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쫑 언제 나와?""글쎄. 나올 기미가 안 보이네.""마늘이 다 쓰러져가고 있잖아."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올라가는 마늘을 볼 때마다 아이들은 내게 물었다. 마늘쫑이 언제 나오냐고. 난들 아냐고?
마늘 농사라는 건 태어나서 처음 해 본 일인데 난들 알리가. 아니, '농사'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내 대답은 궁색하기만 했다.
마늘쫑 때문에 마늘을 심기로 하다살던 곳을 떠나오면 떠나온 곳이 그립다. 그 땅에 발 붙이고 살면서 먹었던 하찮은(?) 음식 마저도 그립고 또 그립다. 이런 음식 가운데 두 딸이 먹고 싶어하는 게 있었다. 바로 마늘쫑이었다.
"엄마, 나 어렸을 때 매운 마늘쫑 잘 먹는다고 어른들한테 칭찬 들었는데.""나도 마늘쫑 좋아했는데."한국을 떠나온 지 겨우 4년. 하지만 아이들은 벌써 한국 음식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한국 사람이 많지 않고 한국 시장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여기서 두 시간 정도 가면 그런 것을 살 수 있는 한국 시장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참에 한국에서 먹었던 것들을 직접 재배해 보기로 하고 첫 품목으로 마늘을 선택했다. 마늘농사를 어떻게 짓는지 전혀 몰랐던 나는 인터넷을 통해 '공부'를 하고 손바닥만한 작은 텃밭에 마늘을 심었다.
그게 바로 지난 해 11월 10일이었다. (관련 기사:
미셸 오바마가 텃밭 간다고? 내가 먼저야 )
과연 싹이 날 것인가. 어설픈 농삿꾼(?)은 매일 아침 걱정스럽게 텃밭을 내다보며 관찰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늘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추위와 폭설 가운데에도 마늘은 의젓하게 땅밑에서 싹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마늘의 성장은 봄이 되면서 더욱 눈에 띄었다. 하루가 다르게 키가 올라갔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 키 크듯.
그런 마늘을 보면서 나는 마늘쫑도 같이 나오는 줄 알았다. 인터넷에 올려진 '진짜' 농삿꾼들의 마늘쫑 사진처럼.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마늘쫑 언제 나오는 거야?마늘은 잎도 커지고 굵어졌다. 하지만 마늘쫑은 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했다.
"엄마, 마늘쫑 언제 나와?""글쎄, 곧 나오겠지. 기다려보자."하지만 내 마늘 농사는 마늘쫑 줄기 하나 구경 못한 채 막을 내려야 했다. 부쩍 자란 마늘이 옆으로 드러 누우며 노쇠현상을 보였기 때문에. 결국 마늘쫑은 포기한 채 한국에서 공수해 온 호미로 마늘을 캐야 했다.
'오, 놀라워라!'
마늘 '한 톨' 심었던 자리에 마늘 '한 통'이 들어 있었다. 도대체 몇 배로 불어난 거야? 마늘을 캐면서 혼자 탄성을 질렀다. 잘 자라준 마늘이 고맙기도 했다.
캐낸 마늘은 현재 장아찌를 담기 위해 껍질을 벗기고 씻어두었다. 일부는 올 가을 농사를 위해 보관 중이고. 보관용 마늘을 준비하면서 친정어머니가 했던 '마늘 묶는 작업'을 어설프게 흉내냈다.
"와, 엄마도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농부들의 직거래 장터)에 나가 마늘 팔아도 되겠네.""함께 나가볼까? 내가 팔 테니 넌 곁에서 '달러' 받고 있으면 되겠네."첫 농사인 마늘 농사는 그런대로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원래 마늘쫑을 바라고 심었던 지라 아이들의 실망이 크다.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셈이라고나 할까.
그나저나 왜 우리집 마늘쫑은 안 열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