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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9일 저녁 7시 40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9일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미디어법 강행처리와 관련, 직권상정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자료사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9일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미디어법 강행처리와 관련, 직권상정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자료사진> ⓒ 남소연

19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 일방처리에 반대한다는 뜻을 재차 강조하고 나서 한나라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내일(20일) 미디어법 강행처리 결정을 발표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가 오늘 의총에 출석하지는 않았지만, 내일(20일) 표결에는 참여한다는 전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반대표' 내상 입은 한나라당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곧바로 안 원내대표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안 원내대표의 발언 직후 한 측근의 입을 통해 "(20일 미디어법 직권상정 처리할 본회의에)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만약 참석하게 된다면 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반대표 행사" 발언은 한나라당에 심각한 내상을 안겨주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19일 자정까지 협상을 하고, 결렬된다면 더 이상 협상은 없다"며 "20일 본회의에서 (직권상정) 표결처리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당내 주요 계파의 수장인 박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나타내면서, 결전을 앞두고 내부단속 조차 못한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안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의 뜻을 전해들은 뒤 "여야 합의처리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20일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야4당과 결전을 벌여야 할 여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일 한나라당 요구대로 본회의가 열린다면 박 전 대표의 참석과 찬성-반대 여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반대표를 던진다면, 야당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면서까지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 한나라당의 명분도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에도 "여야 합의처리가 중요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면서 매체합산 시장점유율을 30%로 제한하자는 '박근혜 대안'도 발표했다.

야당 일제히 '환영'... "박 전 대표 결정은 당연한 결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 표결처리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강래 원내대표가 노영민 대변인으로부터 박 전 대표 관련기사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 표결처리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강래 원내대표가 노영민 대변인으로부터 박 전 대표 관련기사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 남소연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은 천군만마를 얻은 분위기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제 한나라당과 청와대를 제외한 누구도 언론관계법의 날치기 처리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논평했다.

또 "한나라당 전 대표조차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고 있는 마당에 집권여당이 민심을 거스르고 방송장악법을 강행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이제 직권상정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태의 화룡점정"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결정을 지지하면서도 "그것으로는 98% 부족하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에 개혁과 쇄신을 이야기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는데, 박 전 대표처럼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미디어법 반대) 선두에 서서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에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전병헌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결정은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대단한 관심과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박 전 대표가 똑부러지게 한나라당에 말해야 한다"며 "침묵으로 일관하다 숟가락 하나 슬쩍 얹는 무책임한 정치행태를 보여선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야당은 대체로 박 전 대표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표의 결정은 민의를 수렴한 것으로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박 전 대표의 입장발표로 이제 한나라당 내에서도 미디어악법 반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국회의장마저 미디어법이 민생법안이 아니란 입장을 밝힌 만큼, 한나라당은 미디어악법 강행처리 시나리오를 포기해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박 전 대표가 문제 많은 미디어법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과 김형오 의장은 직권상정 계획을 철회하고 여야 합의를 위한 수순을 다시 밟아야 할 것"이라고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홍사덕 "박근혜 뜻, 직권상정 반대가 아니다"
'반대표' 발언 적극 해명... "협상 노력 부족 지적한 것"
19일 한 측근 의원을 통해 "20일 미디어법을 표결한다면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취지를 밝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마치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이나 직권상정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파문이 커지자 박 전 대표는 발언의 본뜻을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친박연대' 출신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은 이날 오후 6시30분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기자들을 만나 "박 전 대표가 직권상정을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홍 의원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미디어법 처리에는 동의하면서도 시기와 방법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이 준비하고 있는 미디어법 수정안을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국민들이 전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처리하려면, 최소한 수정안 내용이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정안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장 내일(20일) 직권상정해 처리한다는 것을 박 전 대표는 반대하고 있다"고 홍 의원은 말했다.

야당과의 협상 노력 부족도 지적했다고 한다. 홍 의원은 "야당과 합의하려다가 안 되면 그 때 직권상정 처리해도 국민들이 납득할 것인데, 그런 것도 없이 당장 처리한다는 것을 박 전 대표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도 표결에 참석할 것"이라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도 박 전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한다. 이경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수정안을 냈는데, 안 원내대표는 마치 한나라당 원안에 찬성해 표결에 참석하는 것처럼 이야기했다"며 "그 때문에 섭섭해 한 것"이라고 전했다.

홍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반대표' 발언을 한 것은 (미디어법을 최대한 합의처리하자는) 전술적으로 이야기한 것이지, 직권상정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설명했다.


#박근혜#미디어법#직권상정#안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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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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