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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끔 "파랑새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 중에 하나이다. 파랑새라는 이름을 가진 새는 있지만, 동화속의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기다리던 그 파랑새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파랑새 파랑새는 이렇게 가지 끝에 앉아 있는다.
파랑새파랑새는 이렇게 가지 끝에 앉아 있는다. ⓒ 이경호

실제로 희망을 전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희망의 상징으로 나온 파랑새는 우리나라를 찾는 이름만 파랑새인 새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희망을 품고 있는 파랑새의 성격치고는 너무 난폭하기 때문이다. 파랑새는 조류계에서는 알아주는 난봉꾼이다. 조류계의 이단아로 알려진 까치(수리나 매를 이김)를 이길 수 있다고 하는데, 파랑새가 까치의 집을 뺏는데 1주일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짙은 초록색과 붉은색의 부리를 가지고 있는 파랑새는 아름답다. 북에서는 '청조'라고 불리우며 절주변에 서식해서 목탁새라고 불리기도 한다. 파랑새의 아름다운 외모는 유행가 가사처럼 '삐리삐리'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며 울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 파랑새의 울음소리는 외모보다는 성격과 더 잘 어울린다. '칵칵'하며 가래를 뱉는 듯한 소리는 난봉꾼 파랑새의 이미지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와 성격에 파랑새를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 파랑새는 날 수 있는 새로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체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몸체에 비해 긴 날개는 장거리 비행과 먹이를 잡을 때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또한 하늘을 360° 회전을 하면서 먹이를 찾는 놀라운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곡예를 하는 듯한 이런 사냥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파랑새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다른 새들에 비해 놀라운 비행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보다 덩치도 크고 극성맞은 까치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난폭한 성격과 목소리가 더해져 까치둥지를 빼앗아 자기의 둥지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파랑새는 숲의 가장자리 드물지 않게 번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종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어딘가에서 실제로 희망을 전해주기 위해 파랑새가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대전에도 많은 수가 번식하고 있으며, 쉽게 관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파랑새 개체 보호를 위한 정책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파랑새가 서식하는 좋은 환경을 가진 월평공원의 나무를 베어버린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파랑새들은 평야지대와 숲 지역 나무에 둥지를 틀고 서식하기 때문에, 나무를 무작정 베어버리는 것은 서식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월평공원에 베어진 나무 사진 이런 베어버린 나무는 파랑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월평공원에 베어진 나무 사진이런 베어버린 나무는 파랑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 이경호

대전시가 추진중인 3000만 그루 나무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새들의 서식처가 되고 있는 숲을 지키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훼손된 지역에 나무를 심어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어떤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숲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후 도시의 파괴된 지역을 숲으로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진정한 생태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시가 지속해서 보여주기 위한 행정만을 진행한다고 시민들이 거기에 현혹되어 대전시를 칭찬하던 시대는 끝났음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파랑새#3000만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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