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낙동강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낙동강의 체류시간이 약 10배 이상 늘어나면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정부는 보를 설치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김좌관 교수(환경공학)의 '낙동강 보 건설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 평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낙동강 저수량을 기준으로 유하(流河) 시간을 계산할 때 현재 건기 때 영강 합류 후 하구둑까지 18.347일 걸리던 유하시간이 정비사업 완료 후 185.8일이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류 내 설치될 3개의 낙차공을 제외하고도 총 10.13배까지 유하시간이 늘어난 셈이다. 김 교수는 안동댐과 영강 합류지점 사이에 설치될 하회보, 구담보, 옥수보(가칭)까지 고려할 경우 안동댐부터 하구둑까지 무려 191일의 유하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유하시간의 증가는 곧 수질 악화를 의미한다.
4일 이상 강물이 체류시 성장 가능한 조류는, 유하시간 체류로 인해 보 내 강물 희석률이 확연히 떨어지면서 약 8.17배나 성장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 설치로 인해 '정체하천'으로 변한 낙동강의 현재 총인농도는 정체하천 내 부영양화 발생 기준치(0.05mg/l)보다 높아 부영양화 현상 가속 역시 예측 가능했다.
11개 보 들어선 낙동강, 강은 사라지고 호소로 변모... 수질 악화 확연
문제는 용수 확보를 위해 정부가 낙동강에 설치하는 총 10개의 보였다.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정비사업 마스터플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안동의 선도지구 사업계획에 포함된 옥수보(가칭)까지 고려할 때 총 11개의 보가 낙동강에 들어선다.
보 설치로 인한 수질악화 우려가 계속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보 설치만으로 반드시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며 "수질 개선을 위해선 무엇보다 유역 전체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이 강으로 유입되지 않게 처리하는 것과 충분한 수량 공급이 중요하다"고 답해왔다.
특히 보와 관련해 정부는 "4대강에는 기존의 고정식 보가 아니라 수문을 갖춘 가동식 보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강이 흐른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보 설치로 인해 "강은 사라지고 호소(湖沼 : 호수, 늪지 및 습지) 11개가 생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호소나 저수지는 내륙에 위치한 개방형 수체로서 부유 수생식물로 가려지지 않은 최소한의 표면을 지니며 수문학적 평균 체류시간은 7일 이상이어야 한다"(Title 40, Part 125. 83)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수질오염에 관한 환경기준' 중 '생활환경기준'에서 "천연호소 및 저수량이 1천만 톤 이상이며 체류시간이 4일 이상인 인공호수"를 호소라고 규정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낙동강에 설치될 각 보 내 유하시간은 최소 11일에서 최대 39일로 이 규정에 따르면 '강'이 아닌 '호소'가 된다.
'호소'가 된 강의 수질 악화는 낙동강 하구언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밀양강 합류 후부터 하구언까지 총 44.8km 구간은 하구언 축조 후 유하시간이 약 7배(0.6일→4.216일)로 증가돼 조류발생량이 증대됐다. 이 때문에 지난 1996년 하구언의 수문을 열면 양산 물금지역의 수질이 현재보다 43.2% 가량 개선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번 연구의 달성보-합천보 구간 시나리오 분석 결과도 동일했다. 상류로부터 오염 유입이 없고, 보 구간 내 수심, 저수용량, 체류(유하)시간 증대에 따른 BOD 및 조류농도 변화만 50일간 모의한 결과, BOD는 3.15배 증가했고 클로로필-a(조류발생을 쉽게 판별할 수 있는 엽록소)는 1.9배 늘어나 수량이 증가하더라도 체류시간 증대에 따른 수질악화가 초래됐다.
11개 보 높이만 따져도 낙동강은 호소로 변모 |
유하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낙동강에 건설될 11개의 보의 높이만 따져도 낙동강은 11개의 호소로 변모한다.
현재 정부는 강의 평균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정비사업 내 최고 13.2m(함안보)에서 최저 2.9m(하회보)에 달하는 보를 건설할 예정이다. 상류에 해당하는 하회보와 구담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보 높이가 10m를 훌쩍 넘는다.
이에 대해 명호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상황실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강에 횡단으로 설치되는 건설물의 높이가 15m 이상인 경우, 국제 규정상 '대형댐'으로 규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국내의 1만8천개 보 중 70%가 1m 이하이고 25%가 1~2m에 불과하고 제방·유량조절기능이 없다"며 "이와 달리 소규모댐은 높이 15m 미만으로 제방·유량조절기능이 있다"고 덧붙였다.
소규모댐으로 가로막힌 강은 호수다.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청평댐으로 청평호가 생기고, 팔당댐으로 팔당호가 생긴 것과 같은 이치다.
