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려면 '야성적 충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고전경제학의 핵심용어인 것처럼 케인스의 '야성적 충동'은 자본주의에 내재된 불안정성을 설명하는 새로운 시각의 핵심 용어이다."- < 야성적 충동 > 본문 중에서 -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애커로프와 에일대 경제학과 교수인 로버트 쉴러의 공저 < 야성적 충동, Animal Spirits >(2009년 6월, 랜덤하우스)은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 30여 년간 경제학의 주류를 형성해온 경제학의 대전제인 '인간의 합리성과 이기성'이라는 시장주의(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근본 가정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원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은 스피리투스 아니말리스(Spiritus Animalis)라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야성적이라는 단어는 '마음의' 혹은 '생기에서 나온'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근본적인 정신에너지나 생명의 힘을 가리킨다. 하지만 현대경제학에서 야성적 충동은 다소 다른 의미를 지닌다. 경제에 내포된 불안정하고 일관성 없는 요소를 말하며, 사람들이 모호성이나 불확실성과 맺는 독특한 관계를 가리킨다.
경제 용어로 '야성적 충동'을 첫 사용한 사람은 경제사상가 존 케인스이다. 그는 1936년에 쓴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야성적 충동'을 인간의 비경제적 본성을 가리키는 개념이라고 명시했다. 그는 심리적 요인이야말로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보았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행동경제학을 기반으로 쓴 <야성적 충동>은 케인스 생각의 실마리를 최근 6년간 진행된 세계 경제의 흐름에 대입시켜 그 실체의 중요성을 이 책은 명쾌하게 복원하고 있다.
특히 저자들은 기존경제학에서 완전히 무시되거나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되는 자신감(Confidence), 공정성(Fairness, 공직자만이 아닌 모든 경제 주체들의), 부패(Corruption), 화폐 착각(Money Illusion), 이야기(Stories, 인간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세상을 이해하는가를 일컫는) 등의 요소들을 경제학의 핵심부라고 강조한다.
케인스 표현에 따라 이들 요소들을 '야성적 충동'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최근 세계 금융 위기를 포함한 금융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 경기순환, 실업, 물가, 저축, 투자, 심지어는 인종차별 등 기존의 경제학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들에 대해 통찰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야성적 충동이 야기하는 과잉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자본주의 창의성이 온전히 발휘되는 무대 제공과 야성적 충동이 야기하는 과잉을 통제해야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가 개인의 이익추구 활동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믿음이 영국에서는 대처주의, 미국에서는 레이건주의의 형태로 구현돼 전 세계의 국가 정책에 영향을 비쳤다. 정부는 관대한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케인스주의의 균형 잡힌 가정을 대체했다. 대처와 레이건이 권력을 잡은 지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러한 시각이 야기한 문제들을 목격하고 있다. 어떤 한도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월스트리트는 과잉에 만취해 버렸고, 이제 세계는 그 결과에 직면해 있다." - 머리말 '경제의 작동 원리, 야성적 충동이론' 중에서 -
주류경제학의 대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경제이익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고려했다. 하지만 비경제적 동기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비합리성 및 오류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케인스가 표현한 '야성적 충동'을 간과하게 된 것이다.
<나쁜 사마라아인>의 저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도 강력히 이 책을 추천하고 있다. 그는"이 책은 시장주의 경제학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신자유주의적인 시장 만능주의를 극복하려면 어떤 식으로 경제를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오한 성찰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 조지 애커로프는 런던 이코노믹스쿨 경제학교수와 브루킹 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역임하고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캠퍼스에서 경제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스펜스·스티클리츠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로버트 쉴러는 예일대 경제학 교수와 예일대 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이다. 칼럼 등을 통해 오바마 정부에 보낸 냉철한 의견들은 매번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 모두에게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옮긴이 김태훈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대기업 마케팅 분야에 근무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감수자 장보형은 한신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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