안의 통화 내역을 뽑아 번호를 새로 저장하는 방법이 있고 만일 번호 저장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면 번호를 되찾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개통을 해봐야 안다고 했다.
발신정지만 시켜두었기에 같은 번호로 개통을 해봤더니 500여 개의 번호가 그대로 살아있다고 했다. 그 순간 난 단숨에 단세포 생물에서 멀티족으로 진화를 했고 이틀간의 시공간의 유배로부터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하지만 휴대폰의 노예로 전락해 휴대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머리털이 쭈뼜 섰다.
개인용 컴퓨터와 모바일이 일상화된 것은 20년 남짓인데 초고속 인터넷보급율은 ITU 통계상 4위안에 휴대폰보급율도 10위안에 들어있다. 대한민국은 어느새 IT 최강국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은 유치원 아이들도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 휴대폰 보급률 100%를 넘어선 유럽만이 아니라 대한민국도 점차 집전화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용 모바일과 서로 다른 생활시간대와 생활반경으로 인해 집 전화가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세계 IT 와 정보 최강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나 북미, 유럽의 미래 전망은 끝없이 밝은 것일까?
괴물 정부 짐승(Beast)의 탄생과 인간 통제
당신은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 요즘 스크린을 통해 조만간 모든 사람들은 획기적인 칩으로 교체를 하게 될 것이라 선전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새로운 칩이라? 꼭 바꿔야하나? 어째 정부가 점점 더 구속적이 되어가는군"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 당신은 머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쥐고는 당신의 불경한 생각을 빅브라더스에게 들켰다는 사실을 알고 공포에 몸을 떤다. 조만간 당신은 모종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일주일, 아니 어쩌면 이주일 정도 당신 머릿속에 내장된 칩은 작동을 멈추게 될 것이고 당신은 모든 일상으로부터 단절된 채 그 시간을 홀로 보내야 할 것이다. 당신은 물건을 살 수도 없고 사무실에 출근을 할 수도 없으며 다른 이들을 방문할 수도 없다. 당신에게 정보를 읽어 낼 칩의 작동이 꺼진 상태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신은 어쩌면 의사 죽음의 상태에서 다시는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삼키며 살아야 할 것이다.
위글은 앞으로 다가올 괴물 세계정부가 개인이 삶을 어떻게 통제하고 예속시키는지 가상으로 그려본 것이다. 국가의 개념을 넘어 지구촌 전체를 통치하려는 보이지 않는 정부의 마지막 목표는 인간의 뇌나 몸속에 쌀톨만한 전자 칩을 심어 인간의 생각과 행동 영역 모두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생각까지 통제당하는 세상이 오면 인간은 로봇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
<시대정신>은 인간의 역사 발전 이래 유럽이 마지막 목표로 꿈꾸는 하나의 정부, 보이는 정부의 뒤에서 정부와 개인을 조종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괴물의 정체에 대해 자각심을 일으키도록 경종을 울린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정보를 먼저 움켜 쥔 이들이 지배 세력으로 군림해왔다. 그들은 모든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을 통째로 지배하고 싶어 하는 집단세력이 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을 통제한다. 처음에는 인간의 심리적 약점을 자극하는 종교를 등에 업고, 다음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지배욕을 등에 업고 인간을 통제하는 가지가지 방법을 생각해 인간을 지배한다. 그들의 마지막 목표는 전 인류를 노예로 삼아 자신들이 다스리는 것이다.
사실 그들로서는 누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는지. 누가 수상이 되는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융, 언론, 정보, 통신, 교육제도 등 인간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통해 정부 자체를 손아귀에 쥐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첨단 정보에 열광하며 정보를 마구잡이로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정보에 더 많이 노출되고 정보 통제를 더 많이 받는 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모든 정보와 첨단 기기로부터 멀어지는 길만이 인간을 인간으로 살게 하는 것일까? 원시시대로 돌아가 먹을거리부터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체 생산해 내면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노예의 삶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해방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당신 자신 안에 있다. 모든 체제와 기기들은 인간의 생각으로부터 만들어졌다. 이제 당신은 당신이 깊숙이 들어선 사회로부터 물리적. 정신적으로 당신을 멀찍이 떨어트려 놓을 필요가 있다. 문명의 이기가 주는 편리함으로부터 돈, 권력, 명예가 가져다주는 만족으로부터. 무엇보다 당신이 늘 접하고 있는 매체로부터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 구원받을 길은 진실을 직시하고 인간성 회복을 통해 옆 사람과 연대 하는데 있다. 앞뒤의 또 다른 너와 나를 뒤돌아 보지 않은 채 개인의 욕망을 쫒아 멈추지 않고 질주한다면 당신은 권력자가 파놓은 노예의 깊은 수렁에 빠져 영원히 구원받지 못할지 모른다.
" 내가 가장 혐오하는 말이 '음모론' 이다. 음모론은 내가 필연을 모를 때까지만 음모론이며, 부당한 권력의 역사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우연의 역사는 없다. 내가 밥 먹고 잠자고 꿈꾸는 것까지도 모두 필연이다. '시대정신'은 수많은 음모론에 단순히 하나 더 추가시키는 게 아니라 수백 년 동안 무대 뒤에서 은밀히 비국과 세계를 움직여온 추악한 권력의 실체를 추적하고 밝혀내기 위해 만든 것이다." - 피터 조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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