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공익상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택가 지상에 변전소를 건립할 수 있으며, 자치단체가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행정2부(재판장 전광식 부장판사)는 17일 한국전력이 안양시장을 상대로 낸 변전소 건축허가 반려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허가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 결정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지 않은 이상, 요건을 갖춘 건축허가를 법령에 없는 사유를 들어 거부할 수 없다"며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히 "이 변전소의 경우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있어 건축이 가능하고 택지개발사업계획에 전기공급시설로 승인된 데다 업무용 빌딩 외관으로 설계돼 경관을 저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변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전자계측정치 1.4mG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우리나라 전기설비기준 권고치 833mG의 0.17% 수준이고 변전소 옥내 예상 측정치 2.5mG는 권고치의 0.3%로 주민·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은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586―4번지 아파트 단지에 자리한 대지면적 5919.4㎡(1790.6평) 규모 평촌변전소를 전력수요 증가에 따라 지하1층 지상 4층 건물을 추가 증설하기 위해 2008년 6월 5일 안양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가 반려당하자 소송을 냈다.
한전은 "평촌변전소 변압기 4대를 풀가동해 하루 216㎿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나 이미 한계 용량(162㎿)을 20∼30% 초과하고 2009년에는 사용량이 235㎿까지 늘어나 과부하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양시는 "주변에 아파트와 학교가 밀집돼 있고 이미 변전소가 있는 상태에서 증축 및 증설할 경우 주거환경이 악화된다"며 "최근 한전이 다른 지역에 짓는 것처럼 변전소를 지하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반된 주장에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안양시의 의견을 받아들여 한전 요구를 기각한 반면 1심 재판부는 정반대로 한전의 손을 들어줌으로 변전소 증축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지난 2008년 11월 7일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한전이 주민생활 환경 악화를 사유로 변전소 증설을 불허한 안양시를 상대로 청구한 건축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 건에 대해 '안양시의 변전소 증설 불허는 정당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행심위는 "건축허가 신청지 주변은 고층 아파트 24개 동과 유치원, 초·중·고교가 밀집되어 있어 변전소 시설로 인한 전자파 등의 영향으로 주거 및 생활환경에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며 "안양시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점이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특히 "기존 변전소만으로도 평촌신도시의 전력수요에 문제가 없어 보이고 김포·의정부·성남 등 인근 도시 변전소가 지중화 및 변전소 이전으로 도시 주민의 주거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형평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안양시 손을 들어줬었다.
결국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변전소 증설로 얻는 공익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한 공익이 더 커야한다고 판단했던 반면 수원지법 행정2부 재판부는 주변에 밀집한 아파트와 학교 및 경관 등은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지 않은 것으로 판시해 사각 차를 보였다.
이와관련 안양시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 행심위 결정이 번복되는 예상치 못한 판결로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고 말하고 "판결문을 받아보고 법률적 검토를 해야겠지만 항소가 불가피한 것 아니겠느냐"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평촌변전소는 지난 1993년 건설되어 평촌 도심의 전력공급을 담당해 왔으며 주변에는 고층아파트 24개 동과, 2개의 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사방 500m 반경 내에 초중고 5개의 학교가 자리하고 있어 주민들은 주거환경, 학습권 폐해가 우려되어 왔다.
그러나 한전은 올 초 15년이 지난 지금 평촌 지역의 전기 사용량의 증가로 공급 용량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과 고장시 광역정전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경제적 송배전 선로 건설을 이유로 제시하면서 기존 변전소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기존 시설과 똑같은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을 추가로 증설하는 설비증설 계획을 추진해 했다.
한전측은 "증설 예정인 전기공급설비는 지하1층, 지상3층의 환경친화형 업무용빌딩 형태 건물로 모든 설비를 건물내부에 설치, 고압 송전선로도 절연 케이블로 땅속에 안전하게 설치하기 때문에 전자계 외부 방출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지역주민들은 "주거 밀집지역 아파트 단지 한복판의 기존 변전소로 인해 불안하고 피해를 받아왔는데 인근 신축아파트단지 소요전력까지 수용하기 위해 기존용량의 무려 2배가 넘는 변전시설을 증설한다니 양식있는 처사냐"며 집단 반발하며 반대해 왔다.