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함정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는 관례속에 우리 해군도 잠수함에는 유명한 수군(水軍) 장수들 이름(장보고함, 최무선함 등), 구축함에는 역대 왕 및 장군(광개토대왕함, 충무공 이순신함 등), 호위함은 광역 시·도(울산함, 서울함, 전남함, 경북함 등), 초계함에는 도시(동해함, 수원함, 포항함 등), 지원함에는 호수 이름을 붙이고 있다.
함정에 자치단체 명칭이 부여되면 함정과 해당 도시는 자매결연을 맺고 공무원 및 시민들이 함정을 방문해 위문 격려하고, 역으로 장병들이 지자체 주요행사에 참석하거나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하면서 우정을 돈독히 하기도 하지만 교류가 소원한 경우도 있다.
때마침 안양시가 지난 11일 이재동 부시장과 시의원, 통합방위협의회원, 여성예비군, 공무원 등 18명 방문단이 부산 남구 용호동 해군작전사령부에 정박해 있는 자매결연 함정인 안양함을 찾아 위문금 4백만 원과 위문품을 전달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는 소식이다.
안양함은 우리나라 연안 해상초계 및 대공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동해급 초계함으로 지난 1983년 6월에 건조돼 그해 11월 15일 '안양함'으로 명명됐으며, 안양시와는 이듬해인 1984년 11월 15일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25년 가까이 상호교류를 해오고 있다.
안양시에 따르면 안양함을 찾은 방문단은 해군 함정을 소개하는 영화시청과 안보교육 및 장병들 전투배치 시연도 관람하고 박수갈채를 보냈으며 '안양함'에 이어 우리나라 해군의 주력 함대인 '양만춘함'대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는 의미 있는 시간도 가졌다.
방문단을 이끌고 안양함을 찾은 이재동 부시장은 "국가안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용감한 해병장병들에게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고 피력했다.
안양시는 "그동안 시장과 부시장, 공무원, 통합방위협의회 위원 등이 7차례에 걸쳐 안양함을 방문해 장병들을 위문했고, 역으로 군 관계자들이 시 주요행사에 참석해오면서 우정을 돈독히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25년 결연 시간에 비해 소홀한 감이 없지않다.
안양시와 안양함의 교류 실태를 보면 안양시가 안양함과 자매결연을 맺고, 90년대 중반 이후 2004년까지는 시 간부 공무원을 비롯 시 산하 기관과 단체에서 위문도 가고 후원 물품을 보내기도 했으나 2004년 이후에는 3년여 가까이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다수 시민들과 학교 및 기관에서 조차 안양함이 있는지 안양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사실 조차 몰라 시 관내 일부 초등학교(해양단, 컵스카우트, 걸스카우트, 아람단)에서는 엉뚱하게도 타 지자체 이름을 딴 함정과 자매결연을 갖는 경우도 발생한바 있다.
오히려 안양함 승무원들이 안양으로 자원봉사길에 나서 지난 2006년 6월 9일 안양 빚진자들의 집을 방문하여 기관 소개 및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교육을 받고 안양 비산동에 있는 극빈가정을 찾아 도배, 장판, 전기수리, 청소 등으로 집수리 활동을 전개한바 있다.
또 2007년 4월에는 안양함 간부 장교들이 안양시의회 방문하고 시의장을 면담하는 등 안양함이 더욱 적극적인 교류의 손짓을 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안양함의 정박지가 멀리 부산이라는 점에서 해군 장병들이 안양시를 찾아오기란 쉽지가 않아 의미를 더한다.
이와 관련 안양시는 지난 2007년 5월 '우리시 자매결연사업 연계추진 협조' 공문을 관내 기업체, 기관, 단체 등에 발송하고 안양함 자매결연 및 팔도자매결연 도시 현황을 소개하며 자매결연 채결시 우리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곳과 연계해 달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안양시는 "우리시 자매결연 사업은 자매결연의 일관성, 지속성, 효율성을 위해 추진하는 만큼 자매결연 체결시 이를 인식해 줄 것과 군부대와 자매결연시에도 자매결연을 맺고있는 해군 제3함대 사령부의 안양함과 연계될 수 있도록 협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해군 및 '자주국방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대우중공업(현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되어 1983년 12월 취역한 안양함은 건조한 지 25년이 지나 조만간 퇴역할 예정으로 전해지면서 안양함을 찾아 위문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주고있다.
안양함(PCC-755)을 들여다 보면 만재 배수량이 1076톤으로 고속정을 제외한 해군 전투함중에서 크기는 가장 작지만 대공방어용 미사일이 설치되고, 이탈리아제 76밀리 함포 1문, 스웨덴 보포스 40밀리포 1문 미국제 에머슨 쌍열 기관포 2문 등을 장착하고 있다.
연안초계함으로 동해급인 안양함은 전장 78.5m, 폭 10m, 높이 22.5m, 중량 1,076톤, 최대속도 31노트, 승조원은 103명이 근무하며 현재 해군 작전사령부 5전단 51전대에 소속돼 연안초계 활동을 수행중이다. 정박지는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 신성대 부두이다.
함수번호 755번 안양함은 해군이 보유한 4척의 동해급(코르베트함) 중 마지막 함정이다. 지난 6월 30일 기함 역할을 해왔던 동해함(PCC-751)과 함께 포항급 포항함(PCC-756)이 퇴역함에 따라 안양함 역시 역사속 한 페이지로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함정이 퇴역하면 함포 등 중요 무장을 떼어내고 선체 운명은 해체 또는 미사일 표적함으로 활용된다. 운이 좋으면 자치단체와 해군의 교섭에 따라 함상공원, 안보전시관으로 사용할 수 있어 안양함이 향후 어떻게 처리될지도 안양시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비록 안양함 정박지가 멀리 있지만 안양함에 대한 홍보를 통해 한번 출항하면 한달 가까이 바다에서 생활하는 승무원들을 위문하는 발걸음이 자주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노력 또한 얼마남지 않아 퇴역을 앞두고 있는 노 함정에 대한 마지막 예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