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안쪽에 자전거 도로를 만드니까, 자전거와 사람 모두 힘드네요." 황순남(여,42)씨는 자전거 도로 때문에 좁아진 인도를 걸으면서 말했다.
인도 안쪽에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노원구의 한 전철역 ◯번 출구 앞. 안 그래도 지나는 사람이 많다. 노원구청은 이 인도의 반을 쪼개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때문에 이곳은 자전거와 보행자들과 노점상이 한 데 섞여 복잡하다. 이 좁은 인도를 7월 4일 오후 1시 38분부터 48분까지 10분간, 137명의 사람과 13대의 자전거가 지나갔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던 이정훈(남,42)씨도 "인도 안쪽에 있어서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곳의 사진을 찍다보니, 근처 노점상 할아버지(남,60)가 찾아와 제지한다. 자전거 도로를 정비하기 위해 월요일에 구청에서 단속 나온다는 것. 이들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으로 기사화되면, 찍힌 노점상들만 피해가 온다고 했다. "이 곳에서 10년을 넘게 노점을 했는데, 자전거 도로가 생긴 후 길이 좁다고 장사를 못하게 해요. 정부에서 책임도 안지면서(먹고 살게 해주는 것도 아니면서)요. 생계가 어려운 고령자들이라,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이곳을 지나던 유시호(남,49)씨. 앞에서 세게 달려오는 자전거들을 보면서 "위험하다"고 말한다. 자전거 타는 사람도 불만이다. 여가 때뿐만 아니라, 출·퇴근할 때도 자전거를 즐겨 탄다는 김민혁(남,43세)씨. 그는 자전거도로와 인도 사이에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유모차 피하고, 다니는 사람들 피하고, 노점상 피하고…. 불편하죠."
작은 시장이 연결된 다른 역 근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전거 거치대가 여럿이고, 여기에 세워놓은 자전거도 많아 자전거 이용이 활발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거리에서는 노점상뿐 아니라, 인근 가게들이 내놓은 물건들까지 인도에 나와 있다. 이곳도 물건을 사러 멈추는 사람들과, 지나다니는 사람들, 자전거들이 뒤섞여 복잡했다.
차도 옆 자전거 도로도 불편이런 불만에 대해 노원구청 교통지도과 이인훈씨는 "앞으로 만들 자전거 도로는 차도에 설치하려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차도를 줄이면서 교통량에 문제가 없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노원구에는 상계 14단지 사거리(동일로 길)부터 의정부 방면으로 한 블록 정도에 차도에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던 김영미(여,37)씨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봤는데 불편하다"고 말한다. "자전거 도로가 이어지다 끊어지다 하는데 뭐(차량이나 사람 등) 나올 것 같아요. 또 옆에 칸막이가 있지만, 차 바로 옆이라 겁나고."
자전거 운전자 최창식(남,57)씨도 자전거 도로가 "썩 잘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자전거 도로가 좁아서 반대 방향에서 온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합니다. 또 자전거 도로가 인도 가운데 있다가 갑자기 차도로 연결되니까 불편하죠."
동일로 길 주변 자전거 도로는 차도 때문에 중간 중간 끊겨있다. 근처에는 차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주유소도 있다. 때문에 자전거를 세게 타고 달리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순식간에 멈춰서야했다. 도로도 넓지 않고, 특별히 관리하는 신호등이나 사람이 없어 접촉사고가 우려된다.
제각각 다른 형태의 자전거 도로들이미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의 형태는 제각각 다르다. 우선 위치별로 인도의 안쪽, 인도 가운데, 차도 옆 등으로 나뉜다. 또 중간 중간 자전거 도로가 차도 때문에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끊겨있기도 했다. 한 블록에는 자전거 도로가 있다가도 길 건너서는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일반인이 쉽게 자전거 도로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자전거 표식이 없는데도 도로나 인도 전부가 빨갛게 칠해져, 자전거 도로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인도 안쪽에 하얀색 자전거 표시만 있는 곳도 있다(이 경우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였다).
도대체 자전거 도로는 어떤 기준으로 어디에 만드는 것일까. 노원구청 교통지도과 박영찬씨는 "하나로 정해진 기준은 없다"고 답했다. "경찰서에서 주변 환경(차선 수, 도로 폭, 주변 교통량, 사고위험, 주차문제 등)을 고려해, 자전거도로 설치 가능구간인지 결정합니다."
자전거는 인도와 차도 중, 어디서 타야할까?자전거 도로는 자전거만 다니는 길일까, 사람도 다닐 수 있을까? 이는 자전거 도로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자전거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전거 도로는 3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차도 및 보도와 분리하여 설치한 자전거전용도로. 둘째,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 셋째, 자전거자동차겸영도로이다.
교통지도과 이인훈씨에 따르면, 자전거 전용도로를 보행자가 걷는 것은 금지되어있다. 또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을 시, 자전거가 인도를 달리는 것도 금지된다. 그렇지만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에서는 자전거와 보행자 모두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전거 도로가 없을 때 자전거는 어디에서 타야 할까? 이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도에서 자전거를 탄다. 그러나 도로 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량'이다. 즉,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가 없으면 차도에서 달리는 것이 원칙이다.
교통지도과 이인훈씨는 만약 "자전거가 사람을 치는 등 사고가 나면, 자전거 타는 사람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이때 고액의 벌금을 내거나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자전거보행자 겸영도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 때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가? 자전거도로 조성사업은 녹색정책의 일환이다. 교통량을 감소시켜 교통체증 및 온실가스배출을 줄이는 등이 목적이다. 이는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노원구(구청장 이노근)도 2012년까지 240억 원을 들여 당현천변 외 6개 노선에 자전거 도로를 건설하고,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하는 등 '자전거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상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는 불편하거나, 있으나마나하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니기 편한 자전거 도로를 디자인해야한다. 자전거 도로의 표시도 일반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중간 중간 끊겨있는 자전거 도로를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연결해야한다. 자전거를 차량으로 규정한 도로교통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사고가 나면,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만 전적으로 책임이 돌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와 더불어, 전철 안이나 버스에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다. 먼 거리의 출퇴근에 사용할 때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 이와 관련, 서울시는 10월부터 전철 내(지하철 1~8호선)에 '자전거 전용칸'을 설치해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서울에서는 버스를 탈 때 자전거를 보관할 곳은 없다. 참고로 제주도는 버스외부에 자전거 운반 장치를 달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 전철 계단 내 자전거 레일을 확대 설치하는 등 주변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분실, 파손 등의 문제가 있는 자전거 거치대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교통지도과 이인훈씨에 따르면,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노원구는 석계역에 개인 사물함 형태의 자전거 보관함을 시범 설치했다. 1억3천만 원을 들여 만든 이 사물함은 자전거 20대를 보관할 수 있다.
아직 시범단계인 자전거도로 조성사업의 취지는 공익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자전거 도로가 불편하니 문제다. 또 시행과정에서 인도에서 수년간 생계를 해결해온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대로 계속 만들어 똑같은 문제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 보완책을 연구한 후, 편리한(기왕이면 예산도 적게 드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