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무거운 권위주의 의자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끝도 없는 지역주의 고압선 철탑에서
버티다가 눈물이 되어 버티다가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편 가르고 삿대질하는 냉전주의 창끝에서
깃발로 펄럭이다 찢겨진, 그리하여 끝내 허공으로 남은 사람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중-'안도현'
시간이 흐를수록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는 정말 어떤 대통령이었을까. 거목과 같은 그의 푸른 정신의 그늘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은 어쩜 그를 정말 잘 알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어쩜 그를 한번도 만난적이 없거나, 멀리서 국민으로서 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느낀 소시민들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평가가 가장 참된 소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 노무현 대통령, 그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가 법률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훌륭한 변호사로 생각되고, 그가 기계를 만지면 엔지니어 같고, 신체를 논하면 의사같고, 밀짚 모자에 삽을 들고 있으면 농부 같고, 또 신을 이야기하면 성직자 같은 사람은 아니었을까. 그는 이렇게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으로 살다 갔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 열풍은 전국 출판가에서도 다르지 않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집과 그를 기리는 추모의 글이 담긴 책들이 앞다투어 발간 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서거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노무현 추모시 추모글> 모음집이 '작가 마을'에서 발행됐다.
책 제목이 길다. <탄생-바보 노무현 바보 세상 바로보기>. 이 추모 모음 책에는 강은교, 신경림, 유시민, 안도현, 송진 등 전국 각지의 유명 시인들과 송기인(신부), 이규정(소설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하성란(소설가), 전강수(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장은주(영산대학교 교수), 김헌일(소설가), 배재경(시인) 등 총 29 편이 게재되어 있다.
고 노무현 추모문집 기획위원회는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여 표출시킨 문학인들의 글들이 아주 소중한 역사적 통분의 자료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여 몇몇 문학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추모문집을 펴내기로 하였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연민의 실타래와 분노의 불덩어리를 품었던 사람
모두가 이로움을 좇을 때 홀로 의로움을 따랐던 사람
시대가 짐지운 운명을 거절하지 않고
자기 자신밖에는 가진 것 없이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사람
그가 떠났다
스무 길 아래 바위덩이 온 몸으로 때려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껴안고
한 아내의 남편
딸 아들의 아버지
아이들의 할아버지
나라의 대통령
그 모두의 존엄을 지켜낸 남자
그를 가슴에 묻는다
내게는 영원히 대통령일
세상에 단 하나였던 사람
그 사람
노무현
<서울역 분향소에서>-'유시민'
나는 여상 출신
내 세울 것 하나 없었지만
그가 유일한 '빽'이었다
벌써 나는 그가 그립다
<작별의 순간, 삶이 반짝였다> 중 '하성란'
<탄생-바보 노무현 바보 세상 바로보기>에는 기성시인, 작가, 교수의 글도 있지만 동래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배윤정 학생이 쓴 '대통령 할아버지,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세요'라는 비뚤비뚤한 글씨가 눈길을 끈다. 이외 '추모의 거리' 풍경을 담은 다양한 기록 사진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살아생전 모습 등 기존의 칙칙한 분위기의 추모문집과 달리 화사하게 편집되어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란 유서처럼, 그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는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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