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집회와 시위에 대해 강경진압으로 일관하며 달아나는 시민을 방패로 목과 머리를 가격하고, 기자들의 취재마저 원천봉쇄해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으며 궁지에 몰린 경찰이 보수언론의 힘을 빌려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하려는 것일까?
금일(6월 30일) 일부 보수언론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지방경찰청이 촬영하고 편집해 제공한 '시위대 폭력' 동영상에 대한 기사를 일제히 실었다.
"6·10 도로점거 시위 그날, 경찰도 '동네북'이었다" (동아일보)
"시위대가 경찰에 폭력행사" 경찰, 불법시위 동영상 공개 (조선닷컴)
보수언론은 이날 기사에서 "지난 10일 시위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는 교통경찰과 시위 진압 경찰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을 가했다. 한 50대 교통경찰은 시위대에게 멱살이 잡힌 채 끌려 다녔고, 한 시위 참가자는 20대 교통경찰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장면도 잡혔다. 또 'PRESS'라고 적힌 흰색 헬멧을 쓴 사람은 경찰을 향해 금속 사다리를 휘둘렀고, 얼굴이 찍히지 않는 한 사람은 캠코더가 달린 철제 받침대로 경찰 헬멧을 내려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나는 지난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각종 집회와 시위현장에서 시위대와 경찰 모두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시위대가 경찰에 가한 폭력을 옹호하려는 생각은 없다.
전후 상황은 무시하고 경찰 주장만 충실히 전달
하지만, 6월 10일 당일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던 기자로서 경찰에서 제공한 일방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보수언론의 보도에 대해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글을 쓴다.
당시 일부 시위대가 서울광장 앞 인근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자 남대문 방향으로 향하던 차량들이 시위대를 피해 U턴을 해 그 자리를 황급히 빠져 나가려고 했다. 이에 도로가 꽉 막히자 일부 시위대가 나서서 차량을 U턴 시켜 되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일부 교통경찰들은 이 차량들에게 시위대가 점거한 도로 쪽으로 계속 직진하라고 수신호했다.
하지만 한참 멈춰서 있던 차량들은 U턴을 시도하려 했다. 그러자 한 교통경찰관이 운전자를 향해 '불법 U턴을 했다"며 면허증 제시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교통경찰관들이 서로 욕설을 퍼부으며 몸싸움이 시작됐다. 이렇게 발생한 충돌이 보수언론에 의해 '경찰이 동네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경찰 방패에 맞는 사진기자 모습은 '거두절미'
또 이날 한 사진기자는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얼굴을 맞아 쓰고있던 안경이 부러지면서 눈가에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계속해서 방패를 사정없이 내리치며 사진기자들을 몰아냈고 이에 항의하는 기자들의 눈에 최루액을 뿌렸다. 이 과정에서 사진기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해 경찰을 향해 취재용 사다리를 휘둘렀다. 취재용 사다리를 경찰을 향해 휘두른 것을 옹호하려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찰의 폭력에 눈가에 부상을 입은 사진기자 소식과 사진기자들의 정당한 취재행위를 폭력적으로 막으며 폭력을 유발하게 한 경찰 행위에 대해서 보수언론은 침묵했다. "경찰이 먼저 방패를 휘둘러 방어 차원에서 대응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식으로 경찰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보도하며 기자의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해 눈가에 부상을 당하고도 보수언론과 경찰로부터 '폭력기자'라는 낙인이 찍혀 버린 해당 사진기자는 이후 해당 지역에서 작전을 펼쳤던 경찰기동단으로부터 사과와 함께 파손된 안경 그리고 치료비 일체를 보상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진기자는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경찰의 폭력에 의해 눈가에 부상을 당하고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액까지 맞다보니 순간적으로 흥분해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당시 나의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경찰도 사과하고 보상까지 한 상태에서 당시 찍었던 채증자료를 이용해 해당 모습만을 부각시켜 편집하고 공개했고 일부 언론은 앞뒤 사정을 전혀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폭력기자'로 만들어 기사화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해당 동영상 자료를 제공한 곳이 바로 경찰이었으니 경찰이 비난받을 만한 화면을 보여줬을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상의가 다 벗겨진 한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끌고 연행해 가는 경찰의 모습, 강도 등 강력범에나 사용해야 할 호신용 3단봉을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모습은 없었다.
'방패 가격' 언론사는 좌파매체?
또한 경찰이 방패로 시민의 머리와 목을 가격하는 장면을 촬영해 보도했던 인터넷매체 <민중의 소리>를 '좌파매체'로 규정했다. 그리고 달아나던 시민의 머리와 목을 방패로 가격한 경찰측의 입장을 실었다. 경찰은 "11중대가 도로에서 불법 점거하고 있는 시위대를 막는 과정에서 박모 소대장을 시위대가 붙잡아 얼굴 등을 집단 폭행하자 부대원들이 이를 구출했고 이후 부대원 2명이 폭행 시위자를 발견해 방패를 공세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경찰의 해명만을 기사화했을 뿐 경찰이 맨몸으로 달아나던 시민의 머리와 목을 방패로 가격한 폭력성과 불법성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침묵했다.
아무런 방어능력 없이 달아나던 시민들에게 "경찰 그들이 방패로 머리와 목을 가격할 수 밖에 없었는지 경찰의 일방적인 변명"을 기사화하며 그 폭력을 정당화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금일자 보수언론의 기사를 보면서 사진촬영을 하는 나는 겁부터 났다.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진기자'의 폭력이 부각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요즘 엄청나게 심한 경찰의 집회와 시위현장에서의 '취재 제한'과 '봉쇄' 가 더욱 더 심해져 '죽어나겠구나' 하는 걱정이 생긴다.
하지만, 기자는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 한다. 한쪽만의 일방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것은 직업 기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 현장에서 발로 뛰어 취재하고 촬영하고 쓰여진 기사만이 독자들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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