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원포인트' 본회의 개의를 앞두고 여야 갈등이 또 다시 재현되고 있다. 미디어법-비정규직법 처리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생각을 접지 않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15일 본회의를 끝으로 6월 국회를 마감한 뒤 곧바로 16일 7월 임시국회를 열어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안상수 "이미 내 손 떠났다"... 직권상정 수순 밟기?
14일 점심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 선진과창조모임 문국현 원내대표는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나 2시간 가량 의사일정을 협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는 "3당 원내대표가 만나서 2시간 가량 논의했지만, 아무런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13일에는 한나라당-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문국현 원내대표도 회동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수석끼리도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협상이 교착상태로 늘어지자 급기야 한나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회동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자 김 의장을 직접 찾아갔다.
안 원내대표는 김 의장에게 '미디어법-비정규직법' 직권상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미디어법이나 비정규직법이 제대로 상임위를 통과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서 "직권상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 직권상정 해달라"고 김 의장의 결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안 원내대표가 김 의장을 직접 찾아간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 의장이 고심하고 있지만, "모종의 결심을 한 것처럼 생각된다"는 허용범 국회 대변인 말처럼 결국 한나라당 손을 들어주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단도 이날 오후 3시께 김 의장을 항의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안상수 원내대표를 설득하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안상수 원내대표는 의사일정 합의를 요구하는 이강래 원내대표에게 '이제는 너무 늦었다, 내 손을 떠났다'며 합의를 거부했다"면서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끝내 야당과 소통을 무시하고 날치기 수순에 들어간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김 의장도 직권상정 하지 말라는 야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며 "만약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다면 결과는 김 의장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대표도 "미디어법 직권상정은 사실상 국회 계엄령"이라며 김 의장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그는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조자룡 헌칼 쓰듯 하고 있다"면서 "국회의장이 의회독재를 한다면 국민과 야당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본회의 개의... 여야 '원포인트 국회 신사협정' 깨질까
여야는 15일 오전 열릴 본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레바논파병연장안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리위원회, 운영위원회 위원장 선출만 한 뒤 곧바로 퇴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신사협정'을 서로 깨지나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의장석과 본회의장 점거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미디어법-비정규직법을 직권상정 날치기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는 중이다. 따라서 여야는 기습상정 혹은 점거에 대비한 전략을 고심 중에 있다.
한편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14일 국회 문방위 회의실 앞을 또 다시 점거했다. 한나라당이 기습 상임위를 개최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실제 고흥길 문방위원장과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은 이날 오후 소회의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오후 5시15분께 회의실을 나와 점거농성을 벌이던 민주당 문방위원들과 가벼운 설전을 벌였다.
그러나 곧바로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이 소회의실로 철수해 큰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