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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숙 전 총리가 10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와 안장식을 마친 뒤 전례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가 10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와 안장식을 마친 뒤 전례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고 있다. ⓒ 권우성
"당신은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낸 한명숙 전 총리가 13일 '사람사는세상 봉하마을' 홈페이지에 올린 '49재를 끝내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 전 총리는 "부엉이 바위 위로 수백만의 부엉이가 깨어나 날아 오릅니다"고 밝혔다.

부엉이 인형 수집가라고 밝힌 한 전 총리는 "49재를 마친 후, 다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습니다"며 "현관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수많은 부엉이 인형들이 커다란 눈으로 저를 반깁니다"고 밝혔다.

부엉이를 "어두운 밤에 빛을 밝히는 '지혜'의 새"라고 소개한 그는 10년간 200여개의 부엉이 인형을 모았다는 것.

한 전 총리는 "오늘도 한결같이 부엉이 인형은 제 삶의 입구를 말없이 지켜주고 있습니다"고 한 뒤 "하지만 요즘 그런 부엉이를 보기가 두려웠다, 슬쩍 눈길만 스쳐도 가슴이 아립니다"고 밝혔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떨어졌는데, 한 전 총리는 "왜 하필이면 '부엉이 바위'였을까요"라고 되뇌었다.

한명숙 전 총리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 몇몇 일화를 소개했다. 2006년 12월 29일 총리 재임 시절 총리 공관으로 이창동 감독과 문성근씨 등과 함께 저녁 초대를 한 적이 있었는데, 고 노 대통령은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입을 열면서 "난 자네들이 다 떠난 줄 알았네"라고 하셨다는 것. 당시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진보개혁세력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때였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봉하마을에서 만났을 때 했던 고백을 소개했다.

"권력을 쥔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진보를 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의 경영을 위해서 현실을 도외시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진보와 보수가 함께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죠."
"나는 국민통합을 말했지만 결국 국민을 통합하지는 못했어요. 현실의 제약과 벽이 너무 견고했기 때문입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으로 살아 온 5년 동안 느끼셨던 절체절명의 고독"이라며 "진보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지만 보수를 껴안고 진보와 보수의 협력과 조화를 고민해야만 했던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당신을 욕하고, 야당과 보수언론은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침소봉대하며 성마르게 헐뜯고 할퀴어왔습니다"면서 "당신은 모두가 떠난 황량한 빈들에 홀로 서서,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모진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아오셨습니다"고 말했다.

고 노 대통령이 검찰 출석 뒤인 지난 5월 2일 만났다고 한 한명숙 전 총리는 "대통령님께서는 국민에 대한 죄송스러움으로 깊은 자책감에 빠져 계셨다, 불면으로 인해 퀭하신 눈으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면서 "'결국 모든 것이 수신제가하지 못한 제 탓입니다, 제가 책임을 져야죠'라고 하셨습니다"고 회상했다.

한 전 총리는 "(양산)부산대병원으로 대통령님을 다시 만나러가던 날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면서 "지켜드리지 못한 저의 나약함이 죄스러워 차마 영정 속 당신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고 밝혔다.

그는 "고백하거니와 저 역시 당신께서 '다 떠난 줄 알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면서 "당신이 검찰과 언론의 돌팔매질을 묵묵히 견뎌내고 계실 때, 저는 침묵했습니다, 잔인한 세상의 패악과 폭력에도 항변하지 못하고 가슴만 치고 있었습니다"고 밝혔다.

글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후회를 진실한 반성과 굳센 연대의 용광로 속에 남김없이 태워 이 땅을 살아갈 사람들의 희망으로 바꾸고 싶다"고 한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고 외쳤다.


#노무현#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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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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