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이 시국선언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혐의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전임자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합니다. 언론에 보도에 따르면, "전교조 경남지부장 등 핵심 간부가 전교조 본부 차원의 시국선언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 및 성실, 복종의 의무를 어겨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간부에 대한 고발과 함께 시국선언에 서명으로 참여한 도내교사 1000여 명에 대한 주의나 경고 등 징계절차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같은 교과부의 시국선언교사 징계, 고발에 대한 반대의견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당과 시민, 사회단체들이 앞 다투어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징계, 고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학교수의 시국선언과 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이중 잣대, 사상과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리영희 명예교수는 최근 우리의 인권 상황을 '파시즘 초기'라고 비판하였고, 국제엠네스티 역시 "한국인권상황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고발은 바로 이런 인권상황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경남 교육감 블로거 간담회에서 권정호 교육감을 만나 본 저는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고발이 과연 소신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로거들이 질문한 학교운동장 인조잔디, 우유 강제급식, 독서인증제, 일제고사 등에 대하여 비교적 확신에 찬 '소신'을 밝혀주었습니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지지자였던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민선 교육감이 교과부 지시에 따라 처리한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고발은 과연 소신이었을까? 아니면, 선출직이긴 하지만 공무원으로서 불가피한 선책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국선언 교사 고발, 민선 교육감 소신일까?
최근,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도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고발'을 교과부 지시대로 처리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은, 권정호 경남 교육감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힘을 합쳐서 교과부 방침의 잘못을 지적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보니 사실상 총대를 메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김상곤 경기 교육감에 앞서서, 경남교육감이 먼저 시국선언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해 버렸더군요.
참 아쉽고 실망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블로거 간담회에서 만난 권 교육감은 적어도 자리가 탐이 나서 교육감에 출마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여러 가지 교육현안에 대한 철학과 입장은 달랐지만 양심과 상식을 가진 '지식인'임에는 분명해보였습니다.
그러나, 교과부 지침을 앞장서서 시행한 경남교육청의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검찰 고발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기대는 무너지고 실망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남에만 8천 명이 넘는 제자 교사를 둔 교육감의 '양심과 상식'에 따른 판단이라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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