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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는 딱 한마디로 요약하면 돼. '망한 것'이야! 미국 금융자본주의는 벼랑에서 굴러떨어졌어. 파탄났어. 미국, 아니 세계의 지성인들이 모두 망했다고 하는 신자유주의를 믿고 있는게 이명박이야. 경제(사람) 없는 허무주의 정책 당장 멈춰야 해!"

 

하얀 머리칼은 세월을 비껴가진 못했으나 그 칼칼한 쇳소리의 호통은 여전했다. 여전히 '청년'이었다.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77) 소장.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씨름을 즐기고, 축구를 좋아했던 소년. 해방공간이던 십대 때 남으로 내려온 뒤, 일생을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을 하기로 결심한 청년. 통일문제연구소를 세우고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청춘을 불사른 재야인사. 1987년 대선에서 군부독재를 끝내기 위해 김영삼, 김대중 양김의 후보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한 민중후보. 1992년 14대 대선에서도 민중후보로 출마해 민중당 등 진보정당 창당에 힘썼던 재야의 '큰 어른'

 

"신자유주의와 모랏돈에 속지 말아야"

 

그가 대구를 찾았다. 백 소장은 9일 '민주주의 그 소중함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대구MBC 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백 소장은 이날 "자본주의 사회는 돈, 그것도 독점자본(백 소장 표현에 따르면 '모랏돈')이 사람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신자유주의와 모랏돈에 우리는 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은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와 대구사회연구소가 지난 5월 28일부터 열어오고 있는 '2009 민주시민교육아카데미' 마지막 강좌로,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백 소장은 "올바르게 살자"는 말로 '말뜸'(화두)를 던진 뒤,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모랏돈이 (사람보다) 주인행세를 하며 돈 놀이와 투기를 하다 파탄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알맹이'없는, 경제의 실체인 사람이 없는 신자유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모랏돈이 주인이 아닌 사람이 주인인 사회를 만들고, 신자유주의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가칭 '올바른경제재편성을위한시민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 가난의 구조화, 자연파괴 부른 신자유주의

 

그는 또, 신자유주의는 세가지 잘못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전쟁과 양극화, 생태계 파괴가 그것이었다.

 

백 소장은 "신자유주의는 돈의 이익을 위해 전쟁만 일으켰다"며 "특히, 2차세계대전 후 모든 전쟁은 미국 놈들이 일으킨 침략전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자유주의는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갈라놓았다"면서 "미국에서 월급 8천억을 받는 놈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한 '워킹푸어'(working poor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에 상관없이 풀타임으로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이나 가족. 노동빈곤층)도 세계적으로 너무나 많다. 신자유주의는 결국 가난을 구조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신자유주의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전쟁과 환경파괴도 자행해 우리의 '땅별'(지구)과 자연을 망가뜨렸다"며 "이런 신자유주의를 믿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은 모두 알맹이 없는 허무주의자"라고 꼬집었다.

 

특히, 백 소장은 "신자유주의는 전쟁으로 사람을 죽였고, 가난을 구조화했고, 자연을 망쳤다"고 큰소리로 꾸짖으며 "신자유주의에 의해 집중적으로 피해를 받는 민중을 중심으로 단결해 변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현재의 분단상황을 여전히 진행중인 미국의 '침략'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남북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을 촉구했다.

 

"MB, 통일문제를 가슴으로 안아 고민하라"

 

백 소장은 "대통령은 분단과 통일문제를 가슴으로 안아 고민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처럼) 남과 북의 백성을 적으로만 설정하면 결국 전쟁을 하자는 것 아니냐"며 "(그러지 말고) 지난 정권의 대북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통령이면 민족사적 관점에서 통일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백 소장은 "선거를 통해 뽑은 놈들, 표 많이 받아 당선된 놈들 중에 믿을 놈 하나도 없드라. 우리 스스로를, 우리 민중을 믿고 민주주의 그 소중함을 지켜내자"고 당부했다. 이어, 이 백발의 민주운동가는 1980년 감옥에 있을 당시 자신이 지은 시 '묏 비나리'를 읆는 것으로 강연을 마쳤다.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띠기에 온 몸의 무게를 실어라(후략)"


#백기완#이명박 정부#신자유주의#모랏돈#묏 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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