'수질및수생태계보전의관한법률' 제2조에서는 "호소라 함은 만수위(댐의 경우에는 계획홍수위를 말한다) 구역 안의 물과 토지로 규정하고, 댐·보 또는 제방 등을 쌓아 하천 또는 계곡에 흐르는 물을 가두어 놓은 곳"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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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좌관 교수 "4대강 살리기 사업, 2012년 심각한 피해현상으로 답해 줄 것"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낮은 회복력과 높은 저항력을 보이는 산림생태계와 달리 높은 회복력을 보이는 하천생태계는 자치단체장이나 정치가들이 임기 내 치적을 자랑할 수 있는 사업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번 4대강 살리기 사업은 2012년에 심각한 피해현상으로 답해 줄 것으로 염려가 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MB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치수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국토해양부가 아닌 환경부의 주도로 4대강 정비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유역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 수질오염총량제 확대 및 강화 ▲ 녹지총량제 도입 ▲ 홍수총량제 도입 ▲ 습지총량제 도입 등 '4대 환경분야 총량제'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특히 김 교수는 "현재 2억 2450만 톤의 낙동강 저수량이 향후 보 건설 후 약 400% 증가한 8억 9640만 톤으로 늘어난다"며 "하류부 홍수위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지천의 제방이 붕괴되거나 물이 범람할 가능성이 크다"며 홍수총량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칙적으로 강을 살린다고 했으면 정말 살려야 한다" |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학 교수(환경공학)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진보, 보수와 관계없이 전문가들이 전문적인 의견을 서로 나누는, '소통의 장'이 전혀 없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답답한 소회를 드러냈다.
김 교수는 "보 설치가 곧 수질악화가 아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물이 고이게 되면 어떤 대책도 사후약방문"이라며 "정부가 낙동강에 10.2억 톤의 추가 용수를 확보해 전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부산 식수원 이전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원칙적으로 강을 살린다고 했으면 정말 살려야 한다"며 "김지하 시인이 이야기한 '기우뚱한 균형'처럼 환경부의 주도로 수질, 생태계에 중심이 되는 균형을 이루는 4대강 사업을 진행할 것"을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이미 여러 차례 전문가들이 보 설치로 인한 수질 악화를 이야기했지만 정부는 보 설치로 반드시 수질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료 등이 유입될 수 있는 농경지 정리 등을 통해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11개의 보가 들어설 경우 강은 '수질및수생태계보전의관한법률' 2조에 따라 11개의 호수가 된다. 강이 아니라 호소수질환경 기준과 관리대책을 적용해야 한다. 일단 강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특히 플랑크톤 등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이 고이게 되면 어떤 대책도 사후약방문이다.
또 물 부족을 이유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낙동강수계하천기본계획 중 보완된 사전환경성검토서를 살펴보니 '추가 확보된 용수는 광역상수도망을 통해 전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10.2억 톤을 확보해 전국에 수돗물로 공급한다는 것 아닌가? 그러나 부산의 경우 식수원을 남강댐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대구도 임하댐으로 식수원을 이전하려고 하는 것으로 안다. 앞뒤가 안 맞는다."
- 선(하천) 위주의 관리보다 면(유역) 위주의 하천관리를 강조했다. 사실 현 정부 이전에는 정부 차원에서 면 위주로 하천관리를 해오지 않았나? "사실이다. 강이라는 것은 제일 낮은 곳에 위치한다. 그래서 모든 것들이 강으로 들어오게 된다. 강이 건강하기 위해선 특히 지천에 속한 소유역들이 건강해야 한다. 그곳에서부터 각종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낙동강과 한강의 본류는 수동적이다. 강 자체를 살리려면 땅을 살려야 하고, 지천을 살려야 한다."
- 환경부 주도의 4대강 사업 진행을 주장했다. "원칙적으로 강을 살린다고 했으면 정말 살려야 한다. 김지하 시인이 이야기한 '기우뚱한 균형'이 맞다고 생각한다. 강을 살린다면 수질, 생태계에 중심이 되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환경부가 주가 되고 거기에 치수 기능을 국토해양부가 부가적으로 맡아 하는 것이다.
그래서 4대환경총량제를 제안한 것이다. 지금은 각 지역단위, 소유역별로 오염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각각의 할당량이 정해져 있어 오염총량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대안으로 제시한) 홍수총량제의 경우 태백부터 부산까지 각 지자체가 홍수량을 지정해 천변저류지이건 소규모 댐이건 스스로 방법을 결정해 홍수량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제방 위주나 준설 위주의 치수 대책으로 피해를 받던 상류 지역의 홍수피해를 제대로 저감할 수 있다.
또 그와 관련된 각종 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유수지를 만든다던가, 천변저류지를 만든다던가. 난 그런 토목사업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홍수량을 자치단체마다 상류부터 하류까지 둔화시키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내가 홍수와 관련해 비전문가이긴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현재 하천에 흐르는 양보다 사업 완료 시 4배나 상시적으로 물이 많아진다. 비가 오면 보의 수문을 다 열어버릴 것 아닌가? 그 많은 물량이 하류는 부담 안 되겠나? 하류에서는 홍수위는 낮출 수 있을지 모르나 작은 지천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 지천의 물이 안 빠지고 본류의 물이 유입되면 범람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은 상식적 판단에서 한 이야기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부가 그런 부분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 전문가로서 볼 때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에서 가장 문제라 생각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진보, 보수와 관계없이 전문가들이 전문적인 의견을 서로 나누는 소통의 장이 전혀 없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보가 차단된 채 접근조차도 안 되고 있다. 같이 논의하는 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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