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주 왕촌 살구쟁이 유해매장지. 비슷한 크기의 4개의 구덩이에서 수 백여구의 유해가 드러났다.
 공주 왕촌 살구쟁이 유해매장지. 비슷한 크기의 4개의 구덩이에서 수 백여구의 유해가 드러났다.
ⓒ 진실화해위

관련사진보기


1950년 전쟁 발발직후 군경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 묻혀 있는 공주 상왕동 유해매장지를 인권체험장으로 활용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충남 공주 상왕동 일명 '왕촌 살구쟁이'에서는 현재 전쟁 직후 일어난 민간인 집단 희생자에 대한 유해발굴이 한창이다. 현재까지 약 230여 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드러난 유해는 많이 삭아 있었지만 처참하고 생생한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초 오는 20일까지 발굴을 끝내기로 했지만 발굴 도중 추가 유해매장지가 발견되면서 기간이 연장됐다.

이와 관련 박선주 조사단장(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은 지난 9일 유해발굴 현장 설명회 자리에서 "공주 상왕동 유해매장지는 어느 매장지보다 잘 보존돼 있고 접근성이 좋다"며 "잘 보존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국가의 정체성과 인권을 가르치는 교육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충남 공주는 경부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천안-공주간 고속도로와 서해안을 연결하는 공주-서천, 대전-당진간 고속도로 등 사통발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유해매장지는 공주와 대전을 오가는 도로변과 가까운데다 경관이 매우 뛰어난 금강을 마주하고 있다. 또 유해매장지 인근에 한국 선사문화 일번지로 꼽히고 있는 '석장리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지수걸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공주에는 동학농민군의 마지막 항전지였던 우금티 사적지(국가사적 387호)가 들어서 있다"며 "공주 왕촌 유해매장지를 역사체험시설로 조성한다면 우금티 사적지와 연계한 평화와 인권교육의 산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역사문화 자원으로 가꾸자"

 공주 왕촌 살구쟁이 유해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의족.
 공주 왕촌 살구쟁이 유해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의족.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역사체험장 조성을 환영하고 있다.

이상선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최근 충남 시민사회단체 임원들과 유해매장지를 둘러보았다"며 "슬프고 가슴 아픈 역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고 화해와 상생의 길로 가기 위한 일환으로 유해발굴지를 그대로 보존해 역사현장 체험장으로 조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충남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뜻을 밝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이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 안병욱 위원장이 15일 공주 유해매장지 현장을 방문하고 이준원 공주시장, 지역인사들과 간담회를 했다.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공주시장에게 현장 보존 필요성을 설명하고 자치단체의 관심과 진실화해위와의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보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준원 공주시장은 이날 현장보존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관계법령의 미비와 예산' 등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충남도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풍광이 수려한 금강 변에 위치한 왕촌 살구쟁이 유해발굴지에 추모위령공원 등이 들어선다면 우금티 사적지와 더불어 역사문화 자원을 하나 더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공주 왕촌 유해매장지가 화합과 상생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충남도와 공주시가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주 왕촌 살구쟁이 집단희생 현장은 1950년 7월 중순경 당시 공주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500~700여 명이 트럭으로 실려와 국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희생된 곳이다.


#공주 왕촌#살구쟁이#인권체험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