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소속 유한식 연기군수가 2일 열릴 예정이던, 행정도시사수대책위원회의 정부와 한나라당을 상대로 한 '행정도시 사수를 위한 연기군민 투쟁선포식'을 무산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도시사수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연기군은 30일 오후 6시 9분경, 2일 조치원 군민회관에서 갖기로 한 투쟁선포식이 연기됐다는 문자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주요 지역 주민들에게 일제히 발송했다.
하지만 이때는 주최 측인 대책위가 한 달여 동안 대회준비를 해온 데다 행사공지는 물론 각 언론사에 취재를 요청하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고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던 때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약 4000여 명이 참석해 주민 등 200명이 집단삭발 결의식 및 릴레이단식에 돌입하는 등 세종시설치법 제정을 미루는 정부와 한나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투쟁선포식 연기 결정' 문자를 접한 지역주민들은 물론 대책위 상임 위원 등 내부 관계자들조차 진위 확인을 위해 술렁였다.
확인결과 이 문자는 유한식 연기군수가 주도해 연기군의회 의장과 행정도시사수대책위원회 위원장에게 의견을 물어 행사 연기를 결정했고, 군청 실과장에게 이를 문자를 통해 알리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연기군민들 "누가 군수에게 집회 연기 권한 줬나, 지역주민 무시하는 것 "
이에 대해 행정도시사수대책위 내부에서조차 "누구도 유 군수에게 집회를 자의적으로 연기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며 "군수가 체계적인 내부 논의와 합의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소속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를 듣고 지역주민들이 준비중이던 행사를 무산시킨 것은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특히 행정도시사수대책위 홍석하 사무국장은 유 군수와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행사를 무산시킨 데 대한 항의의 뜻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논란이 일자 유 군수는 1일 해명을 통해 "어제(30일) 오후 (자유선진당 소속) 국회의원들로부터 '투쟁선포식'은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결과를 지켜보고 전략적으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군의회 의장 및 대책위위원장과 상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종시 설치법은 어찌됐든 국회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인데 국회의원 뜻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고 국회를 뒷받침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군수는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어떤 거래나 요구도 없었다"면서도 "어제 통화한 사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행정도시사수대책위원회 조선평 위원장도 "어제(30일) 군수와의 대화에서 뜻을 전해 듣고 국회의 움직임이 예전과 다른 분위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집회를 연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정된 집회 연기 결정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진 부분에 대해 연기군민과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지역정가에서는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과 국회등원과 관련 모종의 합의를 하면서 세종시설치법 처리 등에 대해서도 상호 밀약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자유선진당, 무슨 얘기 속닥였길래...
지방살리기 범국민대회 추진위원회는 "6월 국회에 명분없는 등원의 뒷거래 여파 및 자유선진당의 전략적 접근론이 유 군수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는 결국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 2중대임을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즉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를 개최해 세종시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이 때문에 소속 의원들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연기읍에 사는 박 모씨는 "연기군민을 도외시한 채 벌어진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 간 세종시설치법 처리를 놓고 모종의 합의를 했고, 이에 따라 정부와 한나라당을 성토하기 위한 군민대회를 연기군수가 나서 무산시킨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결론적으로 군민의 의견을 무시한 자유선진당 국회의원과 연기군수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기주민들은 세종시 특별법 제정이 표류 조짐을 보이고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기관 변경계획고시가 늦어지자 강도 높은 집단행동 계획을 천명했다.
특히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는 2일 행정도시예정지인 연기군 조치원읍 군민회관 앞에서 '행정도시 정상추진과 정부기관 이전 변경고시 실행을 위한 연기군민 투쟁선포식'을 열고 정부와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또 이날 대회에서는 조선평 대책위원회 위원장, 연기군의회 의원, 주민 등 200명이 집단삭발 결의식을 갖고 릴레이단식과 행정안전부 청사 앞 1인을 벌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기군의 '집회 연기' 휴대폰 문자 발송으로 이날 대회는 잠정유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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