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의 '어리둥절' 행보가 뒷말을 낳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이튿날인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 의원은 돌연 '의원직 사퇴' 배수진을 쳤다.
# 의원직 사퇴 '깜짝선언'... 동료 의원들도 "왜그래?"
조 의원은 "오는 5일까지 비정규직 개정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퇴하는 게 맞다"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못을 박았다. 자유선진당 간사인 권선택 의원까지 끌어들여 "권 의원의 사퇴서까지 한 장에 써서 내가 갖고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조 의원의 '깜짝 선언'에 동료 의원들도 놀랐다.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말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이 의원직을 사퇴한다는 말은 보통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역구 의원이) 사퇴하려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진정성을 꼬집었다. 실제로도 현직 의원이 사퇴서를 내 본회의 의결을 거쳐 의원직에서 물러난 일은 극히 드물다.
권선택 의원도 "조 의원이 '개정안이 처리 안 되면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말해 결의를 다지는 차원에서 맞장구를 친 것"이라며 곤혹스런 미소를 지었다. 권 의원은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덧붙였다.
# 비정규직법 '기습상정' 시도 무리수... 민주당 "무효, 기네스북 오를 해프닝"
이날 오후엔 비정규직법을 '기습상정'을 시도하는 무리수를 뒀다.
조 의원은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개의 요구를 거부했다며 국회법 50조 5항(상임위원장이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회피하는 경우 위원장이 소속되지 않은 다수당 간사가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는 규정)을 들어 2분 만에 법안 147건을 일괄상정했다.
민주당은 곧장 "무효"라며 맞섰다. 추 위원장은 "명백하게 회의 진행을 거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회의진행 의사를 밝혔다"고 반박했다. "조원진의 2분 해프닝",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 야당과 긴박 협상 와중 박근혜 전 대표 배웅하러 공항행
조 의원은 전날인 6월 30일 저녁엔 돌연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입길에 올랐다. 몽골로 떠나는 박근혜 전 대표를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조 의원은 대구 달서병이 지역구로, '친박'이다.
김재윤(민주당)·권선택(선진당) 등 야당 간사들과 긴박한 협상을 하던 와중이라 당내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선진당이 사업장 규모별로 법 시행 시기를 다르게 적용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해 양당 지도부의 의견을 듣고 다시 만나자며 헤어진 뒤였다. 약속 시각인 오후 8시 30분을 불과 40여 분 앞뒀는데도, 인천공항에 있었던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그 상황에서 공항에 나가 얼굴을 내밀었어야 했느냐, 그건 박 전 대표도 원치 않은 일일 것"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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