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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시간이 누적된 결과물 이자, 기억의 재생 혹은 표상이다. 그래서 한 장의 사진에는 개인의 사적인 경험과 사건 그리고 공적인 역사가 내재되어 있다. 시각적이고 함축적이지만, 언술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정한 사진 한 장을 보는 이들은 그것을 찍은 작가의 체험과 기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공유하게 된다. 그 결과 그 사진을 보는이와 작가는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교류하는 통로를 갖게 된다. 사진의 표면에 존재하는 이미지 자체가 소통을 위한 매개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진사적인 공간인 갤러리 룩스에서 기획한 'Reminiscence'전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 고정남, 임지원, 최은식의 사진작품은 자신들이 시각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체험한 특정한 현실과 사물을 재현한 것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의 이미지이자, 문학적이고 역사적인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는 최종 생산물들이다. 참여 작가 3인은 일본에서 체류하면서 느끼고 신념화한 특정한 세계관을 형상화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관람한 이들은 작가 세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과 기억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정남_Ko Jung-nam #001_60x75cm_2003
고정남_Ko Jung-nam #001_60x75cm_2003 ⓒ 고정남

 고정남_Ko Jung-nam #003_60x75cm_2003
고정남_Ko Jung-nam #003_60x75cm_2003 ⓒ 고정남

 임지원_Im Ji-won #002_50x60cm_2006
임지원_Im Ji-won #002_50x60cm_2006 ⓒ 임지원

 최은식_Choi Eun-sik #001_60x75cm_2006
최은식_Choi Eun-sik #001_60x75cm_2006 ⓒ 최은식

고정남은 자신의 미적인 코드 또는 세계관과 부합하는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흔히 볼 수 있는 특정한 사물을 세련되고 감각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다. 지극히 평범하고 사적인 기억의 산물이지만, 작가가 자신의 감각에 의존하여 현실을 비켜서 있는 또 다른 현실로 이미지화한 결과물로 거듭 생성된 것이다.

임지원은 자신의 미적인 의식세계와 교감하는 특정한 바닷가에서 만난 풍경과 사진적인 장면을 카메라앵글에 담았다. 평범하고 사소한 사건이자 풍경이지만, 카메라 렌즈를 거치는 순간에 현실의 새로운 표상으로 변환되었다.

최은식은 전통적인 모더니즘사진가들처럼 이미지 수집가와 같은 태도로 거리에서 만난 시시콜콜한 장면과 사건 그리고 사물을 찍어서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물에서 작가의 관념과 감수성이 어우러져서 현실을 초월한 가장 사진적인 아우라가 발생하였다. 사진영상 그 자체가 언어적 기능을 하는 최종 생산물이다.

사진은 외형적으로 현실 그 자체로 보이기도하고 지극히 지시적이다. 하지만 사진적인 프로세스 자체가 이미 현실을 변형하고 특정한 부분을 강조 혹은 왜곡시키는 매체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현실의 거울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의지가 강력하게 개입된 특정한 이데올로기이자, 사적인 신념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사진은 시간과 공간을 절취한 결과물이자, 파편화된 특정한 현실에 대한 기억과 감정의 인덱스이다.  이번에 갤러리 룩스가 기획한 'Reminiscence'전은 그것을 잘 반영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고정남, 임지원, 최은식 3인전
2009.7.8 (수) – 2009.7.14 (화) 갤러리 룩스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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